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edu, 한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 때다

2025-11-14     한국대학신문

한류의 확장은 더 이상 문화 콘텐츠에만 머물지 않는다. 음악과 드라마를 넘어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한국식 교육’이다. K-edu는 단순히 한국에서 공부하는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높은 학습열과 탄탄한 기초교육, 기민한 산업 대응력, 그리고 짧은 시간에 기술인력을 대규모로 길러낸 국가적 경험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교육을 통해 국가 발전의 경로를 설계하고 실행해온 ‘한국형 발전 모델’의 핵심이자, 한국이 세계에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무형 자산이다.

이제 K-edu는 두 방향에서 본격적인 외연 확장을 시도해야 한다. 첫째는 인바운드(Inbound) 전략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 시대를 열었지만, 여전히 특정 국가 편중이 심하고 고급 인력 유치에서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학생 발원국을 다변화하고, 첨단산업 인재·석박사급 연구인력·기업 연계형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거점을 서울·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만큼, 산업 수요에 맞춘 고급·준고급 인재를 한국에서 길러내도록 하는 ‘교육 기반 글로벌 인재허브’ 전략도 시급하다.

둘째는 아웃바운드(Outbound) 전략이다. 이는 단지 한국 학생이 해외에서 공부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 교수학습 모델, 교재·콘텐츠·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수출하겠다는 관점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현재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생산기지는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갑작스러운 산업 진입을 소화할 중간기술자·오퍼레이터급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현지 산업 수요는 폭증하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교육·훈련 체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K-edu가 가진 비교우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은 고도성장기 동안 ‘손에 잡히는 기술’을 대규모로 훈련시키는 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성과를 냈다. 제조업 기반의 실용기술 교육,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체계적인 실습훈련, 산업체와 연동된 빠른 교육과정 전환 능력은 한국 경제의 기적을 이끈 숨은 동력이다. 이 노하우는 오늘날 다수 개발도상국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역량이기도 하다. 한국이 소프트파워로서 교육을 수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전 세계 교육의 경계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글로벌 MOOC ·AI 기반 맞춤형 학습시스템이 결합되면서, 특정 국가의 교육을 다른 나라가 실시간으로 접속해 활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오프라인 교육이 가진 실습·현장성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 역시 디지털 도구와 결합되어 확장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자국의 교육 시스템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시점인 것이다.

특히 미들레벨(Middle-level) 기술인력 양성 분야는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거의 독보적이다.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기계·금형·자동차 부문에서 한국형 실습교육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는 모델이 되었다. 한국이 이 분야의 표준을 제시한다면, 동남아·중동·아프리카 국가들은 물론이고 유럽의 일부 산업 전환국가들까지도 협력의 문을 열 가능성이 크다. K-edu가 단순 교육서비스 수출을 넘어 국가 간 산업협력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오랜 기간 세계 변화를 따라잡는 데 급급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국형 교육 체계가 가지는 실행력·속도·성과 중심의 구조를 배우고자 하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 한국을 성공의 모델로 삼았던 나라들이 산업구조 전환의 벽 앞에서 다시 한국을 찾고 있다. 말 그대로 ‘새로운 무대가 열리는 순간’이다.

K-edu는 이제 한국형 발전경로를 세계에 확산시키는 시작점이자 종착점이 될 수 있다. 교육은 문화보다 깊고, 기술보다 오래가며, 제도보다 넓게 파급된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교육의 힘은 결코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그 힘을 세계와 나누는 것이 K-edu이며, 그 흐름을 선도하는 나라가 미래 교육 강국이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은 그 문 앞에 서 있다. 이 흐름을 잡는가 놓치는가에 따라, K-edu는 국가 성장의 새로운 축이 될 수도, 그냥 지나가는 구호로 끝날 수도 있다. 선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