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지역대학이 신수종(新樹種) 인재를 키워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린다

박종철 우리경영연구원장(미국변호사)

2025-11-12     한국대학신문
박종철 우리경영연구원장(미국변호사)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미래는 신수종(新樹種) 사업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신수종이란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과 산업의 씨앗을 심는 일이다. 나무를 심듯 산업의 종자를 기르고 키워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철학이었다. 그가 심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 및 바이오 산업 등의 씨앗은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의 숲으로 성장했다.

최근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AI는 모든 산업을 다시 쓰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중심에 인공지능(AI)을 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 모두 ‘기술과 인재’를 중심축으로 보는 점이다. 이건희 회장은 “10년 뒤를 내다보며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했고, 젠슨 황은 “AI 혁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 그리고 새로운 인재 생태계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의 지역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더 이상 기존 학문을 가르치는 기관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의 싹을 틔우는 신수종의 인큐베이터가 되어야 한다. 기술혁신의 중심이자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는 생태계(Ecosystem)의 출발점이 바로 대학이기 때문이다. 산업과 현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은 의미가 없다. 이제는 현장의 언어로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실천형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이 가장 주목해야 할 신수종 분야는 양자기술(Quantum Technology) 이다. 1927년 솔베이회의에서 태동한 양자역학은 2027년에는 100주년이 되고, 양자컴퓨터, 양자보안 및 양자센서 산업은 미래 보안과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될 것이다. 특히 양자보안은 금융·의료·공공 분야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며, 이를 다룰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둘째는 인공지능(AI) 영역이다. AI 기술(AI Technology), AI 응용(AI Application) 및 AI 전환(AI Transformation)을 포괄적으로 교육하고 실습함으로써 산업의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AI는 더 이상 연구실의 전유물이 아니라 조선·의료·제조·교육 등 모든 분야를 혁신하는 산업의 언어가 되고 있다. AI와 Data 그리고 인간이 함께 일하는 시대를 대비한 실전형 인재가 필요하다.

셋째는 소형 모듈원자로(SMR) 와 수소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산업이다. 탈탄소 시대를 준비하는 핵심 신수종으로, 에너지 전환 기술을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교육 체제가 필수적이다. 넷째는 조선 및 제조 로봇산업이다. 용접·조립 로봇, 스마트팩토리, 해양플랜트 자동화 기술은 대한민국 제조산업의 재도약을 이끌 신수종 분야이다.

이 모든 산업의 공통점은 현장을 이해하는 실무 인재의 부족이다. 따라서 지역대학이야말로 산업 생태계의 연결점으로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 현장과 가까이 있는 지역대학은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실무형 산학연(産學硏)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교육·연구·산업이 유기적으로 순환하며 지역과 국가가 함께 성장하는 신수종 생태계(Ecosystem)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조선소 인근 대학은 로봇용접 학과를, 에너지 벨트 지역의 대학은 SMR·신소재 융합전공을 통해 산업의 수요에 맞는 맞춤형 실무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 이런 지역 주도의 산업-대학-연구 연계가 촘촘히 엮일 때, 지역은 단순한 교육 거점이 아니라 국가 산업의 ‘성장 생태계’가 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10년 뒤를 내다보며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 철학은 젠슨 황이 말한 “AI 혁명은 인재의 혁명”이라는 선언과 맞닿아 있다. 이제 대학은 신수종을 키우는 숲의 씨앗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지역대학이 새로운 시대의 숲을 가꾸는 ‘신수종의 들판’이 될 때,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세계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