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은 간편결제, 韓학생은 통장 들고 은행으로… 등록금은 ‘아날로그 코리아’
외국인 유학생은 위챗페이·페이팔로 결제… 국내 신입생은 카드도 안돼 전문가 “등록금 결제 표준화 시급… 정부 차원의 통합 시스템 마련돼야”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국내 학생들이 등록금을 납부할 때 외국인 유학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외국인 유학생은 위챗페이(WechatPay)나 페이팔(PayPal)로 간편하게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반면 일부 대학의 신입생은 카드결제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학 현장에선 국제화는 빠르게 진행되지만 정작 국내 학생들을 위한 기본 행정 편의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충북대와 강원대, 전남대 등은 외국인 유학생의 납부 편의를 위해 위챗페이와 페이팔 등 글로벌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스마트폰 몇 번만 터치하면 등록금 납부가 끝나는 수준이다.
반면 국내 학생들의 납부 환경은 사정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에선 여전히 카드결제를 허용하지 않거나 신입생과 편입생, 분할납부 학생의 경우 카드 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대학 394곳 중 등록금을 카드로 낼 수 있는 곳은 123개교(31.2%)에 불과했다. 여전히 학생들 대부분이 가상계좌나 창구 납부 방식을 이용해야 하는 현실이다.
지방의 한 국립대 학생은 이날 본지 제보 메일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위챗페이로 편하게 결제한다는데 정작 우리는 은행까지 가야 한다”며 “등록금 납부 기간이 되면 카드로 결제하려 했는데 불가 안내가 떠서 결국 은행에 직접 갔다. 요즘 세상에 등록금 내려고 줄을 서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대학들의 등록금 결제 시스템은 학교마다 모두 제각각인 상황이다. 본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등록금 결제가 가능한 카드사 수와 방식이 대학마다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는 농협NH·농협BC·국민·삼성·신한·하나·현대 등 7개 카드사와 제휴돼 있다. 학생이 어떤 카드사를 쓰든 비교적 자유롭게 등록금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전남대는 광주은행 카드 한 곳만 가능하다. 특히 신입생은 카드로 등록금을 낼 수 없어 첫 학기 등록금은 반드시 현금이나 계좌이체로만 납부해야 한다.
제주대는 상황이 더 불편하다. 온라인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학생이 직접 은행 창구를 방문해야만 등록금 납부가 가능하다. 등록금 납부 기간이면 학교 근처 은행마다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같은 대학생인데 학교에 따라 납부 방식이 이렇게 다르다는 건 불합리하다”며 “등록금 납부 편의는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금융 선택권의 문제다. 모든 학생이 납부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교육부 차원에서 표준화된 결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수수료 부담에 멈춘 학생 편의… 결국 돈이 문제 =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학마다 등록금 결제 방식이 제각각인 이유는 대부분 수수료 부담 때문이다. 학생이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하면 카드사에 1.5~1.8% 수준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대학마다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처 팀장 A씨는 본지에 “대학이 대신 내기엔 예산이 부담되고 학생에게 떠넘기자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편의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지만 결국 문제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각 대학이 매년 은행이나 카드사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있는 현재 시스템도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협상력이 약한 지방 대학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영남권의 한 사립대 재무 담당자 B씨는 “카드결제를 허용하자는 의견은 내부에서도 꾸준히 나온다”면서도 “수수료를 누가 부담할지 매년 카드사와 협상해야 하는 구조라 쉽지 않다. 학생 편의를 위해 도입하고 싶어도 대학 재정이 빠듯해 실행으로 옮기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은 디지털 결제를 사용하고 국내 학생은 여전히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교육부나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서 전국 대학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통 결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사립대 학생처 팀장 A씨는 “외국인 유학생은 위챗페이나 페이팔로 편하게 납부할 수 있는데 국내 학생은 여전히 가상계좌로 돈을 보내야 한다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등록금 결제 시스템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전국 대학이 쓸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마련해 대학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학생들이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