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라이즈(RISE) 설계자’ 야스토 신슈大 부총장 “지역 정주율 정부 목표치 아무도 달성 못해… 대학 자율성 확대해야”
23일 고베 씨사이드 호텔서 日 신슈대‧오이타대 RISE 설명회‧간담회 진행 ‘2025 RISE 해외 벤치마킹 연수’ 2일차… ‘일본판 라이즈’ COC 집중 강연 신슈대 ‘지역 활성화’ 사례- 오이타대 ‘마을 재생’ 사례 각각 제시 “정량적 수치 목표 달성보다 실제 지역 활성화 반영 가능한 평가 개발 고민해야”
[고베=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국내 전문대 라이즈(RISE)사업단이 우리나라보다 10여 년 앞서 시행한 일본 COC(Center Of Community‧일본판 라이즈)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참여한 ‘2025 RISE 해외 벤치마킹 연수’가 이틀째를 맞이했다.
특히 이날 연수과정에는 일본 COC 설계자로 알려진 유력 인사가 지역 정주율이라는 단순한 정량적 수치에 집착하기보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대학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현재 국내 라이즈 체계하에서 지역 정주율‧취업률은 성과평가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 각 사업 하나의 방향 연계… 계단적‧중첩적 특성 = 23일 일본 고베 씨사이드 호텔에서 오전 오후로 나눠 신슈대‧오이타대 RISE 설명회‧간담회가 각각 진행된 가운데 하야시 야스토 신슈대 부총장은 이같이 밝혔다. 야스토 부총장은 이날 ‘신슈대 COC 사업 사례: 지역 활성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야스토 부총장은 “신슈는 나가노의 옛 지명으로 77개 시를 비롯해 수많은 마을이 존재한다. 특히 일본에서 두 번째로 시골 마을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나가노현은 2000년경부터 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들었으며, 1919년 설립된 신슈대는 현재 학생수는 1만 명으로 25%가 현내 출신이다. 졸업 뒤 40%는 나가노현 내에서 취업하고 있으며, 특히 15%의 학생들은 졸업 뒤 지역에 정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라이즈로 불리는 COC 정책 설계 초기 단계부터 문부성과 함께 핵심 인사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COC부터 현재 COC+R까지 모든 사업들이 계단적, 중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사회적‧정치적 상황 변동에 따라 대학 자율성을 기반으로 인재 양성이 집중적으로 진행 중이다. 다만 제이픽스(J-PEAKS)사업의 경우 연구에 방점이 찍혔다”고 했다. 또한 “대학과 지자체, 기업의 연계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COC사업을 추진해온 바 있다. COC에선 대학에서의 배움을 통해 지역 과제 등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한다. 동시에 대학의 거버넌스 개혁과 각 대학의 강점을 살려 대학의 기능별 분화를 촉진하고 지역재생 및 활성화의 거점으로 조성하는 게 목표다.
신슈대는 지(地‧知) 거점 정비사업을 통해 대학의 지역지향 강화, 즉 지역지향 교육을 체계화해 학생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대학을 지역 활성화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학부 1학년부터 지역 현안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저학년부터 지역 이슈 등에 친화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한다. 한국 라이즈에선 지자체 협력을 기반으로 각 대학에 ‘지역학과 개설’ 등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이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일본에선 COC+사업이 전개됐다. 이는 COC의 확장 단계로 일본 국공‧사립대학과 고등전문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산업의 활성화, 지방으로의 인구 집적 등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대학이 지역활성화 정책을 담당하는 지자체‧기업 등과 협업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고용창출이나 현지 정착률의 향상을 도모한다. 특히 대학은 지자체‧기업과 협동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커리큘럼을 구축 실행한다.
이와 관련해 신슈대는 지(地‧知) 거점 대학에 의한 지방창생 추진 사업을 5년 동안 진행, 대학이 지자체‧기업과 협력해 지역 기업에서 인턴십 등을 확대하고,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늘려 나갔다.
야스토 부총장은 “COC 설계 당시 100년 앞을 생각하고 구성했으며, 대학-지자체 연계를 중요하게 고려했다”면서 “지자체-기업-지역민과 함께 구체적 실현 방안을 구상했으며, 나가노가 산간 지대라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준산간 지역 △문화예술 △지역공생 △방재 △건강‧장수 △다문화협동 등 총 여섯 가지 테마를 도출했다. 나가노‧우에다 등 6개 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OC+는 지역 취업을 촉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지역과 기업에 대해 알게 하는 게 중요했다”면서 “학생마다 역량이 다르고, 지역에 대한 관심도 또한 다르다. 이에 지역에 관심이 있는 학생을 교육대상으로 삼아 지역을 지향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의지가 없는 학생들을 끌어와봐야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 지향 교육에 대한 의지가 큰 학생을 대상으로 부전공 형태로 교육을 시작했다. 이들 학생을 중심으로 지역 과제 리드, 일과 토크를 융합한 이벤트 등을 진행하다보니, 현재 60~80개 기업이 참여하게 됐으며,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능력 향상도 도모할 수 있었다”고 했다.
