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장 “강력한 연구와 실용으로 무장한 한국의 ‘난양공대’ 만들겠다”
취임 후 2년, 국립대학 육성사업 2년 연속 최우수 S등급 달성 쾌거 ‘무전공’ 학생 선택권 70%까지 확대…융합 인재 양성 토대 마련 의과학·국방융합과학대학원 설립 등 미래 산업 수요 선점 박차 교육부 아닌 과기부·지자체·기업 연계로 ‘글로벌 탑티어 대학’ 비전 구체화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서울과기대의 최종 목표는 싱가포르의 난양공대(NTU), 홍콩과기대(HKUST)처럼 실용적인 연구와 첨단 인재 양성에 특화된 초연구 집단 대학이 되는 것이다.”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장은 지난 2년의 임기 동안 대학 안팎으로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취임사에서 제시했던 ‘미래지향적인 글로벌 연구의 중심기관으로 성장’이라는 비전을 구체화하며, 단순히 서울의 일반 종합대학을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의 난양공대(NTU), 홍콩과기대(HKUST)와 같이 ‘초연구 집단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김 총장은 “줄 세우기식 대학 평가를 벗어나 기업과 학생이 선택하는 ‘강한 대학’이 되어야만 미래 생존이 가능하다”며, 특히 국가 재정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과기부, 지자체, 글로벌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대학 발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의 말에서는 대학 경영의 어려움보다는 미래 비전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묻어났다. 한국 고등교육의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김동환 서울과기대 총장을 10일 서울 공릉동 서울과기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 취임 후 임기의 절반을 보냈다. 지난 2년에 대한 소회는.
“우리 서울과기대는 구성원 간의 갈등이 적고 합리적 판단을 하는 좋은 대학이다. 발목 잡는 문제가 없다 보니, 대학 발전을 위한 혁신 방향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일체된 마음으로 함께 고민해 주고 있어 고마운 마음이다. 이는 서울과기대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사적인 욕심 없이 10년 후의 대학을 준비한다는 일념으로 임하고 있다.”
- 취임 후 서울과기대에 많은 성과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인지.
“국립대학 육성사업에서 2년 연속 최우수 S등급을 받은 것은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다. 매년 150억 원에 가까운 지원금을 받는다는 것은 전체 등록금 규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큰 재원이다. 특히 교육 혁신 성과 부문에서 학생 중심의 전공 선택권 확대를 위한 학사 제도 개선 등 차별화된 노력이 인정받았다. 4단계 BK21 사업에서 컴퓨터공학과와 기계설계로봇공학과가 신규 선정된 것도 큰 성과다. 무엇보다 우리 대학 교수님들의 연구 참여가 많아지고 집단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R&D 규모가 1년 만에 30%나 증가(작년 700억 원에서 올해 950억 원 돌파)한 것이 가장 고무적이다. 정교수가 되어서도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고 오히려 실적이 더 좋은, 연구에 대한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교수진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평판의 경우 서울과기대의 입시 성적은 이미 사회적 평가를 넘어서고 있다. 수시 교과전형을 기준으로 전체 학과 중 절반에 가까운 학과의 입학 성적 평균이 1등급대를 기록했으며, 전체 평균은 2.07등급이다. 정시 성적 역시 공개된 데이터로 볼 때 전국 15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서울과기대는 의대가 없어 규모의 한계는 있지만, 의대가 없이도 충분히 강한 대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대학의 교수진은 이공계 출신이 70%이기 때문에 포텐셜이 매우 높은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줄 세우기’ 프레임을 벗어나 대학 본연의 가치, 즉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 최근 ‘무전공’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서울과기대는 이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대학의 아이덴티티를 키워나갈 계획은 무엇인지.
