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권순황 대림대 총장 “‘학생 행복’ 위해 소통하는 총장으로서 역할 다 할 것”
지난 8월 대림대 제9대 총장으로 취임 약 40년 간 LG전자서 법인장·사장 등 거쳐 약 2년 동안 대림학원 이사 근무 경력도 취임 후 100일… “구성원과의 소통 주력” “성숙한 인격, 외국어 역량 등 갖춰야” 조언 “인바운드 유학생 프로그램 확대 계획도”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권순황 대림대 총장이 취임한 지 어느덧 100일이 지났다. 약 40년 간 LG전자에 몸담은 만큼 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권순황 총장은 대림대 총장으로서 교육계에 첫 발을 내딛은 ‘새내기 총장’이다.
1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권 총장은 LG전자 법인장, 부사장, 사장 등을 두루 거친 이른바 ‘성공한 기업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 누구보다도 교내 구성원들과의 겸손한 소통을 지향하는 모습이었다.
권 총장은 약 2500명의 학생들과 1시간 가량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순황 총장은 “WCC홀에서 학생들과 학과별로 1시간 정도 소통했던 시간이 제일 소중했다. 학생들을 이해해야 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학교의 정책은 학생들에게 집중돼야 하는 것 아닌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대화를 통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진지한 학생들도 많아서, 제 스스로가 많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고, 이러한 생각들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돼 대단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학생들과의 만남 중 기억에 남는 학생에 대한 일화도 꺼냈다. 간담회를 통해 강조했던 부분들에 대해 한 학생이 총장에게 추가로 조언을 구한 것이다. 권 총장은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간담회에서 보낸 시간이 더욱 의미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간담회에서 제가 15분 이야기하고 45분동안 학생들과 ‘질의응답(Q&A)’ 시간을 가졌는데, 학생들에게 두 가지 강조했다”며 “첫째, 사회생활에서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성·품성을 갖추면 이는 본인들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는 자세, 정의로운 것과 정의롭지 않은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자세 등을 갖춘 자는 여러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둘째, 글로벌 시대 속 외국어 역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외국어를 한 가지라도 능숙하게 할 수 있다면, 자신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는 기초 역량이 되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순황 총장은 “그런데 어떤 학생이 ‘총장님, 제가 영어 공부를 정말 잘하고 싶은데 여기서 어떻게 잘하는지 방법을 알려 주시겠습니까?’라고 묻더라. 그래서 더 알고 싶으면 총장실로 찾아오라고 했었다”며 “그랬더니 며칠 후 교무처에서 그 학생이 저를 찾는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그 학생과 제가 학교 다닐 때 영어 공부한 내용, 독서의 중요성 등 총장실에서 30분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 학생이 저를 찾아온 사실 자체가 뭉클했다”고 전했다.
권 총장은 향후에도 대학 구성원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과장·교수들과의 1:1 면담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저’라는 사람을 보여주고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면, 더욱 큰 일을 해낼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통은 진솔하고 진정성이 담긴 마음의 전달이라고 생각한다. 졸업생들의 차별화된 경쟁력 강화에 목표를 두고 소통한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통의 방식은 이 이상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툴(Tool)을 활용해 이메일 등 형식으로 소통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제가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8월 대림대 제9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LG전자에 40여 년 간 근무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지난 1984년부터 38년 간 LG전자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변화에 참여했던 경험들이 지금까지도 저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 것 같다. 이곳에서 했던 일들을 통해 인정받아 회사 내에서도 여러 주요 보직들을 역임했던 것 같다. 사람이 살면서 겪은 ‘성공 경험’ 하나하나가 그 사람의 나머지 인생을 지탱하고 더욱 발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대림대가 1977년 개교 이래로 우수한 전문 인력을 배출하며 사회적 기여를 해왔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구조에 적극 대응해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전략적 아젠다(Agenda) 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해결해가며 대한민국을 넘어선 글로벌 대학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 취임한 지 100일을 넘겼다. 업무 파악은 잘 이뤄지고 있나.
“취임 전 2년간 대림학원 이사로 활동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학교는 혁신해야 할 어젠다를 설정해 대림학원 이사들에게 학교의 스탭(Staff)들과 함께 참여하게끔 해서 재무분과위원회, 브랜드혁신위원회, 취업인사위원회 등의 위원장을 하나씩 맡긴다. 저는 2년간 브랜드혁신위원회 이사직을 맡으면서 학교가 운영되는 구조와 학교의 생태계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학교와 일반 기업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대학교에 훌륭한 리더들이 많이 있으며, 그들의 의견들을 경청하며 학교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을 편견없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산업체 전문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기업과 대학 현장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지속가능성·브랜드 강화 등 과제를 고민하는 것은 유사하다. 기업은 목표 달성을 위한 일사불란함이 체질화 돼 있으나, 대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관리해야 할 현안들이 훨씬 다양하다. 기업은 좋은 제품·솔루션을 잘 개발해 이를 통한 이윤 추구, 창출 등이 본연의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모든 회사 시스템이 집중돼 있다. 학교는 재원 확보, 관리, 활용 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들어오는 등록금 수익, 국가의 장학금, 고용노동부·교육부의 여러 지원사업 등을 수주하고 이를 잘 관리해 학교 경영에 보탬이 되게끔 하는 관리를 잘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두 기관의 핵심 차별 요소는 기업은 돈을 모는 집단이고, 학교 경영에서는 돈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 총장이 생각하는 산업계에서의 ‘전문대학 인력’과, 현재 국내 전문대학 산학협력 생태계를 진단한다면.
