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올해 AI·반도체 대규모 채용… 이공계에 ‘취업 훈풍’

삼성,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 올해 4만 명 신규 채용 계획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인재 채용 확대 “‘양’보다 ‘질’적 경험 중요… 최신 트렌드 기술 교육 등 중요”

2025-09-23     임연서 기자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밝혀 이공계 인재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산업 분야 채용 확대가 국내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채용시장에서 경험의 질을 중시하는 기조가 강화되는 만큼 학생들의 실무 능력 제고와 이에 맞춘 대학의 교육·인프라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 LG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총 4만 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한 지 이틀 만이다.

이번 채용에서 주목되는 점은 AI,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 채용 확대다. 삼성은 향후 5년간 6만 명(연간 1만 2000명)을 새롭게 채용한다. 반도체, 바이오, AI 등 미래 먹거리 분야 인재 채용을 강화할 계획이다. LG그룹은 3년간 1만 명을 채용하며 AI·바이오·클린테크 등 미래 사업 중심으로 인력을 충원한다.

SK그룹은 올 연말까지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인 4000여 명을 추가 선발해 올해 총 8000여 명을 채용한다. 연구개발(R&D), AI, 기술개발 등 분야가 대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7200명을 뽑는다. 오는 2026년에는 연간 채용 규모를 1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등 미래 신사업 분야가 중심이다.

한화그룹은 상반기 채용 규모인 2100여 명보다 1400여 명 증가한 총 35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올해 하반기 방산 분야에서만 25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채용을 확대할 경우, 국내 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광현 광운대 인공지능융합대학 로봇학부 교수(공학박사)는 “국가의 정책적인 방향과 기업의 기조가 동일한 방향으로 간다는 측면에서 볼 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준우 경남정보대 산학부총장(RISE 사업단장, 반도체전자과 교수)은 “(신산업 분야는)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며 앞으로의 미래에도 먹거리 산업인 만큼, 그 기반이 굳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능별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분야별 전문인력이 산업과 함께 성장해 세계 최상의 기술국가를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깊이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실력을 갖춘 인재들을 원하는 기업들이 점점 증가한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광현 교수는 “예전에는 대학만으로도 취업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기업체 입장에서 보면 학생들의 실력을 더욱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신입이어도 어느정도 경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 것 같다”며 “이러한 기조에 따라, 특히 이공계 학생들은 양적인 경험보다 질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춰 취업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준우 산학부총장 역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현장 직무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러한 채용 규모 확대 기조에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지원 방안을 더욱 체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이공계통에서는 최신 트렌드 등을 반영한 교육이 중요한데, 다소 시간이 흐른 기초과목의 경우 한 학기 동안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며 “고학년들에게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과목을 배치해 가르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학도 점점 실무 중심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고, 실습 수업과 프로젝트 등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학교 차원에서도 학생들이 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업 목록을 구축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학생들은 실습 교육·취업 등을 위해 기업체에서 진행되는 부트캠프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대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규과목이나 새로운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학생들의 실무능력을 강화시키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 산학부총장은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교육 인프라(기자재, 교원 등)의 확충도 필요할 것”이라며 “이공계 우수학생에 대한 장학금 등 지원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학생들의 취업 준비를 위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준우 산학부총장은 “기업이 장기표준현장실습 등을 도입해 학생들이 현장실무능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면 좋을 것”이라며 “기업체에서 장기표준현장실습(현장학기제)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