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K 혁신 대학을 가다/Interview] 신성식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충청‧강원협의회장(세경대 혁신지원사업단장) “실효성 중심 평가 패러다임 바뀌어야”
신성식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충청‧강원협의회장(세경대 혁신지원사업단장)
[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올해 대한민국 고등교육 생태계에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즉 RISE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2조 원이 넘는 대학 재정지원 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가는 이례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기존과는 완전히 달라진 재정지원 사업의 절차‧구조 등에 대해 치열하게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들은 혁신지원사업 2주기를 마치고 3주기의 한 학기를 보냈다. 지금까지의 2주기 성과를 더욱 확산시키는 한편, 급격히 변하는 고등교육 환경 속 향후 3년간 대학 혁신을 어떻게 이끌지 3주기 사업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전문대학들은 RISE 체제라는 큰 틀 안에서 3주기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지역과 상생하면서 전문대학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제고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해온 권역별 협의회장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를 통해 지난 2주기 사업 성과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3주기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정부에 바라는 핵심 정책 제안까지 심층적으로 살펴봤다.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에 대한 개괄적 소개와 충청‧강원협의회 차원의 역할, 향후 추진방향 등에 대해 설명한다면.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는 전국 전문대학이 참여해 사업 추진의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며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협의체다. 충청‧강원협의회는 충북, 충남, 대전, 강원, 세종권의 대학들이 참여해 권역 내 교육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산업 연계형 교육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역 특성을 반영한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대학 간 협력을 통해 지역산업과 연계한 교육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은 바이오와 반도체, 충남은 자동차와 기계, 강원은 관광·보건·바이오산업에 각각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산업구조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각 대학이 가진 강점을 기반으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런 지역별 특화산업과 연계해 전문대학이 지역산업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협의회의 핵심 역할이다.”
-지난 1‧2주기 상황을 돌이켜보면 일각에선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아쉬운 부분과 3주기를 통해 개선 가능한 부분에 대해 강조한다면.
“사업 초기 대학별로 성과를 수치화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전문대학의 혁신은 단기간의 성과로는 측정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가시적인 지표 중심의 평가로 인해 대학의 내실 있는 변화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각 대학은 교육과정 개선, 현장실습 고도화, 산학협력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혁신을 추진해 왔다. 지난 1‧2주기를 통해 산학협력 기반 구축, 현장실습 질 제고, NCS 기반 교육과정 고도화, 학사제도 유연화 등은 확실히 진전이 있었다.
3주기에서는 단순한 사업실적이 아니라 교육품질의 실질적 향상과 졸업생의 지역정착률 제고 등 실효성 중심으로 평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결국 전문대학이 ‘직업교육 중심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단기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변화’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대학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도 교육부 예산이 106조 3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고등교육분야에서는 글로컬대학, 라이즈를 비롯해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에도 엄청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지원사업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대학 차원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정부의 예산이 글로컬대학, RISE 등 특정 사업에 집중되면서 전문대학의 체감도는 다소 낮아졌고,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대학 내부에서의 전략적 예산 운용은 매우 중요하다.
사업비를 단순히 소모성 예산으로 쓰기보다 대학의 중장기 발전 방향과 연계된 ‘투자성 예산’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재정관리 체계의 투명성과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병행돼야 예산이 진정한 혁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대학의 혁신과 교육성과는 안정적인 대학의 운영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등록금 동결, 학생수 감소, 지역의 인구소멸 등에 따른 대학의 운영예산이 흔들리고 있는 이 시점에 고등교육분야의 예산 투입은 대학 내부의 전략적 예산 운용이 절실하다.”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는 충청‧강원권을 비롯해 5개 권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3주기에선 ‘교육혁신’이 화두로 제기되는데, 충청‧강원권만의 차별화된 교육혁신으로 어떤 걸 짚을 수 있을지.
“충청‧강원권의 대학들은 지역별로 특화산업이 뚜렷하기에 산업 맞춤형 융합교육 모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충북권 대학들은 반도체·바이오 분야 인력양성, 충남권은 자동차부품·기계·에너지, 강원권은 관광·의료·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바이오, 관광, 첨단소재, 농생명 등 각 산업의 인력 수요에 맞춘 맞춤형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지역대학의 경쟁력뿐 아니라, 지역 청년 일자리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학 간 공동 전공과정(공동학위제)을 시범 운영하고, 온라인 기반의 권역 공유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학생들이 권역 내 대학 어디서든 동일한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충청‧강원권이 추진하는 ‘공유·연계형 혁신모델’이다. 지역을 넘어선 교육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학교의 재정적 상황은 천차만별인 상황 속 혁신지원사업비가 대학의 혁신을 이끄는 마중물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별 대학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대학의 혁신은 결국 사람과 문화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예산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인식이다. 사업단만의 과제가 아니라 대학 전체가 혁신의 방향을 공유하고 함께 실행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 간의 협력 역시 중요하다. 개별 대학이 가진 장점을 공유하고,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상호보완적인 발전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자율적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충청‧강원협의회는 ‘권역별 평가 역량 강화 워크숍’, ‘성과지표 공동 개발’ 등 실질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타 권역과의 교류·협력도 중요하겠지만, 권역 내 교류·협력도 중요할 것 같다. 이같은 측면에서 충청‧강원권 회원교 간 정보교류 및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현재 권역 내 22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혁신지원사업 성과공유 포럼, 성과관리 담당자 워크숍, 산학연계 우수사례 발표회를 개최해 실무적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협의회 산하에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각 대학의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성과분석, 데이터 관리, 혁신과제 실행 등 실질적인 협업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필요시 타 권역과의 연계 워크숍도 추진하고 있다. 대학 간 교수교류, 공동 연구과제 발굴, 학생 공동프로그램 운영 등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네트워크를 넘어, 지역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대혁신지원사업발전협 차원의 다가오는 중요한 일정이나 행사 등 현안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충청‧강원협의회는 11월 26일부터 2박3일간 모든 회원대학들의 학생이 참여하는 ‘학생 취·창업 경진대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창업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경험을 통해 추후 사업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지역협력 및 아이디어 기반 청년창업기초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2주기 때부터 ESG실천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시작으로 3주기까지 이어지는 대학 간 공유협업 및 지역 상생발전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충청‧강원협의회 회장으로서 역할과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충청‧강원협의회는 대학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 지역 맞춤형 교육혁신 모델을 확립하고자 한다. 또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대학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소통할 계획이다.
전문대학의 혁신은 지역의 혁신과 맞닿아 있다. ‘지역이 살아야 대학이 산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결국 지역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전문대학,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혁신의 완성이다.”
-마지막으로 교육 당국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문대학이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 중심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각 대학이 처한 여건과 지역 산업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잣대보다는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운영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현장의 자율성을 믿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설계한 혁신계획을 적극 지원한다면 그 결과는 곧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충청‧강원협의회는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회원대학들과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고, 지역과 함께 혁신의 길을 열어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