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 막차 탄 순천향대·한서대 등 9개교… 혁신 DNA가 당락 갈랐다

재수 끝에 선정된 대학들의 뼈를 깎는 과감한 혁신… 최종 문턱 넘어 초광역 연합부터 자체 수익 모델까지… 지역 강점 살린 차별화 승부수 지역 넘어 세계로…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확산으로 지속가능성 확보

2025-09-28     백두산 기자
교육부는 3기 글로컬대학으로 7개 모델(9개 대학)을 선정했다. 2023년 10개 모델, 2024년 10개 모델에 이어 총 27개 모델 39개 대학이 '특성화 지방대학'이 된 것이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교육부가 2025년 글로컬대학 본지정 결과를 발표하며 대학가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올해는 7개 모델(9개 대학)이 최종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2023년 10개 모델(13개 대학)과 2024년 10개 모델(17개 대학)을 포함해 총 27개 모델, 39개 대학이 ‘특성화 지방대학’으로 지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대학들은 단독 신청한 경성대, 순천향대, 전남대, 제주대, 한서대와 통합 모델인 조선대·조선간호대, 초광역 통합 모델인 충남대·국립공주대다. 이들 대학은 예비지정 단계부터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혁신 모델의 차별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난해 본지정에서 고배를 마셨던 대학들이 이번에는 과감한 혁신안으로 최종 선정의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아쉽게 탈락했던 순천향대와 전남대는 기존 혁신기획서를 더욱 고도화하여 재도전했다. 순천향대는 AI의료융합 분야의 클러스터 구축 모델을, 전남대는 AI와 인문학을 결합한 인간중심 AI 융합인재 양성 모델을 제시하며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이는 단순히 지역 안배에 기대기보다는 ‘혁신성’과 ‘실행력’이 글로컬대학 선정의 핵심 가치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사례다.

■ 통합과 특성화, 혁신 모델의 양대 축 = 이번에 선정된 대학들은 크게 ‘통합’과 ‘특성화’라는 두 가지 혁신 모델로 압축된다. 이번 선정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대학 간 통합을 통해 ‘대규모 벽 허물기’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특히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통합 모델은 국립대 초광역 통합이라는 파격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주목받았다. 오랜 내부 갈등에도 불구하고 글로컬대학 사업을 계기로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고, 캠퍼스별 특성화와 함께 대학-출연(연)-기업 협력을 기반으로 한 R&D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했다.

사립대 간 통합도 중요한 특징이다. 조선대와 조선간호대는 통합을 통해 고급 간호 인력 양성·대학원 강화를 추진한다. 또한 조선이공대와의 협력을 통한 고교-석박사 전방위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웰에이징 분야 특성화 대학을 신설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이들의 파격적인 시도는 1기 선정 대학인 부산대-부산교대, 2기 선정 대학인 원광대-원광보건대와 동아대-동서대 연합에 이어 대학 간 벽을 허무는 혁신이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 동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에 단독으로 선정된 대학들은 단순히 통합이나 연합에 그치지 않고, 각자 지역의 강점과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특성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부산의 경성대는 K-컬처를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MEGA 캠퍼스’와 ‘MEGA 랩’을 구축해 미디어,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K-컬처 산업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고,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한 자체 수익화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무학과·무학년제를 도입해 융복합 교육을 시행하고, 기술지주회사인 ‘K-MEGA 홀딩스’를 설립해 자체 수익 창출 역량을 갖춘 자립형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충남의 순천향대는 AI의료융합 분야에 특화해 ‘AI의료융합 선도대학’을 표방했다. 아산에 교육·연구 캠퍼스, 천안에 실습·실증 지원 캠퍼스, 내포에 상용화 협력 캠퍼스를 구축하는 ‘Triangle 캠퍼스’ 모델을 통해 교육-연구-실증-상용화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클러스터를 완성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 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이식하는 계획을 통해 순천향 글로벌 브랜드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광주의 전남대는 국내 최초로 AI 단과대학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인문학을 결합한 ‘인간중심 AI 융합인재 양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AI 교육을 대학 전반의 학문 분야에 적용하고, 교원 AI 재교육 및 학사구조 혁신을 통해 AI 친화 교육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AI와 미래모빌리티·문화산업을 연계해 지역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AI 기반 디지털 아카이빙 프로그램을 통해 K-문화콘텐츠를 글로벌로 확산하고자 한다.

제주대는 교육과 휴양을 결합한 ‘런케이션(learn+vacation)’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노마드 교육 모델을 제시했다. ‘섬 특화학부’를 포함한 4개 학부를 신설하고, 제주형 글로벌 연구거점인 ‘J-CORA’를 구축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글로벌 이슈 및 지역 연구 협력을 촉진할 계획이다. 또한 성인뿐만 아니라 초·중·고교생, 관광객 등 비전통적 학습자를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도 제공해 지역 전체를 교육의 장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충남의 한서대는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K-항공 선도 항공종합대학’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K-항공 산업의 허브화를 위해 직무 중심 스쿨 체제로 학사를 전환하고, POAM(Production, Operation, Application, MRO(유지보수)) 분야의 교육·연구·창업·정주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제 기준에 맞춘 항공 커리큘럼을 해외에 수출하고, 대학 유휴부지를 활용해 항공 클러스터를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는 등 글로벌 인재 및 기업 유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익화와 글로벌화 = 이번에 선정된 대학들의 혁신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된 부분은 자체 수익 창출을 통한 자립화와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이다. 경성대는 기술지주회사인 ‘K-MEGA 홀딩스’를 설립해 수익화 체계를 구축하고, 조선대·조선간호대는 ‘웰에이징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 운영과 글로벌 자회사 설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글로벌화 전략 또한 돋보인다. 순천향대는 AI의료융합 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이식해 순천향의 글로벌 브랜드를 제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제주대는 ‘J-CORA’ 구축을 통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글로벌 이슈 연구 협력을 촉진하고자 한다. 한서대는 국제 기준에 맞춘 항공 커리큘럼을 수출해 글로벌 인재 및 기업 유치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 ‘될 만한 대학’이 선정됐다?… 남은 과제와 우려 = 이번 최종 선정 결과에 대해 대학가에서는 대체로 “될 만한 대학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랜 갈등 끝에 통합에 합의한 충남대·국립공주대와 두 차례 연속 고배를 마셨던 순천향대·전남대의 극적인 선정은 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서울대 10개 만들기’ 국정과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종 선정된 7개 모델 중 국립대는 전남대, 제주대, 충남대·국립공주대 등 3개 모델(4개 대학)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특히,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 모델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핵심인 초광역 거점국립대 육성의 첫 사례로, 향후 다른 국립대의 통합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국정과제에 맞춰 거점국립대 중심으로 선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사립대나 전문대에도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경우 본지정 이후에도 통합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있다.

이번에 선정된 대학들은 앞으로 교육부, 지자체, 대학 간 협약에 따라 혁신모델 실행을 위한 재정 지원과 규제 특례를 지원받게 된다. 이들이 제시한 혁신 모델이 지역 발전을 이끌고 대학의 혁신을 선도하는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