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자흐스탄 정부 “땅·건물 다 대줄테니 직업교육 펼쳐달라”… 韓전문대에 ‘無투자 캠퍼스’ 역제안
삼육보건대·서정대, 카자흐 정부 제안에 공동훈련센터 협의 중 현지 정부 “대학 설립도 가능”… 기존 해외 위성캠퍼스와 차별 카자흐스탄 현지 경제·환율, 권위주의 체제 정책 급변은 리스크
[한국대학신문 김의진·주지영 기자] 국내 전문대들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제안했던 ‘공동훈련센터 모델’이 뜻밖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땅과 건물은 우리가 제공하겠다. 필요하면 대학 설립도 가능하다”며 국내 전문대에 이른바 ‘투자 없는 해외캠퍼스’ 모델을 제안한 것이 본지 취재로 확인됐다. 현지 정부의 유치 희망 대학으로는 삼육보건대와 서정대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국내 대학(일반대·전문대)들이 직접 건물을 짓고 운영하다 사실상 실패로 끝나왔던 이른바 해외 분교·위성캠퍼스 모델과는 정반대의 그림이다. 물론 이 모델 역시 리스크가 완전히 없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현지의 강한 직업교육 수요와 국내 전문대 교육 콘텐츠 역량이 만날 경우 중앙아시아가 국내 전문대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에도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전문대인 삼육보건대와 서정대는 이 같은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제안에 따라 현재 구체적인 설립 형태를 두고 현지 교육기관들과 협의를 이어가는 단계다.
중앙아시아 사정에 밝은 국내 전문대 정책 핵심 관계자 A씨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삼육보건대와 서정대, 두 대학이 카자흐스탄 정부·교육기관들과 우선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게 맞다”며 “한국 측이 공동훈련센터를 제안했는데 카자흐스탄 정부 측에서 오히려 대학 설립까지 가능하다고 역제안을 한 형태”라고 밝혔다.
A씨는 이어 “한국과 카자흐스탄, 또 삼육보건대·서정대 두 대학 간,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 소유권은 누구에게 둘지, 현물 출자는 어떻게 할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올해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고등직업교육 원년을 선포한 뒤 한국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주희 삼육보건대 총장도 본지에 “현지 정부가 땅과 건물을 제공하고 한국에선 교수진과 콘텐츠를 담당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이야기되고 있다”며 “(해당 모델의 경우) 국내 대학으로선 투자 부담은 줄이고 간호·보건·뷰티·드론·전기차·인공지능(AI) 등 우리나라 전문대가 강점을 가진 모듈형 직업교육을 현지 수요에 맞게 수출하는 전략을 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실제로 카자흐스탄 정부는 올해를 ‘직업교육의 해’로 선포하고 기술직업교육훈련(TVET) 개혁을 국가 과제로 추진 중이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기술과 직업교육 시스템을 혁신해 근면성과 전문성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발맞춰 올해 6월 서울에서 열린 ‘고등직업해외인재유치협의회(이하 해인협)-카자흐스탄 교육기관 교류회’에서는 국내 전문대 22개교와 카자흐스탄 9개 대학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산업 디지털화 협력 △교수·학생 교류 △공동 교육과정 개발 △최신 교육기술 도입 등이 담겼다.
당시 국내 독점 언론사로 지정된 본지 취재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교육부 산하기관인 탈라프(Talap) 측은 “한국과 공동교육기관을 설립해 현대적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 해외 분교·위성캠퍼스 실패와 다른 새 모델 =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삼육보건대와 서정대가 추진 중인 공동훈련센터형 해외캠퍼스 모델은 현지 정부의 이른바 러브콜까지 더해지며 현실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과거 국내 대학들이 직접 부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세운 뒤 운영하는 형태였던 해외 분교·위성캠퍼스 방식의 모델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높아진다.
실제 기존 해외 캠퍼스 형태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던 대학들이 재정난, 학생 모집 부진, 현지에서의 인가 관련 갈등 등으로 실패를 겪고 철수한 사례가 많았던 만큼, 이번 해외캠퍼스 모델은 향후 결과도 이전과는 달리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외부 자원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라는 점에서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권위주의 체제 특성상 정책이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
박주희 삼육보건대 총장은 “공동훈련센터형 해외캠퍼스가 전문대 국제화 모델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전역과 교류를 넓혀 학생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조훈 해인협 사무총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은 이날 본지에 “아직은 구체화를 논의하는 초기 단계라 최종 모델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카자흐스탄 정부가 직접 인프라를 제공하겠는 의사를 밝힌 만큼 그간 국내 대학이 모든 부담을 떠안았던 이전 해외캠퍼스 모델과는 출발선부터 다른 그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