“서울과기대는 무전공 제도(자유전공)를 통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만 100% 무전공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국립대학이 존재하는 이유, 즉 사회적 인기가 없어도 최소한의 인재는 유지해야 할 특수 분야의 몫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체 정원의 70% 정도를 고유전공 선택에 맡기고 30%는 자유전공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전체 구성원 동의를 얻어 진행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히는 쏠림 현상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충격 요법으로 보고 있다. 1년 뒤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학과들은 생존을 위해 경쟁하게 된다. 학과가 발전하지 않으면 학생 고객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으니 커리큘럼, 교육 방법, 환경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비인기 학과도 최소 인원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술 수요가 생기면 그 가치가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칭)자유전공 지원센터를 신설해 학생들의 전공 탐색과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1학년 과정 동안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한 혜안을 갖추도록 워크숍, 상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 현재 한국 고등교육이 위기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위기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한국 고등교육의 위기는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나 등록금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위기는 바로 ‘우리만의 한국형 대학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대학이 똑같은 지표를 가지고 똑같이 서울대 모델을 흉내 내고 있어, 특성화나 혁신이 불가능하다. 그 결과 대학들이 특성을 잃고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해법은 분명하다. 획일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각 대학이 인재 양성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서울과기대가 첨단 분야 인재를 키우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각 대학별로 모델을 찾아야 한다. 특히 국가 재정 지원이 공정성 논리에 갇혀 모든 대학에 똑같이 나눠지는 방식은 혁신을 저해한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키우고자 하는 대학이나 특성화 분야에 예산을 과감하게 밀어주는 차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관료적 논리로 개별 대학의 혁신을 통제하는 것은 결국 국가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것이다.”
- 서울과기대의 핵심 비전인 ‘글로벌 탑티어 대학’, 특히 ‘한국의 난양공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와 관련해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는지. 구체적인 혁신 모델은 무엇인지.
“서울과기대의 최종 목표는 싱가포르의 난양공대(NTU), 홍콩과기대(HKUST)처럼 실용적인 연구와 첨단 인재 양성에 특화된 초연구 집단 대학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는 난양공대 출신 교수님이 여럿 계셔 그 모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서울과기대가 추구하는 ‘강한 대학’은 ‘기업과 학생이 선택하는 대학’이다. 단순히 서울대 모델을 좇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기업에 보내는 대학이 되는 것이 저희의 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울과기대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필요하다면 학부 정원을 줄이고 대학원 중심으로 가는 구조조정까지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 확보 채널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교육부의 제한된 재정 지원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 과기부의 R&D 예산 확보, 남양주 왕숙지구 3기 신도시 첨단산업단지 협력 등 지자체 및 산업계와 연계해 재정 기반을 혁신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것이 바로 ‘경기기계공고-서울과기대 첨단 공동 연구·훈련 센터’ 설립이다. 경기공고 유휴 부지에 290억 원 규모의 훈련센터를 세워, 대학과 고등학교가 상생하는 선취업-후진학 혁신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경기기계공고 학생들은 서울과기대의 로봇 공학자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반도체 장비를 직접 운용하고 고치는 훈련을 받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한 학생들은 졸업 후 곧바로 로봇 기업이나 반도체 테스트 기업에 취업하게 되며, 이후 필요성을 느낄 때 대학에 와서 고도화된 공부를 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단순히 로봇 운용 인력을 키우는 것을 넘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한국형 AI를 만드는 인적 자원을 길러내는 교육 혁신이자, 지역 사회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국방융합과학대학원과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했다. 설립 배경과 미래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서울과기대는 산업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분야를 먼저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먼저, 국방융합과학대학원은 K-방산이 뜰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선도적으로 만들었다. 방위산업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첨단 인력, 즉 국방 방호, ICT 융합, 로봇·AI, 경영·안전 등 5개 학과를 운영하며, 군·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고급 인재를 양성한다. 초기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제는 플랫폼이 완성되면서 기업들의 인력 양성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SeoulTech-KIRAMS 의과학대학원은 원자력병원과 공동 운영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바이오·메디컬 분야는 인간 수명 증가에 따라 수요가 무한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학 바로 옆에 있는 원자력병원(한국원자력의학원)과의 협력을 통해 방사선의과학, 의생명과학 분야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자 한다. 이 두 기관의 협력은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까지 같이 진행되기에 시너지가 크다.
