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 人사이트] ‘조선의 명장’ 오정철 HD현대중공업 기감 “트럼프 선물 금속 거북선 제작에 사명감… 거북선으로 역사 가치 잇고파”
한미 정상회담 선물 거북선 모형 직접 제작… 울릉도 휴가도 반납 현장·사내대학·전문대 거치며 기술 학습… 금속 거북선 상징성 강조 “체험형·현대기술 접목한 거북선 제작해 미래세대에 울림 남기고파”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이 일은 꼭 제대로 완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제 하루를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거북선 제작 과정은 제 일상에 ‘기술인의 땀과 열정이 어떻게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가’를 깊이 새겨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25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만난 오정철 HD현대중공업 엔진품질기획팀 기감은 인터뷰 내내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거북선 모형을 직접 제작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거북선 모형 제작에 몰두하던 시절은 제 인생에서도 특별한 시간이었다”며 “이 일은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했다.
오정철 기감은 지난 7월 말 외교부로부터 제작 의뢰를 받자마자 예정된 울릉도 휴가를 접고 곧장 울산으로 복귀했다. 8월 초부터 보름 가까이 공방에 틀어박혀 거북선 제작에 몰두했다.
“휴가를 반납하고 매달리다 보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줄었지만 제 마음은 오히려 더 간절해졌습니다. 작업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쏟으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몰랐습니다.”
오 기감은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지혜가 담긴 상징물인 거북선을 직접 제작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영예 중 하나였다. 주변 지인들도 ‘우리 역사와 기술을 대표하는 책임으로 맡게 됐다’고 격려해줬다”며 “다시 한번 기술인의 사명감과 책임을 깊이 느꼈다”고 회상했다.
기계조립 분야 국가품질명장·대한민국명장이기도 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기계에 대한 호기심과 성취감으로 기술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던 중 역사와 기술을 잇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결실이 바로 금속 거북선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제게 지어주신 이름엔 ‘쇠로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며 “쇠로 만든 거북선을 제작하는 건 제 이름과 삶의 의미를 함께 담아낸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기계조립 분야에서 오랜 세월 일하며 늘 내 기술로 나라와 후대에 남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특히 금속은 강인함과 옛것의 의미를 동시에 담을 수 있어 거북선을 금속으로 구현하면 그 상징성이 더욱 빛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술인의 손길로 역사의 가치를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학문적 갈증,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사내대학인 현대중공업공과대학을 거쳐 부산과학기술대 융합기계공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울산과학대 미래모빌리티제조학과 전문기술석사 과정도 마쳤다.
부산과기대 시절 지도교수와 함께 진행한 연구는 교내 캡스톤 경진대회 대상과 특허 등록으로 이어졌다. 울산과학대에서는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한 감성 거북선 개발을 시도하며 거북선에 현대 기술을 접목하는 아이디어도 현실화했다.
그는 앞으로의 꿈도 거북선에서 찾는다.
“더 큰 규모의 거북선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실제로 움직이거나 체험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거북선의 역사적 의미와 기술적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첨단 기술을 접목해 과거와 미래를 잇는 거북선을 만든다면 후손들에게도 특별한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는 끝으로 기술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배움과 성장의 기쁨이 더 컸다”며 “혼자 빛나는 명장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명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