[2026 수시모집 계열별 분석 ③교육계열] 경쟁률 ‘반등’… 교단에 드리운 ‘기대감’
전년 대비 전체 경쟁률 상승… 교직 위상 강화·안정성 재평가 영향 임용난·교권 변화 속 ‘진성 지원’ 두드러져… 일부 교대 경쟁률 2배 급등 지역·대학별 편차 여전…수험생, 현실과 소명 사이 ‘현명한 선택’ 주목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대한민국 고등교육에서 교육대학(교대)과 사범대학(사대)은 전통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려왔던 학과군이다. 안정적인 직업, 사회적 존경, 그리고 다음 세대를 길러낸다는 소명 의식은 수많은 수험생들이 교직의 길을 선택하는 주요 동기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교육계열은 임용난, 교권 침해 논란 등으로 인해 다소 침체된 분위기 속에 입시를 치러왔다. 하지만 2026학년도 수시모집 결과는 이러한 흐름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며, 교육계열을 향한 수험생들의 ‘기대감’이 다시금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해석된다.
■ 교육계열 경쟁률 하락, ‘흔들리는 교단’이 던진 질문들 = 지난 몇 년간 교육대학 및 사범대학의 수시 경쟁률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며 교육계에 큰 파장을 던졌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우연이 아닌, 복합적인 사회적·교육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 현장의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초·중·고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는 필연적으로 신규 교원 채용 규모 축소로 이어졌다. 특히 초등교원 임용의 경우, 2018년 전국 3,892명이었던 선발인원이 2024년 2,900명대까지 지속적으로 줄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임용 경쟁률이 수십대 일에 육박하는 등 졸업 후에도 임용고시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의 교육대학 지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졸업=임용’이라는 과거의 믿음이 흔들리면서 교육대학의 매력도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최근 몇 년간 불거진 일련의 교권 침해 사건들은 교사라는 직업의 본질과 근무 환경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 학부모 및 학생과의 갈등, 악성 민원,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교사들의 어려움이 부각되면서, 교직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깨지는 계기가 됐다.
‘스승’으로서의 존경심보다는 ‘서비스 제공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현상은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직업 안정성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실적 고민은 교육계열 지원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교육계열은 전통적으로 우수 학생들이 지원하는 학과군인 만큼, 상당수 대학에서 높은 수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한다. 그러나 최근 N수생 증가와 상위권 학생들의 의약학계열 쏠림 현상 속에서, 교육계열의 수능 최저 충족은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됐다.
여기에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교과 외 활동,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사로서의 자질’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심화된 학생부 기록이 요구된다. 이처럼 까다로운 학생부 관리와 높은 수능 최저 기준은 수험생들에게 심리적·학업적 부담을 가중시켰고, 이는 경쟁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됐다.
나아가 이공계열 첨단학과 및 의약학계열의 급부상은 교육계열의 상대적 매력도를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의학계열의 경우 졸업 후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반면, 교육계열은 임용난, 비교적 낮은 보수, 그리고 복잡한 교직 환경 등의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면서 수험생들의 진로 선택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요 대학의 자유전공학부 등 유연한 진로 선택이 가능한 학과들이 부상하면서, 진로가 명확히 정해진 교육계열의 선택 범위가 줄어든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지난 몇 년간 교육계열 경쟁률 하락은 임용 환경 악화, 교권 추락, 입시 부담 증가, 타 유망 학과와의 경쟁 심화 등 다층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인 현상으로 해석된다.
■ 2026학년도 교대 수시모집, 전반적인 경쟁률 ‘반등’…교단에 드리운 기대감 = 이러한 복합적인 배경 속에서 치러진 2026학년도 전국 교육대학 수시모집 결과는 놀랍게도 전반적인 경쟁률 상승이라는 반전 양상을 보였다.
