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글로컬30… “전문대 정체성 맞는 평가 기준 있었는지 의문”
글로컬대학 3차 본지정 “변동 없다”…‘전문대 단독형 0개’ 전문대 사회 “지역 안배도 일반대 위주, 직업교육 소외” “전문대 정체성 강조하면서 특성 고려한 평가 어디에”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최근 교육부가 글로컬대학30 3차 본지정 결과를 변동 없이 확정하면서 글로컬대학30에서 전문대학 단독형 모델은 0개에 그쳤다. 전문대학은 연합·통합형으로만 선정되면서 전문대학 사회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볼맨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1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교육부는 글로컬대학30 3차 본지정을 기존과 동일하게 7개 모델(9개교)로 확정했다. 일반대 2건, 전문대 1건의 이의신청은 수용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문가위원회에서 이의신청 검토를 마쳤고, 별도로 이의신청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당초 발표했던 7개 모델에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육계 특히 전문대학 사회에서는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이 소외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역 안배도 일반대학 위주로 이뤄졌을 뿐 “대학 특성을 고려한 균형은 무너졌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특히 전문대학 사회에서는 교육부가 ‘전문대학 정체성’ ‘특성’을 강조하며 글로컬 혁신을 주문했지만, 평가 과정과 선정에서 전문대학 정체성과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본지에 “글로컬은 벽 허물기를 내세웠지만 전문대학은 현장 실무인재 양성이 본령이고 일반대학은 학문·연구개발 중심”이라며 “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전문대학은 구조적으로 분리하다. 체급이 다른데 같은 링에 올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글로컬대학30에 초광역 연합 모델로 참여하고 있는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도 아쉬움을 전했다. 남성희 총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당연히 전문대학 단독 모델이 하나는 들어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대구보건대는 광주보건대, 대전보건대와 ‘한달빛글로컬보건연합대학’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남 총장은 “교육부에서 글로컬대학30 예시 모델로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독일 미텔스탄트 대학을 제시했다. 미텔스탄트 대학은 전문학사-학사-석사과정까지 있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라며 “이 대학들의 혁신성을 기대하고 국내 대학들에게 소개했다면, 당연히 전문대학에도 기회가 많았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평가 기준에 대한 아쉬움도 더해졌다. 평가위원도 전문대학보다 일반대학 이해가 높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위원 구성에서 전문대학 위원들이 일반대학 위원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나왔었다.
남성희 총장은 “글로컬대학 수행 과정에서 컨설팅해주는 평가위원들이 대부분 일반대학 중심의 시각을 갖고 있다”며 “전문대학 평가위원이 얼마나 포함돼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대학에게 특별 대우를 해달라는 게 아니다. 전문대학 정체성에 맞는 평가 기준이 따로 있었느냐가 의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남 총장은 “글로컬대학을 위한 컨설팅을 받을 때마다 ‘전문대학 정체성’을 생각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전문대학 정체성’을 강조한다면 평가에서도 전문대학들이 정체성을 가져갈 수 있는 기준을 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승호 전문대교협 수석부회장(충청대 총장)도 본지에 “동일 트랙의 동등 경쟁이 아닌 다른 트랙의 공정 경쟁을 요구한다”며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을 구분해 역할을 설계해야 한다. 지금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전문대학이 아무리 혁신 모델을 만들어도 판 자체에서 배제된다. 불공정해도 너무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송승호 부회장은 또 “최근 일반대학이 하방 전략으로 2년제 과정까지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원광대·원광보건대 통합처럼 일반대가 전문학사까지 운영하겠다고 나서면 전문대학의 자리는 어디 있느냐”며 “이대로 일반대학 중심으로 정책과 재정지원이 설계되면 전문대학 혁신은 어렵다”고 덧붙엿다.
교육부는 지난 9월 글로컬대학30 최종 발표에서 총 7개 모델(9개 대학)을 본지정했다. 경성대, 순천향대, 전남대, 제주대, 조선대·조선간호대, 충남대·국립공주대, 한서대 등이 최종 명단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