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커닝’ 파장 연세대… AI 사용 정황도 확인돼

3학년 비대면 중간고사서 부정행위 정황… 교수 “자수 땐 0점, 숨기면 유기정학” 해외 대학도 AI 활용 부정행위 급증… “평가 방식 근본 재설계 필요”

2025-11-10     윤채빈 기자
연세대 전경. (사진=연세대)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연세대 비대면 중간고사에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챗GPT 등 AI를 사용한 학생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교수는 “자수하는 학생은 0점 처리, 발뺌하는 학생은 유기정학을 추진하겠다”고 공지했다.

문제가 된 수업은 자연어 처리와 거대언어모델(LLM) 등 생성형 AI를 배우는 3학년 과목이다. 약 600여 명이 수강하는 대형 강의인 만큼,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15일 실시된 중간고사도 비대면으로 치러졌다.

시험은 온라인 시험 사이트에 접속해 객관식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다. 교수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시험 시간 동안 컴퓨터 화면과 손, 얼굴이 나오는 영상을 촬영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화면에 창을 여러 개 띄우 등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조교들과 영상을 전수 조사해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한 교수는 “자수하는 학생들은 0점 처리를 하고, 발뺌하는 학생은 학칙대로 유기정학을 추진하겠다”고 공지했다.

이후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50명 중 40명은 자진신고했으며, 나머지 10명은 별다른 연락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세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험 운영 지침과 윤리 강령을 마련하는 등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내부 장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여겨 내부적으로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 대학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5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업 윤리 위반 사례를 조사한 결과, 2023~2024년 AI 도구를 이용한 부정행위는 약 7000건으로 확인됐다. 학생 1000명당 5.1건으로, 전년도(1.6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시비 찬드라(Shivi Chandra) 정책분석가는 “구두·서면 등 평가 방식을 다변화해 AI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유망한 전략”이라며 지난해 열린 OECD Education and Skills Today 웨비나에서 밝힌 바 있다. 필립 도슨(Phillip Dawson) 디킨대 교수는 “원격 시험 감독은 억제 효과는 있으나, AI 사용을 교모히 숨길 경우 탐지 정확도는 낮다”며 “AI 연구자들과 협력해 감독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