“대기업의 경우, 크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오피스워커(Office Worker)’와 생산 라인 등에서 근무하는 ‘라인워커(Line Worker)’ 인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소위 ‘제조업’ 현장은 다양한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근무하는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피스워커들은 주로 대졸자들로 구성돼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내 산업 구조가 대기업 중심 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일반대 학생들과 동일선 상에서 학생들을 대기업에 취업시키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도 전문대학 학생이라고 해서 더 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고, 전문 지식 이외의 것들을 갖춰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과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조가 만들어 놓은 틀을 깰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서서히 인식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림대 학생들이 이러한 하나의 예시가 되면 좋겠다. 또한 타 대학의 실정은 아직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지만 우리 대학의 경우, 공학계열은 과거부터 쌓아온 평판이 있기 때문에 소위 기업체와의 협력 등은 꽤 오랜 기간 역사를 갖고 이뤄지고 있는 학과들이 많이 있다. 또한 여러 학과가 견고한 산학협력 구조를 만들어왔으나, 산업구조의 변화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영역들이 있고 이는 전략적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다.”
- 취임사에서 △국내 산업 분야 중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분야의 교육과정 강화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대학 역할 재정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전략 등이 있다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림대는 몇몇 학과들이 발군의 역량을 가지고 있고, 이 학과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프로그램을 확대해 왔으며, 교수진의 역량도 자랑할 만한 수준이다. 이러한 역량과 브랜드력을 높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또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매직 솔루션(Magic Solution)’은 없다. 절대적인 인구감소·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상황 속에서 살아남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에 대한 차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배우느냐는 궁극적으로 졸업생들의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일 것이다.”
- 최근 대학에서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림대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시대가 변하다보니 이제는 ‘아웃바운드(Outbound)’보다 ‘인바운드(Inbound)’가 더 많아졌다. 진정성과 배움의 의지가 있는 인바운드 유학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자 하며, 아웃바운드 프로그램들도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인턴십 중심으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우리 대학에 공부하러 온 약 200명의 유학생들이 있다. 내년부터는 어학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시행하고자 할 계획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증가하는 것은 최근의 추세이며, 대세이기 때문에 이들의 국내 유입은 앞으로 더 많아지고 수요가 더욱 커질 것 같다는 생각에 크게는 아니더라도 대림대의 어학원, 즉 한국어 교육센터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학생들에게 어학을 가르친 뒤, 해당 학생들이 더 공부하길 원한다면 우리 대학 학생으로 유입시키는 등 계획을 갖고 있다.”
- 이루고 싶은 목표와 구성원들에게 전하고픈 말은.
“사실 학교에 오기 전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영예롭고 명예로운 포지션이긴 하지만, 그것만 쫓아 ‘해보겠습니다’라고 하기에는 걱정이 많이 됐다. 왜냐하면 일단 (기업과 대학은) 생태계가 다르고, 또 좋은 인재들을 양성해서 배출해야 한다는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있지 않으면 대학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2022년에 퇴임한 뒤 약 3년을 쉬면서 보냈는데, 다시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걱정됐었다. 일이라는 것은 제가 제 일만 처리한다고 하면 몰라도, 더 잘하고 싶었다. 하면 잘해야 한다. 그러려면 열정과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되는데, 그럴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도 해봤다. 이 과정에서 제 아내가 많은 힘을 줬다. ‘한 분야에서만 오랫동안 일 했으니, 그렇게만 커리어를 끝내는 게 좀 억울하지 않느냐. 다른 도전을 좀 하는 것도 좋겠다’고 해서 결정을 하고 왔다. 총장 취임 후 약 3개월이 지나 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분야가 운명적으로 제가 갖고 있는 열정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저는 학생들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경영에 재정적 이슈, 포트폴리오 전략 등 고민이 있지만, 그 모든 중심에는 결국 학생들이 사회로 진출했을 때 ‘얼마나 행복할 것이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물론 교수님들도 학생들의 졸업 이후의 행복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고 계시겠지만,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등을 더욱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저는 학생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소통하고, 고민하며 의사결정 했던 총장이라고 기억되고 싶은 소박한 바람을 갖고 있다.”
■ 권순황 총장은…
성균관대 통계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4년 LG전자에 입사했으며, LG전자 미국·캐나다·호주 등 법인장으로 근무했고 부사장, 사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8월 6일 대림대 제9대 총장으로 취임했으며, 임기는 4년이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임연서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