진학사 분석 결과, 전국 10개 교대(이화여대 초등교육과 제외)의 전체 경쟁률은 7.17대 1로 전년도 5.93대 1보다 크게 상승하며 교대 입시의 새로운 흐름을 예고했다. 이는 지난해 교권 침해 논란 이후 교권 보호를 위한 사회적·정책적 노력이 가시화되고, 교직의 안정성이라는 본연의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수험생들의 지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춘천교대가 지난해 5.67대 1에서 11.9대 1로 두 배 이상 경쟁률이 급등하며 전국 교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교대 전체 경쟁률 상승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진주교대 또한 4.85대 1에서 9.21대 1로 두 배 가까이 경쟁률이 증가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처럼 일부 지방 교대에서 폭발적인 경쟁률 상승이 나타난 것은, 최하점을 찍었던 전년도 대비 기저효과와 함께 교직에 대한 관심 회복이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수도권 및 주요 거점 교대들 역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경인교대는 7.39대 1(전년 대비 상승), 공주교대 6.64대 1(상승), 광주교대 6.38대 1(상승), 서울교대 5.04대 1(상승), 전주교대 6.28대 1(상승), 청주교대 8.29대 1(상승) 등 대다수의 교대가 경쟁률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이는 교대 전반에 걸쳐 지원 심리가 회복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이다. 특히 서울교대(5.04대 1)의 경쟁률은 여전히 다른 교대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꾸준히 하락하던 흐름을 멈추고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반대 초등교육과까지 확대하면 이화여대 초등교육과가 12.70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대구교대(5.84대 1, 전년 대비 -0.65p)와 부산교대(5.96대 1, 전년 대비 -0.61p)는 경쟁률이 소폭 하락하며 전체적인 상승 흐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역별 임용 여건의 차이, 해당 지역 수험생들의 선호도 변화, 그리고 대학별 전형 방식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최근 임용 불안, 교권 문제 등의 이슈로 교대 입결이 낮아진 점이 지원자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대학들이 수능 최저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등 수험생의 부담을 줄여준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최근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취업 불안으로 교직 안정성 재평가, 교육부의 장기적 교사 수급 안정화 정책, 교권 강화 대책, 교사 처우 개선 논의, 지역 거점대 회복 등 영향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며 “교대 가운데 2배 이상 경쟁률이 뛰는 곳들이 나왔지만, 실제 합격선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단순 숫자 대신 과거 합격자 성적, 커트라인, 추세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교대 경쟁률 상승 속 ‘선택적 지원’ 심화 = 2026학년도 교대 수시모집은 전반적인 경쟁률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줬지만, 이는 결코 ‘묻지마 지원’으로의 회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승하는 경쟁률 속에서 나타나는 대학별, 지역별 편차는 수험생들의 ‘선택적 지원’이 더욱 심화됐음을 방증한다.
경쟁률이 크게 급등한 춘천교대나 진주교대의 경우, 이전 해의 낮은 경쟁률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교직 안정성에 대한 기대감이 집중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대구교대와 부산교대처럼 경쟁률이 소폭 하락한 사례는 해당 지역의 임용 티오(T.O.) 감소 우려나 특정 전형의 지원 조건 변화 등 지역 및 대학별 특수성에 대한 수험생들의 민감한 반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수험생들이 단순히 교대라는 타이틀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각 대학의 입결, 전형 방법, 그리고 졸업 후 임용 가능성 등 현실적인 요소들을 더욱 면밀히 고려해 지원 대학을 선택하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가 된다. 즉, 교직에 대한 관심은 회복됐으나, 이는 과거와 같은 맹목적인 선호가 아닌 정보에 기반한 ‘현명하고 계산된 선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교육계열 입시, ‘변화’ 속 ‘현명한 전략’이 관건 = 2026학년도 수시모집 결과는 교육계열 입시가 과거와 같은 ‘불패 신화’의 시대를 넘어, 교직의 현실과 미래를 냉철하게 분석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길을 모색하는 시대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경쟁률 반등은 교육계열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무조건적인 낙관론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더욱 치밀하고 현명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임용난과 교권 침해 등의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교직을 선택하는 것은 강한 소명 의식을 필요로 한다. 대학 입시에서도 학생부 종합전형 등을 통해 단순히 좋은 성적을 넘어, 자신이 왜 교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실천 경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추측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교원 수급 정책과 임용 규모는 계속해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자신의 강점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라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또는 수능 최저를 요구하는 전형 등 가장 유리한 전형 요소를 선택하고 집중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특히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여전히 교육계열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