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보다 전공”… 인문계는 ‘대학 간판’, 자연계는 ‘진로 전망’ 중시

진학사 수시모집 지원 수험생 1500명 설문조사 결과 ‘학과·전공 적합성’(60.6%)이 ‘대학 네임밸류’(46.9%) 압도 우연철 소장 “수험생들 ‘어디’보다 ‘무엇’을 배울지 고민”

2025-10-29     백두산 기자
전공 체험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듣는 모습. 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6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수험생들의 대학 및 학과 선택 기준이 대학의 간판에서 ‘전공의 적합성’으로 이동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취업과 직결되는 실용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가운데,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수험생 간의 선택 기준 양극화 현상 또한 뚜렷하게 나타났다.

■ 전공 적합성, 대학 네임밸류를 넘어 1순위로 등극 = 진학사가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 지원한 수험생 1500명을 대상으로 대학 및 학과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복수 응답)를 설문한 결과, ‘학과·전공의 적합성’(60.6%)이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 네임밸류’(46.9%)나 ‘취업률 및 졸업 후 진로 전망’(36.2%)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자료=진학사)

이러한 결과는 과거 ‘일단 높은 대학에 합격하고 보자’는 식의 관행적인 지원 전략에서 벗어나, 수험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장래 희망에 부합하는 전공을 우선순위에 두고 진학 전략을 수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최근 수험생들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무엇을 배우느냐’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전공 적합성을 우선시하면서도 가능하다면 더 좋은 대학을 선택하려는 현실적 판단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학 간판을 포기하더라도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려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세태를 반영한다.

■ 인문계 ‘간판’ 중심 vs 자연계 ‘진로 전망’ 중심, 계열별 인식 차이 뚜렷 = 다만, 전체 수험생의 평균적인 변화 속에서도 계열별 지원 심리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양상을 보였다.

(표=진학사)

인문계열 수험생(51.59%)은 자연계열(43.43%)보다 ‘대학 네임밸류’를 더 중요하게 고려했다. 이는 인문사회 계열 전공의 경우 졸업 후 진로 분야가 광범위하거나 특정 직업과 직접 연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평가와 직결되는 ‘학교 브랜드’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자연계열 수험생(62.79%)은 ‘전공 적합성’과 ‘졸업 후 진로 전망’(39.42%) 모두 인문계열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자연계열은 이공계 특성상 전공이 졸업 후 취업 분야와 직결되는 경향이 강하며, 특히 반도체, AI 등 첨단 분야의 폭발적인 성장과 맞물려 전공의 전문성과 미래 실용 가치를 중심으로 진학을 결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 소장은 “인문계는 ‘브랜드 가치’, 자연계는 ‘실용 가치’를 진로 기준으로 진로가 갈리고 있다”며 “이러한 차이는 향후 정시 교차지원이나 학과별 경쟁률 등 입시 전반에 영향을 미칠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