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주윤정 교수팀, DNA 유전체가 어린이 뇌를 설계한다

다유전적 구조가 뇌·행동·정신질환까지 잇는 다차원 지도 발표

2025-11-04     이정환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 삼성융합의과학원(SAIHST) 디지털헬스학과 주윤정 교수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차지욱 교수 공동연구팀은 8620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DNA 유전체, 뇌영상, 행동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유전-뇌-행동을 연결하는 다차원 연관지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원 주윤정 교수(왼쪽), 서울대 심리학과 차지욱 교수

이번 연구는 아동기 신경발달 과정에서 유전적 영향이 뇌 구조와 기능, 행동 전반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세계 최초로 대규모 멀티모달 데이터를 통해 규명한 성과로, 국제 저명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최신 호에 논문명 ‘Polygenic architecture of brain structure and function, behaviors, and psychopathologies in children’ 으로 게재됐다.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63312-6

연구팀은 구조MRI, 확산MRI, 휴지상태 및 과제기반 fMRI 등 7가지 뇌영상 지표, 33가지 복합형질의 DNA 다유전점수(Polygenic Score, PGS), 266개 심리·행동형질을 통합해 분석했다. 또한 고차원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SGCCA(Sparse Generalized Canonical Correlation Analysis) 기법을 적용해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변수들 간의 상호연결 구조를 정밀하게 규명했다.

분석 결과, 인지능력과 관련된 유전자 조합(PGS) 이 높을수록 회백질 용적과 피질 활성도가 높았으며, ADHD·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위험 유전자 조합 이 높을수록 특정 뇌 영역의 활성도가 낮게 나타났다. 즉, 유전적 특성이 아동기의 뇌가 발달하는 방향과 속도를 일정 부분 ‘설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린이 뇌 구조 MRI와 DNA 다유전점수를 연계 분석한 결과, 뇌의 각 영역마다 유전적 영향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7가지 MRI 모달리티로 확장해 뇌 전반의 ‘유전-뇌 연결 지도’를 구축했다.

또한 아동의 뇌영상지표 중 1237개가 유의한 유전율(19~27%)을 보였으며, 구조MRI 지표는 평균 63.2%로 가장 높은 유전성을 보였다. 성인의 뇌와 달리 아동기에는 회백질(평균 23%)이 백질(19~22%)보다 높은 유전율을 보여, 회백질 발달이 유전적으로 더 강하게 조절됨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2-block(PGS-뇌), 3-block(PGS-뇌-행동) 분석을 통해 뇌 구조는 유전적 영향에 더 민감하고, 뇌 기능은 환경적 요인에 더 민감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즉, 뇌의 형태와 크기는 주로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뇌의 활성 패턴과 연결성은 부모의 정신건강, 사회경제적 환경 등 외부 자극에 의해 더 쉽게 변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동기 뇌 발달 과정에서 조기 개입의 시기와 전략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주윤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동기 뇌가 단순히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라, 고유한 유전-환경 상호작용 패턴을 가진 독립적인 발달 단계임을 보여준다”며, “특히 뇌구조는 유전적 청사진에 따라, 뇌기능은 환경적 입력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은 조기중재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종단연구를 통해 사춘기 이후 유전-뇌-행동 연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한다면, 정신질환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고위험군을 조기 선별하는 정밀의학 전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보스턴코리아 혁신연구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