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행성 의식’과 ‘미래 정치’ 화두 던져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혼돈의 순간: 전일적 실존의 활로” 제언 나오미 오레스케스 하버드대 교수, ‘글로벌 사회에서 행성 사회로’ 기조연설 PBF 2020 ‘긴급성의 시대’ 재진단…문명사적 대전환의 단초 모색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9월 19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제44회 유엔(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Peace BAR Festival, 이하 PBF)’가 개최됐다.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염원하고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특히 올해는 기후 위기, 핵전쟁의 위험, 과학기술의 불확실성 등 문명사적 난제와 기회가 중첩된 혼돈의 시대를 성찰하며, 인류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1981년 11월, 유엔은 ‘평화’에 대한 전 인류적 노력을 촉구하며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을 ‘세계평화의 날’로 제정했다. 이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2001년, 유엔 총회는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하고, 매년 9월 21일을 세계평화의 날로 확정했다.
‘UN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하며 1982년부터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해 온 경희학원은 올해 ‘혼돈의 순간, 행성 의식과 미래 정치(The Moment of Chaos: Planetary Consciousness and Future Politics)’를 주제로 국제회의를 열고, ‘행성 의식’을 중심으로 미래 문명의 방향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이날 행사는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의 기념사를 시작으로 나오미 오레스케스 하버드대 교수의 기조연설, 조인원 이사장과 오레스케스 교수,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 간의 특별대담 등으로 구성됐다.
첫 순서로 마이크를 잡은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혼돈의 순간: 전일적 실존의 활로’라는 제목의 기념사를 통해 오늘의 위기와 내일의 가능성을 동시에 성찰하며 평화를 향한 새로운 사유를 제안했다.
조 이사장은 “깊어지는 지구 행성의 기후 위기, 기아와 빈곤, 균열의 현실 정치 등 오늘날 인류는 유례없는 도전적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 시대는 우리에게 평화의 더 넓은 의미를 헤아릴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과 분쟁 없는 평화, 평온함을 유지하는 전통적 평화의 개념을 넘어 인간과 문명의 평화, 인간과 생명, 지구 행성 간의 평화, 그리고 나아가 미지의 우주적 실재와의 평화까지를 포괄하는 ‘전일적 실존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나오미 오레스케스 하버드대 교수는 ‘글로벌 사회에서 행성 사회로: 미래 문명의 새 항로를 찾아’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오레스케스 교수는 기후 위기, 생물 다양성 손실, 불평등 심화 등 인류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를 ‘혼돈’으로 정의하며, 이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글로벌 의식’을 넘어선 ‘행성 의식’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하라’는 메시지에 bombard(폭격)당하며 시민보다는 소비자로 여겨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극복하고, ‘지구 시민’으로서 인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사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는 각자 속한 영역에서 ‘시민적 행동’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이러한 행성 의식에 기초한 실천적 노력이 미래 문명의 새로운 항로를 찾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대담에서는 ‘혼돈의 순간, 행성 의식과 미래 정치의 활로’를 주제로 조인원 이사장,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 존 아이켄베리 교수가 패널로 참여해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세 패널은 PBF 2020 대담에서 논의했던 ‘긴급성의 시대’라는 화두를 다시금 꺼내 들며, 5년 만에 더욱 심화된 ‘긴급성의 구조적 현실’을 진단했다.
이들은 문명사적 혼돈을 극복하기 위한 미래 정치의 방향성과 시민 의식의 중요성, 그리고 문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단초를 모색했다. 대담은 “위기를 넘어서는 전환은 특정 전문가의 몫이 아니라, 행성 의식으로 무장한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이번 PBF 행사는 19일 본행사를 시작으로 20일까지 이틀간 이어진다. 20일에는 경희대학교 오비스홀에서 ‘시민사회·학생 기념행사’가 열려 평화에 대한 논의를 시민과 학생들에게까지 확대한다.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지금 행동: 지구 열대화 시대에 평화를 재정의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토마시 세들라체크 하벨도서관 관장, 폴 쉬리바스타바 로마클럽 공동회장 등이 참석해 심도 깊은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