특히 2026학년도부터 학생을 모집하는 바이오메디컬학과는 이번 수시 모집에서 45대 1이라는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입증했다. 졸업 후에는 제약 산업, 바이오메디컬 디바이스 회사, 나아가 IAEA(국제원자력기구) 등 글로벌 기관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국제적 역량을 키워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현장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 융합 인재 양성이 핵심이라고 했는데, 서울과기대만의 차별화된 ST융합연구 지원 사례가 있는지.
“융합 연구의 활성화는 대학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다. 서울과가대는 이공계와 비이공계 연구자들의 공동 연구를 지원하는 ST융합연구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실례로, 조형대학의 도예학과 교수님과 공대의 세라믹스 전공 교수님, 기계전공 교수님이 모여 도자기 표면처리 기술을 새롭게 개발한 사례가 있다. 전통적인 유약 방식이 아닌 새로운 기계 가공 및 재료 기술을 접목해 커머셜화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자기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교수님들은 의기투합해 특허를 출원하고 연구과제화를 준비하는 결실을 맺었다.
또 다른 예로, 문예창작과 교수님과 IT 교수님이 만나 AI 기법을 활용해 영상 제작을 하는 융합연구를 진행했는데, 이 연구는 문체부 콘텐츠진흥원 과제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학생들은 글이 실제 영상으로 형상화되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교수님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대학 본부가 마중물 역할로 시딩(seeding) 연구비를 제공하면, 교수님들이 의기투합해 정부 과제나 기업 펀드를 신청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 서울과기대는 우수한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10년 후에는 한국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아 연구 역량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 국제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 서울과기대는 ‘우수한 이공계 유학생 유치 및 정착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마라(MARA) 장학생 등 상위 3%의 우수 인재를 유치해 1년 반 동안 한국어와 기초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킨 후 2학년 때 해당 학과로 배정하는 구조다. 이들은 학부부터 석·박사 과정까지 거쳐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취업을 연계할 계획이다. 한국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중견기업에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인재를 공급해 한국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국가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QS 랭킹 관리도 시작했다. QS 랭킹이 좋아야 뛰어난 외국 학생들이 선택하기 때문이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순위가 만족스럽지 않지만 조만간 500등 안에 진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한국에 유학 온 이들을 글로벌자유전공학부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향후 대학원의 연구 역량을 키우는 핵심 자원이 되도록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남은 임기 2년 동안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둘 계획인지. 또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남은 임기 2년은 ‘글로벌 탑티어 대학’으로 가기 위한 기반 작업을 완성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특히 재정 확보 채널을 다변화하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교육부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과기부, 지자체, 그리고 기업과의 협력 모델을 구체화해 대학의 발전이 특정 정부 정책에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화하겠다. 궁극적으로는 ‘한국형 대학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지금 한국 대학들은 미국 대학 모델이나 타 대학을 답습하고 있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서울과기대가 첨단산업 분야 인재를 키우는 데 특화된 강한 대학의 모델을 제시하고, 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전국 대학이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의 목표는 명확하다. ‘서울과기대를 한국의 난양공대와 같이 기업이 선택하는 강한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고, 다음 총장이 그 정신을 이어받아 흔들림 없이 나갈 수 있도록 튼튼한 토대를 구축하고 물러날 것이다. 대학 경영은 립서비스가 아닌 행동이다. 목표가 정해지면 반드시 이루어내는 학자 정신으로 이 대학을 이끌어 가겠다.”
■ 김동환 총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 학사,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울테크노파크 본부장, 산학협력단장, 대학교수평의회 의장, 대한기계학회 제68대 회장을 역임했다. 2023년 12월 서울과기대 제1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백두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