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가 키운 콘텐츠, 지상파·OTT로 간다 “실무교육의 결실”

한국영상대 ‘강치 아일랜드’ KBS 방영, 부산경상대 ‘맛섬월드’ 등 잇단 성과 콘텐츠·디자인·영상 학과 5년 새 28% 급성장…실무 프로젝트 2배 확대 급증 정부, 마이스터대 전문기술석사 정책 지원 “전문대, 콘텐츠 산업 공급망으로”

2025-11-11     김의진 기자
박지연 한국영상대 만화웹툰전공 교수가 집필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 포스터 (사진=한국영상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콘텐츠 산업의 무대가 점차 대학 캠퍼스 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장 중심 교육을 기반으로 한 전문대의 작품들이 지상파와 OTT 플랫폼에서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대의 실무 중심 전문인력 양성이 실제 산업 성과로 이어지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콘텐츠 산업에서 전문대 출신 인재들의 활약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상과 웹툰, 게임, 디자인 등 창작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대 교수·졸업생들이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연 한국영상대 만화웹툰전공 교수가 집필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는 지난 5일부터 KBS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작품은 독도의 마법학교를 배경으로 한 13부작 애니메이션으로, 독도와 해양 생태 보전을 소재로 한 교육적 메시지를 담았다. 경북도와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 협력했고 한국영상대 창작 인력이 제작 핵심으로 참여했다.

부산경상대 웹툰애니메이션과에서도 국내 최대 콘텐츠 종합전시회인 ‘광주 에이스 페어(ACE Fair)’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맛섬월드(MATSUM WORLD)’를 선보였다. 학생들이 졸업작품으로 완성한 애니메이션이 실제 작품전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얻어낸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OTT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용 제작 툴을 활용한 영상으로, 실제 현장에서 상용화되는 과정을 그대로 적용했다.

■ 콘텐츠 산업 인력, 전문대가 현장 허브로 = 실제 통계에서도 콘텐츠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높아지는 실무형 인재 수요를 전문대가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5년 2분기 콘텐츠 산업 동향’을 보면, 국내 콘텐츠 산업 종사자는 이미 66만 명을 넘어섰다. 절반 이상은 영상 제작, 게임 개발, 웹툰 창작, 그래픽 디자인 등 창의력과 기술이 필요한 실무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콘텐츠 업계에서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는데 이에 전문대가 강점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통계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전국 전문대에서 콘텐츠·디자인·영상 관련 학과 수는 5년 새 약 28.3% 늘었다. 산업 현장에서 콘텐츠 제작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전문대의 발 빠른 대응이 낳은 결과다. 재학생 수는 전체적으로 6만 명대를 유지하며 큰 변동이 없지만 실제 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교육 비중은 5년 전보다 2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영근 대림대 교무입학처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전문대 교육은 산업 현장과 연결돼 있다”며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운다는 점에서 중견 제작사들이 전문대 졸업생 인턴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정부도 전문대 중심 인재 육성 나서 = 정부도 콘텐츠 산업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보고 이를 뒷받침할 전문인재 양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현장형 인재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부 역시 서울예대에 첨단미디어 융합콘텐츠 석사과정을 인가하는 등 전문대를 변화의 중심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대가 콘텐츠 산업의 수요를 흡수하는 기반이 충분히 갖춰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산업계 요구를 가장 빠르게 이해하고 실무 인재를 길러내는 콘텐츠 공급처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영주 부산경상대 대외협력부총장(웹툰애니메이션과 교수)은 통화에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배우는 학생들은 실제 제작사나 플랫폼이 의뢰한 과제를 직접 맡아 기획, 촬영, 편집 등을 경험한다”며 “산업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배우게 되고 졸업할 때쯤이면 현장의 제작 시스템에 익숙한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현 한국만화웹툰평론가협회 회장도 본지에 “콘텐츠 산업은 기술 변화가 빠르고 제작 주기도 짧기 때문에 현장 실무형 인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라며 “전문대가 가장 잘 맞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이어 “전문대의 교육 혁신이 콘텐츠 산업의 생산성,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