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7주년 기획] “‘어떻게’ ‘왜’에 방점”… ‘서울대 10개 만들기’ 예산 투입 방향 설정부터

라이즈(RISE), 5극 3특 연계… 거점국립대 ‘서울대’ 만들기 지역·대학 ‘특성화’ 재정 투입, ‘서울대’ 의미 재정의 필요 “차별적 대학 지원 필요” 정책 타당성·지속성 마련 당부도

2025-10-27     주지영 기자
교육 전문가들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예산 투입에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이재명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거점국립대를 세계 수준의 연구거점으로 육성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정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예산 투입에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각 거점국립대 특성과 지역산업을 고려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재명 정부의 교육분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9개의 지방 거점국립대(강원대, 경상국립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의 역량을 강화해 수도권에 집중된 대학 서열 구조를 없애고 지방 청년의 수도권 유출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방 살리기’ 정책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교육부가 공개한 정책(안)에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와 ‘5극 3특 성장엔진’과 연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라이즈를 기반으로 거점국립대 교육과정, 교원, 장비 등을 지역대학과 공유하고 지역대학과 동반 성장하는 생태계 구축한다. 거점국립대의 기초·교양 교과목, 산학연협력 인프라를 지역 중소대학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5극 3특 전략에서는 거점국립대 ‘특성화’를 위한 힌트를 얻는다. 초광역권 성장 전략에 맞춰 거점국립대를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특성화 분야 연구대학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방시대위원회와 함께 부처 간 5극 3특 지원 정책을 연계하고 산업계·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한다.

■ ‘5년간 4조 원’ 재정 ‘투입’ 전략 세워야 = 정부는 5년간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4조 원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확보된 예산의 배분 기준을 정하고, 본 정책의 타당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교육부는 올해 말에 종료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이하 고특회계)를 5년 연장하고 교육세 개편 방안과 연계해 관련 재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서울대의 40% 수준인 거점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2030년까지 높여 나갈 계획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거점국립대 1인당 교육비는 평균 2520만 원이다. 서울대는 6300만 원이다. 반면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거점국립대 21.6명, 서울대 19.3명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일본 동경대, 중국 칭화대, 싱가포르국립대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하버드대는 발전기금 수입재정이 넉넉해 단순 비교에 한계가 있지만, 수치상 학생 1인당 교육비는 4억 원 이상이다.

교육부는 5년간 4조 원, 연간 8000억~9000억 원의 재정을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투입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도 확보 가능한 예산으로 연간 최소 약 9000억 원에서 최대 1조 3000억 원까지 전망한다. 현재 예산 확보에 대한 방법론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총액에는 이견이 없으나 구체적인 예산 확보 전략을 두고 일치하는 의견은 없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예산 ‘확보’ 방안보다 ‘사용’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 거점국립대에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정부가 5년간 4조 원을 ‘왜’ 투자해야 하는지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지속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가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보다 예산 투입이 필요한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은 세금을 올리거나 예산 지출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다양하다. 예산 투입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송기창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연간 투자하는 예산이 현재 충분한지 혹은 부족한지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이 정책이 1년 안에 끝나는 정책이 아니지 않나. 매년 투입되는 예산이 상대적으로 달라질 것인데, 절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연간 예산이 충분하다 혹은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중간 점검, 엄정한 성과 평가가 함께 설계될 때 예산 투자 효과를 키울 수 있다. 대학이 예산을 ‘어디에, 얼마만큼, 언제까지, 무엇을 위해’ 지원할지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고 짚었다.

■ “대학별 집중투자 분야 선정해 순차적 확대” = 교육계에서는 현재 확보 가능한 예산으로 정책 취지를 살리려면 ‘맞춤형’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점국립대 전체를 ‘서울대’로 키우기보다 특정 학과와 학부를 서울대 수준으로 만들자는 의견이다. 대학 특성화로 접근하는 전략이다.

전호환 부산경남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전 부산대 총장) 본지와 인터뷰에서 “연간 약 1조 원의 재정으로는 9개 대학의 모든 학과를 서울대 수준으로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학별로 예산을 집중 투자할 ‘선도 분야’를 만들고 순차적으로 모든 학과에 전파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처음부터 거점국립대 모든 학과를 서울대 수준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전체 학부를 서울대로 평준화하는 것보다 대학원·연구중심 트랙과 몇 개의 특성화 학부만 서울대 수준으로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립대 총장을 역임했던 라이즈위원회 위원 A씨는 “1~2개 분야를 선정해서 거점국립대 대학원을 선택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예산이 충분한지 혹은 부족한지는 어떻게 예산을 사용하냐에 따라 다른데, 중요한 건 대학에 부여되는 자율성”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서울대’ 의미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에 아쉬움도 남는다. ‘서울대’ 의미가 하나로 통일돼야 대학들이 이에 맞는 예산 투입 전략을 세울 수 있어서다.

배상훈 교수는 “지금으로서 정책 개념도 불명확한 것이 사실”이라며 “‘서울대(급)대학’의 의미에 ‘질 높은 교육과 다양한 학생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명문대학’ ‘세계적 수준의 연구경쟁력을 가진 대학’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높은 대학’ 등 여러 개념이 혼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 교수는 “분명한 것은 ‘서울대 수준의 예산을 쓰는 대학’은 아닐 것”이라며 “각 거점국립대가 교육 명문대학을 지향할지, 연구중심 대학을 지향할지, 어느 분야를 특성화하느냐에 따라 대학별 재원 규모와 사용 방법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기창 교수도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서울대처럼 연구 능력을 높이는 데 있는지, 서울대처럼 교육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있는지, 서울대와 같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 우수교원 확보·지역 인프라 확충도 = 대학에 직접 투입하는 예산뿐만 아니라, 우수교원 확보를 위한 규제 완화와 지역 일자리·정주 여건 개선도 필요하다. 결국 대학과 지역에 학생, 우수교원 즉 ‘사람’이 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이 있는 지역에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기창 교수는 “수도권으로 쏠리는 학생들을 거점국립대에 입학하도록 만들려면 대학에 예산만 투입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기타 인프라도 마련해야 한다”며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우수하게 만들어도 정작 우수한 학생들이 거점국립대에 입학하지 않으면 정책 의미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라이즈 위원 A씨도 “대학이 세계적인 석학을 데려오고 싶은데 급여와 더불어 해외 우수교원을 위한 인프라 제공도 필요하지 않나. 이런 것들이 모두 뒷받침돼야 연구 역량이 강한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다. 우수 학생을 유치하려면 우수교원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 과제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채택했지만, 찬반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지방대 100개 죽이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오히려 이전 정부들에서 꾸준히 시도했던 ‘지방대 육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거점국립대, 지방사립대, 전문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특성에 맞춰 대학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전호환 위원장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차별적 대학 지원 정책’의 효시가 돼야 한다. 대학의 성격, 수준을 무시한 채 지역을 기준으로 한 대학 지원 정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대학을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기능·기술·직업 인력 양성 전문대학으로 구분해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