3단계인 COC+R 사업은 지난 2020년 시작해 올해 마무리된다. 여기서 R이란 Regional Innovation의 약자로 ‘지역혁신’을 의미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고등교육기관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요구를 가진 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대학에도 다양한 사회인을 받아들이기 쉬운 효율적 인재양성 체계 확립이 요구됐다. 지역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에 있는 고등교육기관이 중심이 돼 지역 경제권의 교육과 직업, 교육과 신산업을 이어가는 활동이 불가피하다는 배경이다. 결국 대학‧지자체‧기업 등 각 기관이 협력해 그 지역에서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 커리큘럼을 구축하고, 목표에 근거해 대학과 취업처가 일체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에 대해 신슈대는 ‘대학 주도 지방창생 인재 교육 프로그램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이 지자체‧기업과 협력해 지역 수요를 반영한 교육 커리큘럼을 구축·실시하고, 지역 정착을 촉진한다는 게 골자다.
야스토 부총장은 “COC+에서 더욱 확대된 개념인 COC+R은 기업과 학생 매칭을 넘어 고도화된 커리큘럼 자체를 지자체‧기업과 함께 짜는 단계로 진입한다. 결과 커리큘럼 이슈 취업률 결과가 높아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특히 권역을 훨씬 넓혀 인근 도야마대‧가나자와대와 협력을 추진, 초광역 단계로 확장했다. 일본 지자체의 경우 각기 다른 현이 협업하는 것은 서툰 탓에 대학이 연계해 지자체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대학-기업-지자체 세 주체가 협의 뒤 평가 기준(루브릭)도 마련한다. 사업 종료시 세 대학 총장이 연합해 수료증을 발급하는 등 지역을 초월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 지원은 끝났으나 독립적으로 예산을 만들어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학 스스로 회사를 만들어 기업 협찬 등을 통해 이행하고 있다. 최근 흐름에서 일본 문부성 사업 예산이 서서히 줄어드는 가운데 대학들의 자립 압박이 있다. 신슈대도 회사를 만들어 기업 찬조금을 받는 형태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일본에서는 SPARC사업을 지난 2022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운영한다. 이는 지역 활성화 인재육성 사업으로, 현 성과를 살리면서도 더욱 고도화된 지역연계와 교육개혁을 양축으로 추진한다. 지역과 대학이 일체가 돼 융합적 과제 해결에 도전하는 지역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다. 또한 J-PEAKS를 통해 지역 중심, 특성화를 강조한 연구중심 대학 양성도 병행 추진한다.
■ 연수단 질문 세례… 일본판 라이즈에 큰 관심 반영 = 이날 간담회 현장에선 전문대 라이즈 연수단의 뜨거운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한국 라이즈와 유사한 일본 COC 체계에 대한 높은 국내 관심도가 입증된 장면으로 평가된다.
우선 평가지표 관련 일본 상황에 대한 질문에 야스토 부총장은 “문부성이 최초 제시한 지역 정주율 10% 이상 향상 목표를 달성한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신슈대도 7% 향상 수준에 그쳤다. 문부성의 최초 설계 자체에 오류가 있었던 것”이라며 “지역 정착률을 올리는 건 쉽지 않다. 이후 대학들의 자율성과지표 등 새로운 목표 세우고 추진해 나가면서 성과가 나왔다. 현재 일본 정부는 기존에 설정한 핵심 성과지표를 수정해 대학별 자율성과지표를 신청받는 방식으로 변경해 나가면서 대학 자율성을 확대하고 있다. 정착률만이 지역 활성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실제 지역 과제를 수도권 기업이 참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타지역 기업 취업률도 지표에 포함하는 등 평가범위를 넓혀가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COC와 한국 라이즈의 근본적 출발점이 얼마나 비슷한지’을 묻는 연수단 질의에 야스토 부총장은 “도쿄에는 전 인구의 10%가량 집중돼 있으며, 도쿄와 치바 정도 지역의 인구만이 늘고 있다. 나머지 지역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저출생 문제도 심각하다. 결국 한국 라이즈와 출발점은 완전히 같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수단은 COC 시행을 통해 수도권 일극체제가 얼마나 극복됐는지, 한국에서 제기된 이른바 ‘수도권 역차별’ 문제가 일본에도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야스토 부총장은 “수치로 봤을 땐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통한 지역소멸 개선 효과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다만 COC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은 남는다. 지역소멸 속도를 늦추는 ‘브레이크’ 효과는 있다고 본다. 결국 인구증가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보다 인구감소에 맞춰 대처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도권 역차별 논란’과 관련해 “COC 경우 예산 상한선은 정해져 있었지만, 수도권에서는 신청조차 없었다”며 “도쿄의 경우 지원액은 제로였다. 당시 지역별로 불만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일본 COC 예산은 어느 정도 규모인지에 대한 질의에 야스토 부총장은 “1년에 5천만 엔, 5년간 총 2억5천 엔을 지원받는다”며 “한국 라이즈 대비 크게 부족한 수준이지만 대학들은 국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이른바 ‘브랜딩화’ 수단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히메노 유카 오이타대 교수가 ‘오이타대 COC 사업 사례: 마을 재생’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해당 강연은 연구자 관점에서 본 마을 변화, 이를 통한 지역 활성화 사례들이 소개됐다. 특히 대학 연구소-지자체-기업이 협력해 빈집‧빈터 등 마을 재생, 골목거리 부활 등 우수사례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