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생필품 4개에 단돈 ‘천원’… 가천대 ‘천원매점’ 가보니
지난달 3일 가천대서 ‘대학생 천원매점’ 개소 식사류, 국·반찬류, 생필품류 등 4개에 1천 원 “식품류, 생활용품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품목 다양화, 대기 시스템 변화 등도 필요”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16일 오전 11시 50분, 기자가 방문한 가천대 글로벌캠퍼스 학생회관 209호 앞에는 1층까지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오후 12시부터 운영되는 ‘천원매점’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3일 문을 연 천원매점 사업은 최대 9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식품·생활용품 4가지를 천 원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해당 사업은 경기도가 추진하며, ESG 경영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경기도사회복지협의회 푸드뱅크에 물품을 기부해 운영된다. 천원매점은 오는 11월까지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화·목요일에 운영되고 있다.
12시가 되자 천원매점에 방문한 학생들은 저마다 원하는 물품을 바구니에 담는 데 집중한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컵라면, 즉석밥, HMR(가정간편식), 생활용품 등을 종류별로 1개씩 구성해 총 4가지를 구매할 수 있다.
학생들은 물품을 고른 뒤 계좌이체를 이용해 결제하고, 매점 밖으로 나와 이용했던 바구니를 반납하며 손에 든 물건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 “‘가성비’ 천원매점, ‘저렴한 가격’ ‘편리한 접근성’ 등을 통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어” = 학생들은 교내 천원매점에 대해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 등을 토대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천원매점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학교 내에 위치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처음 천원매점을 방문했다는 동양어문학과 2학년 학생 박현진 씨는 “햇반, 컵라면, 냉동만두, 냉동치킨을 구매했다. 천 원이라는 저렴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현재 기숙사에 살고 있는데, 천원매점이 기숙사와 가까이 있어 편리하다. 또한 식사 시간인 12시 경 바로 물품을 구입해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식품생명공학과 학생 남궁민지 씨는 “치킨, 찐만두, 스팸, 폼클렌징 등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품목을 구입했고, 천 원에 4가지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좋았다”며 “천원매점이 학교 안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고, 경제적인 부분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천원매점을 이용하기 위해 40분을 기다렸다는 컴퓨터공학부 2학년 학생 배영찬 씨는 “(천원매점이) 학생들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줘서 좋은 것 같다”며 “천원매점이 꾸준히 운영되기 위해선 학생들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천원매점을 자주 이용한다는 학생들은 천원매점이 운영되는 날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자공학과 3학년 학생 한준영 씨는 “근처에서 동아리를 하고 있어서, 거의 매번 방문하고 있다. 오늘은 점심으로 먹을 것들을 위주로 구매했다”며 “점심값을 아낄 수 있어서 좋고, 부담없이 한 끼를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공학과 4학년 김서영 씨는 “천원매점이 문을 열 때마다 방문하고, 구입하는 품목은 매번 비슷하다”며 “천원매점은 오픈 시간에만 사람이 많고, 3~4시 경에 오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물건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영양학과 23학번 학생 최은성 씨는 “천원매점을 자주 이용하고 있으며, 주로 식품류가 많이 필요해 이들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기숙사에 살고 있다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학생 김서영 씨는 “식품·생활용품을 구매하면 잘 활용하고 있다”며 “필요한 물건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 천원매점 이용 학생들, “다양한 품목 구성도 필요” = 천원매점에서 판매되는 물건이 다양하게 구성되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같은 품목이라도 다양한 종류로 세분화 돼 구성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박현진 씨는 “품목이 좀 더 다양하면 좋겠다”며 “컵라면의 경우, ‘불닭볶음면’과 ‘까르보 불닭볶음면’ 2가지로 구성돼 있다. 다른 종류의 라면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서영 씨(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판매 품목이 좀 더 다양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최은성 씨는 “같은 식품류라도 품목이 겹치지 않도록 구성되면 좋겠다. 원래는 컵라면을 2개 사고 싶었는데, 컵라면이 같은 품목으로 분류돼 하나만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효율적 대기 시스템 구축 △계좌이체 외 결제 방식 구축 △운영시간 변화 등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준영 씨는 “공간이 협소하다보니, 어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한 대기 방법·시스템을 구축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미정 학생은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이용하다보니, 공간이 넓으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서영 씨(컴퓨터공학과)는 “현재는 계좌이체로 결제를 하고 있는데, 악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결제 방식이 변화돼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궁민지 씨는 “한 시간 정도 일찍 문을 열게 되면 점심시간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가천대에 따르면 9·10월 두 달 간 가천대 천원매점을 이용한 학생들은 약 5200명이며, 운영일 당 약 550명의 학생들이 천원매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는 △냉동 간식류(소바바치킨, 냉동볶음밥) △HMR(갈비탕, 육개장) △컵밥류(스팸마요, 참치마요, 치킨마요, 햇반) 등이 인기가 좋았으며 단일 제품의 경우, △클렌징 브랜드 ‘센카’의 퍼펙트 휩 △스팸 △갈비탕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남수 가천대 글로벌캠퍼스 학생지원팀 계장은 “개소 초기에는 학생들이 △컵밥 △냉동간식 △캔 △H&B(헬스앤뷰티) 조합으로 많이 구매했었다. 현재는 △컵밥 △냉동간식 △캔 △컵라면 조합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H&B 품목은 여러번 사용이 가능한 제품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천대는 천원매점을 추진한 계기로 ‘대학생들의 안정적 학업 활동 증진’을 꼽았다. 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을 낮춰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천원매점을 시작하게 됐다는 의미다. 추후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김남수 계장은 “가천대 천원매점은 대학생의 생활비 부담 경감, 협동조합 등 공동체 조직을 통한 협력 등을 키우면서 더 안정적인 학업 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이번 재원은 11월 30일 정도에 집행이 마감되고, 추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발굴, 경기도와의 협력을 통해 오는 2026년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천원매점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재원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 계장은 “대학과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재원을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과, 학생 참여형 협동조합 운영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