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Study Korea 300K 이후, 외국인 유학생 정책의 새로운 길을 설계할 때다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장(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2025-11-04     한국대학신문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장(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 정책은 지난 20여 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2004년 「Study Korea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15년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 그리고 2023년 「Study Korea 300K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국가 전략 과제로 추진해왔다. 특히 300K 프로젝트는 단순한 유치 목표를 넘어 교육 경쟁력 강화, 취업·체류 지원, 장기적 인재 확보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정책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 결과,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05년 약 2만 명에서 2025년 25만 명을 넘어섰고, 고급학위 과정의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양적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정책의 초점은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에서 “어떻게 정착시키느냐”로 이동해야 한다. 2024년 기준 외국인 유학생 20만 8천여 명 중 다수가 졸업 후 한국에서의 취업을 희망하지만, E-7 전문인력 비자를 취득한 사례는 전체의 0.4%에 불과하다. 구직비자(D-10) 제도는 존재하지만 체류 기간이 짧고 취업 연계성이 약해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반면 캐나다와 호주는 졸업 후 일정 기간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졸업생 취업비자(Post-Study Work Visa)’를 제도화하여, 유학생을 숙련이민자로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유학생 정책이 단순한 교육정책에 머무르느냐, 아니면 인재이민정책으로 확장되느냐의 분기점을 보여준다.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 정책이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학업–취업–정착으로 이어지는 제도적 경로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졸업생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별도의 졸업생 비자 제도를 신설하고, 이를 국가 인력 수요와 전공 분야에 연계해야 한다. 호주의 subclass 485 제도처럼 학사·석사·박사 과정에 따라 체류 기간을 차등 부여하고, 지방대학 졸업생에게는 체류 기간 연장이나 영주권 가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책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현재 교육부와 법무부는 유학생의 학업 현황, 취업, 영주권 전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지 않아 정책성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반면 호주는 교육부와 내무부가 연계해 국제학생의 졸업률, 취업률, 비자 전환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며 이를 정책 개선에 반영한다. 한국도 유학생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 중심의 단선적 구조를 넘어 지방정부·대학·산업계가 함께하는 다층적 협력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지방대학은 지역 인재 확보의 거점이지만, 유학생의 취업과 정착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지방정부가 지역특화형 비자나 주정부 추천제(PNP)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대학은 진로·취업 지원을 강화하며, 산업계는 인턴십과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연계 모델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Study Korea 300K」는 단기적 성과에 머물 위험이 크다. 호주는 지난 10여 년간 졸업생 비자 개편, ‘진정한 학생(GS)’ 요건 도입, 교육기관 등록제 강화 등을 통해 제도의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왔다. 한국 역시 유학생 정책을 ‘등록금 유치 중심 정책’이 아닌 국가 숙련인력 전략이자 지역소멸 대응정책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이제 외국인 유학생 정책은 교육의 범위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인구정책이다. 학업–취업–정착으로 이어지는 2단계 이민 경로(two-step migration pathway)를 제도화하고, 지방대학과 지역사회의 정착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Study Korea 300K」 이후 한국이 나아가야 할 정책의 방향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