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 기획] “지역 밀착형 현장인재 양성”… 전문대 라이즈(RISE) 역할 부각

지역 정주형 인재양성 강점… 졸업생 정주 일반대의 1.5배 라이즈 체계 내 ‘평생‧직업교육’ 지자체‧기업과 연동 강화 예산 부족 지적… “전문대 구색 맞추기 수준, 확대해야”

2025-10-27     김영식 기자
최근 진행된 전문대교협과 본지 주관 2025 전문대 라이즈사업단 일본 연수에서 국내 16개 전문대 라이즈사업단 관계자들이 일본 가나자와공대 설명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올해 전국을 대상으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RISE, 이하 라이즈)가 본격 추진 중인 가운데, 라이즈 최대 목표 중 하나인 지역 인재 양성 및 정주 측면에서 전문대학 역할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은 직무중심 실무 교육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특화돼 있으며, 이러한 특성을 통해 지역 밀착형 현장인재 양성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 전문대 졸업생, 라이즈 목표 ‘지역정주 가능성’ 높아 = 22일 전문대학가에 따르면 라이즈 시행 이후 각 전문대들은 체계 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촉진 등을 통한 지역 활성화 노력에 협력하고 있다. 실제 전문대 졸업생들이 해당 지역에 취업하고 생활하는 비율이 일반대 대비 1.5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라이즈 최대 목표인 지역 정주 측면에서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또한 많은 전문대학들이 라이즈에 기반해 지역 산업체와 협력해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와의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대학의 강점인 현장중심 실무 교육과 지역 친화적 특성이 라이즈와 연계함으로써 시너지를 내는 긍정적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아울러 전문대학가에서는 라이즈 시행 뒤 지역의 평생교육과 평생직업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재취업이나 직무 전환을 요구하는 지역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전문대학이 이런 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사회의 평생학습 거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문대학들은 라이즈 시행 이전부터 지역 특화 산업의 니즈를 미리 파악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해 왔다. 예를 들면, 해당 지역에 주력 산업이 있다면 그 산업에 필요한 전문 기술인력을 길러내고, 지역 산업체와 협력해서 현장 실습이나 주문식 교육을 운영하는 등 방식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98%의 비중을 갖는 지역 중소기업들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특히 지역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기초지자체와 연계한 지역현안 해소 등 지역 밀착형 협업 사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라이즈 시행과 맞물려 향후에도 지속 가능한 아이디어가 양산하는 모습이다.

먼저 울산RISE에 참여 중인 울산과학대학교는 지역사회 및 산업체와의 협력을 토대로 지‧산‧학‧연 생태계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울산시 정책과 연계해 지역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협력의 일환으로 울산과학대는 울산 지역 내 다른 전문대 등과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울산 지역에서 발생 가능한 복합 재난에도 적극적 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강원RISE를 수행 중인 강릉영동대학교는 태백시와 협업해 크게 세 갈래로 라이즈를 추진하고 있다. 강릉영동대는 △태백시 G-NEXT-3Lab: 위기대응 공동연구소 △지역수요 맞춤형 기능인력 양성 △태백형 폐경석 기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산업 등 추진을 통해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강릉영동대는 특히 태백시 주민과 청년 협의체 중심의 리빙랩 운영을 통해 지역 위기 상황을 적극적으로 극복해 나간다. 위기대응 공동연구소 운영을 통해 △푸드테크랩: 지역 식재료 활용 AI 레시피, 태백 미식투어, 스마트마켓 운영 △바이오헬스랩: 맞춤형 재활의료, 스마트 재활시스템 구축 △체류형 관광랩: 디지털 노마드 워케이션 공간, 원격근무 유입 프로그램 등을 추진한다.

또한 광주RISE에 참여하고 있는 동강대학교는 지역 특화산업인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관련 인재 양성을 라이즈 계획에 담아 추진하고 있다. 특화 직업군으로 ‘미래 혁신형 제조현장 기능직 전문인력’을 설정하고 지역산업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동강대는 주요 직무로 △스마트제조 공정관리 △품질관리 △금형설계/제작 △소재가공 △AI 제조데이터 분석 △공정자동화 운영 △전기설비운영 △에너지 설비 관리 등을, 세부 직무로 △스마트제조 라인 운영 및 품질관리 △금형설계 및 스마트 가공/조립 △제조공정 자동화 시스템 운영 △생산설비 예지보전 및 스마트 유지보수 △제조데이터 수집/분석 및 공정 최적화 △전기설비 시공 및 유지보수 등을 각각 운영한다.

운영교과로는 △CAD/CAM △스마트품질관리 △제조공정설계 △금형설계/제작 △소재 가공기술 △스마트가공 △PLC제어 △로봇운용 △자동화시스템 운영 △제조데이터 분석 △AI기반 품질예측 △공정최적화 등이 구성됐다.

