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생 사교육비 ‘3조 원’ 사교육 시장의 블랙홀 되나

김문수 의원실, 교육부 ‘N수생 사교육비 조사 모델 보고서’ 공개 ‘깜깜이’ N수생 사교육비 3조 원 시장 추정… 통계 사각지대 해소 시급 N수생 76.4% 사교육 경험, 비용 90% 이상은 ‘부모님 지갑’ 희망 대학 불만족 ‘N수’ 부채질, 대학 미진학 집단의 사교육비 조사 필요

2025-10-24     백두산 기자
2025학년도 수능을 치르는 학생의 모습.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최근 한국 사회의 교육열과 대입 구조 개편이 빚어낸 복합적인 결과로 N수생이 급증하며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수능 응시 재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N수생의 비율은 2022년 26.4%에서 2024년 31.7%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N수생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거나 대학에 진학했어도 다음 대학입학시험(수능)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이다. 이러한 N수생의 증가는 단순히 응시 인구의 변화를 넘어, 천문학적인 규모의 사교육비 지출과 맞물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공개한 ‘N수생 사교육비 조사 모델 개발 용역’ 최종보고서는 이처럼 통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N수생 사교육 실태의 단면을 분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교육부가 충북대학교에 의뢰하여 진행한 연구의 최종 결과물이다.

보고서는 현재 N수생 사교육비 규모가 3조 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N수생 규모와 재수학원 월평균 비용(200만 원 내외)을 활용한 단순 추정치일 뿐, 공식적인 통계는 전무함을 지적하며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3월 발표된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020년 19.4조 원에서 2024년 29.2조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체 사교육비 증가 추세 속에서 N수생 사교육비는 ‘깜깜이’ 영역으로 남아 공교육 정책 수립의 걸림돌이 되어왔다.

■ N수생 사교육비 실태, 불평등 구조 확대 우려 = 이번 시범조사는 2024학년도 17개 일반대의 신입생 중 N수생 175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N수생의 사교육 참여가 매우 보편적인 현상임을 확인시켜 줬다.

응답자 중 76.4%가 대학 진학을 위해 사교육을 경험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고등학교 3학년 시기 사교육 경험률(81.1%)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높은 수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교육 비용 부담 주체와 관련된 분석이다. N수생들은 사교육에 대한 비용 부담이 ‘큰 편이었다(32.3%)’ 또는 ‘매우 컸다(13.7%)’고 인식했는데, 이처럼 막대한 비용의 90% 이상을 보호자가 부담했다는 응답이 74.6%에 달했다.

(자료=‘N수생 사교육비 조사 모델 개발 용역’)
(자료=‘N수생 사교육비 조사 모델 개발 용역’)

이는 N수 경험이 사실상 부모의 높은 경제력에 기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N수생 중 월평균 가구소득 800만 원 이상인 집단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23.4%, ‘잘 모르겠음’ 응답 제외), 이들 고소득 집단은 사교육 경험 비율도 85.5%로 다른 소득 구간 집단보다 높았다.

(자료=‘N수생 사교육비 조사 모델 개발 용역’)

반면, 월평균 가계소득 200만 원 미만 가구의 약 54%는 사교육비 지출이 부담됐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N수가 소득 상위계층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특권’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을 내포하며, 교육 기회의 불평등 구조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다만, 보고서는 가계소득을 모르는 N수생도 35.3%에 달해 N수생의 가계소득과 사교육비 지출 간의 관계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 N수생이 가장 선호한 사교육은 ‘인터넷 강의’ = N수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사교육 유형은 인터넷 강의(EBS 제외, 70.5%)였으며, 다음으로 대입 종합반 학원(35.6%)과 단과 학원(34.1%) 순이었다. N수생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수학(90.6%), 국어(85.7%), 영어(82.6%), 사회/과학(80.2%), 논술/구술(34.6%) 영역에서 사교육을 받았다고 답했다.

(자료=‘N수생 사교육비 조사 모델 개발 용역’)

특히 인터넷 강의의 활용은 N수생들의 학습에 필수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응답자들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꼽은 학습 방법 역시 ‘인터넷 강의(EBS 제외, 29.9%)’였다.

보고서는 N수생이 받은 사교육 유형으로 인터넷 강의(70.5%), 대입 종합반 학원(35.6%), 단과 학원(34.1%) 순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사교육비 지출이 양극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N수생은 여러 유형의 사교육을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인터넷 강의가 N수생의 사교육에 필수적인 사교육 서비스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터넷 강의의 활용은 N수생들의 학습에 필수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응답자들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꼽은 학습 방법 역시 ‘인터넷 강의(EBS 제외, 29.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교육 시장에서 제공하는 ‘문제풀이 전략(64.5%)’과 ‘난이도 높은 문제풀이(59.0%)’ 등의 도움을 얻기 위해 사교육에 참여한다고 답했다.

■ 김문수 의원 “사교육 실태 파악 사실상 부재” = N수생이 대학 입시를 다시 준비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희망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서(40.3%)’ 또는 ‘합격한 대학에 만족하지 않아서(32.5%)’였다. 이는 대학 서열화와 맞물려 N수가 발생하는 핵심적인 원인을 보여준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번 시범조사의 근본적인 한계로 ‘체계적 누락’ 문제를 명확히 짚고 있다.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 방식은 대학에 입학하지 않은 채 N수를 지속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지출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실제로 N수를 했음에도 희망했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응답자가 68.1%, 희망 전공에 진학하지 못한 응답자는 47.9%에 달했다. 이들은 향후 추가적인 N수 시도나 중도탈락 가능성을 안고 있는 집단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보고서는 문항 수정과 다회차 조사, 대학의 협조 강화 등 조사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제언도 덧붙였다.

김문수 의원은 “N수생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현황이나 사교육 등의 실태 파악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라며 “조사 자체가 난관이겠지만, N수생 사교육비의 유형과 규모, 정부 교육정책의 영향력 등을 살펴보기 위해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