서울RISE를 수행하고 있는 한양여자대학교의 경우 라이즈를 통해 ‘AI-DX 기반 지역·산업 종합지원 거점 전문대학’이라는 목표를 수립하고, 지역 산업체 재직자들을 위한 맞춤형 AI 직무 교육과 지역 주민 대상 AI 활용 평생교육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기업의 혁신 성장에도 기여하며,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AID(AI-Digital) 교육 선도대학’ 전략을 통해 캠퍼스 전반을 AI 혁신 허브로 조성하고 있다. IT 계열학과의 정원을 확대해 AI 핵심 인재 양성의 기반을 마련하고, 전 학과 교육과정에 AI 활용 교과목을 편성해 AI 핵심 인재와 융합인재를 동시에 양성하고 있다.

이같은 방침을 기반으로 AID교육혁신과 대학의 특성화 계획 추진을 위해 AI 융합혁신센터를 기획처 소속으로 개편하고, 대학 차원의 AI-X(전공직무 융합) 혁신 전략을 추진한다. 센터는 △AI-X 교육과정 확대 △맞춤형 학습지원 △산학연계 강화 △교육 인프라 확충 등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교육과 연구 전반은 물론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대구RISE에 참여하고 있는 계명문화대학교는 지역 현안 대응과 협업을 통해 지역사회 공헌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계명문화대는 우선 대구시의 초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달서구치매안심센터와 함께 ‘시니어라이프케어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라이즈와 연계해 지역사회 고령자의 인지 기능 향상과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한 도예 실습, 맞춤형 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며, 단기적 복지 지원과 장기적 전문인력 양성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구어린이세상, 청소년수련관, 달성군육아종합지원센터 등 다수의 지역 위탁기관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라이즈 세부 프로그램과 연계한 지역 교육·복지 인프라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달서구)의 요청을 반영해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집수리봉사단’을 서비스러닝 프로그램으로 구성, 주거 취약계층의 환경 개선에 동참한다. 이외에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AI·DX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도 CBL 형태로 운영하는 등 디지털 역량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 전문대 라이즈 특화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 = 다만 전문대학들은 라이즈 체계 내 이러한 자신들의 고유한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고,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으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일반대가 딥테크‧R&D 기반 대기업 또는 일부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면, 전문대는 우리나라 기업 98%에 달하는 중소기업과 꾸준히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특화됐음에도 이에 대해 현 라이즈 체계 내에서는 관심도가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전문대들은 라이즈 시행 이후 받게 될 재정지원 규모가 현재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자체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전문대학이 소외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 올해 전국 라이즈 예산 배분 비율을 살펴보면, 일반대 80~85%, 전문대 15~20% 정도로 추정된다.

또한 라이즈를 통한 예산지원의 상당 부분이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될 경우, 실무 교육 중심인 전문대학이 이런 사업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대의 강점인 현장 맞춤형 교육이나 산학협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혜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라이즈센터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라이즈는 일본과 대만 등 해외 사례에 비춰 17개 권역별로 지역현안 과제보다 R&D사업에 예산이 많이 책정됐으며, 공통적으로 반도체‧바이오사업도 들어가 있다”며 “라이즈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지역정주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역현안 과제에 사업비가 많이 책정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센터장에 따르면 실제 서울RISE의 경우 전문대가 많이 선정된 ‘지역현안 문제해결’ 사업은 15개 컨소시엄에 각각 3억 원으로 예산이 배정됐는데, 이는 다른 단위과제에 비해 과도하게 적은 예산이라는 평가다. 또한 송 센터장은 “전문대가 많이 선정된 평생교육 분야에서도 ‘서울평생교육고도화’ 사업에 11개 대학, 각각 4억 원으로 너무 적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송 센터장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도 ‘직업교육강화 및 평생교육확대’가 공약으로 들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도 학력인구가 급감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전문대의 방향성도 미국의 커뮤니티 컬리지와 같은 성인학습자 재교육기관으로 특성화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라이즈 재구조화’가 명시됐는데, 재구조화에 있어 ‘대학이 살리는 지역’, ‘지역이 키우는 대학’이라는 라이즈 취지에 맞춰 지역현안과제와 평생교육에 보다 많은 사업비가 배정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라이즈가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예산 배분이나 사업 구분에서 효율적이고 명확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특히 전문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사업 계획이 부재할 경우, 라이즈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신해웅 서울 전문대학 라이즈사업단협의회 회장(한양여대 라이즈사업단장)은 본지 통화에서 “지역 정주 인재양성이 라이즈의 최대 가치라는 측면에서 전문대는 매우 특화돼 있다”며 “바람직한지 아닌지 문제를 떠나 지역에 남는 대학 졸업생 가운데 대다수가 전문대 출신이라는 게 현실이다. 여러 측면에서 바라봐도 권역별 예산 배분에서 전문대 지원은 ‘구색 맞추기’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라이즈의 본질적 목표 중 하나는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이 경쟁력 있는 대학을 육성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에 많은 전문대학들은 단순히 학생 교육을 넘어, 지자체‧산업체‧연구소 등과 협력해 지역 정주형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의 복합적인 문제 해결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라이즈 시행을 계기로 전문대학은 지역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