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시대’, 공교육 패러다임 바꿀 IB의 ‘혁신’을 논하다

韓 IB 교육, 보수-진보 넘어 ‘절박한 시대의 대안’으로 자리매김 윤의준 前 KENTECH 총장 “AI 시대, 혁신가는 ‘질문을 잘 하는 인재’” 송진웅 학회장, IB 확산은 ‘절박함’, ‘익숙함’, ‘신뢰’ 넘어 ‘행복’으로

2025-11-15     백두산 기자
한국국제바칼로레아(IB)교육학회는 15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대전환 시대에서 교육(학)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2025학년도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한국국제바칼로레아(IB)교육학회(회장 송진웅)는 15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대전환 시대에서 교육(학)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2025학년도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 공교육의 혁신 모델로 떠오른 IB 교육의 철학과 현장 적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특히 교육계 안팎의 저명한 인사들이 모여 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했다.

■ “공교육의 절박한 위기, IB로 극복해야” = 학술대회위원장인 손민호 인하대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오늘날 교육이 직면한 절박한 위기를 진단했다. 손 교수는 “기술 발전과 사회적 요구, 학습자 정체성의 변화는 기존 교육 체제를 재고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학습자 주도성, 탐구 기반 학습, 비판적 사고, 세계 시민성, 관계적 배움이 미래 교육의 본질적 핵심임을 강조했다.

이어 “IB 교육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탐구를 통한 지식 구성과 다중 관점의 이해를 제시해 왔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IB 교육과 한국 교육의 접점을 이론과 실천의 균형 속에서 확장시키는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종수 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IB 교육의 본질을 짚었다. 우 전 이사장은 “학생 한 명, 한 명이 가진 다양성을 존중하고, 단순히 정답을 찾는 학습이 아닌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탐구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IB 교육의 핵심은 지식을 넘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타인을 이해하며,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IB 프로그램 운영에서 겪는 현실적인 고민들, 즉 평가, 수업 설계, 교사 협력 등의 문제를 소통하고 해결해야 IB 교육이 단단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총장)은 첫 번째 기조강연으로 ‘혁신과 창의적 인재양성’을 주제로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되짚으며 교육 혁신의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백두산 기자)

■ 역사는 혁신가에 의해 발전, AI 시대 교육은 ‘질문’ 가르쳐야 = 첫 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선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총장)은 ‘혁신과 창의적 인재양성’을 주제로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되짚으며 교육 혁신의 방향을 제시했다.

윤 회장은 인류의 발전이 콜럼버스의 항해,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등 ‘혁신가(Innovator)’의 대담한 시도에 이뤄져 왔으며, “혁신은 결국 인간의 불편함과 더 잘하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나온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를 두고 “지금으로 말하면 서쪽으로 가면 인도가 나올 것 같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펀딩을 받은 ‘벤처 창업가’와 같다”며, 역사 발전의 동력이 남다른 생각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교육의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윤 회장은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발달한 시대에는 ‘질문을 잘 하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기관은 남보다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사회를 주도할 수 있도록, ‘남다른 생각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도입,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소통력 있는 인재,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도전적인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송진웅 한국IB교육학회 회장(서울대 교수)은 두 번째 기조강연에서 ‘우리는 왜 IB교육에 주목하는가?’를 주제로 IB 교육이 한국 공교육의 대안으로 보편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사진=백두산 기자)

■ IB는 ‘절박함’에서 시작해 ‘행복’으로 귀결되는 공교육 혁신 = 이어 마이크를 잡은 송진웅 한국IB교육학회 회장(서울대 교수)은 ‘우리는 왜 IB교육에 주목하는가?’를 주제로 IB 교육이 한국 공교육의 대안으로 보편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송 회장은 현재 한국의 16개 교육청 중 12개 교육청이 IB를 도입한 상황을 두고 주식 용어인 ‘불장(Bull Market)’에 비유하며, IB 교육 생태계가 이미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보편적 호응’임을 강조했다.

송 회장은 IB 교육 확산의 동력을 ‘절박함’, ‘익숙함’, ‘신뢰’, 그리고 ‘행복’이라는 네 가지 흐름으로 설명했다. 먼저 절박함은 지방 교육환경의 붕괴, OECD 최하위권의 학생 자신감, 그리고 내신 상대평가와 수능 쏠림 등 평가 폐해로 인한 현 교육의 위기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절박한 현실 속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IB라고 주장했다. 그는 IB가 주목받은 이유로 IB의 교육 목표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인간상 및 핵심역량과 궤를 같이하고, 개념 및 탐구 기반 학습이 이미 한국 교육이 추구해 온 학생 참여형 수업 혁신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익숙함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육 철학에 대한 이러한 공감대는 유능하고 헌신적인 교사, 체계적인 교육 행정, 그리고 강력한 교육열을 가진 학부모 등 한국 교육 공동체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근거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동력은 IB 교육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배움의 과정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행복’을 되찾아 주는 경험으로 귀결된다고 송 회장은 역설했다.

그는 “IB 교육을 경험한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과 비판적 사고 역량이 강화됐고, 교사는 학생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본래의 즐거움을 되찾았다”며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교육 핵심 조건을 모두 갖춘 한국 교육의 실타래를 IB라는 ‘교육 뜨개질’로 풀어내,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한 정말 좋은 교육으로 완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 회장은 마지막으로 IB 도입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이 있듯,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면 왜 못 하겠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IB를 통해 한국 교육이 질적으로 변화하는 역사적인 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IB 교사 양성부터 평가 혁신까지 ‘실천적 논의’ 이어진 오후 세션 = 오후에 이어진 4개의 자유 주제 세션 및 2개의 심포지엄에서는 IB 교육의 실천적 경험과 연구 결과가 활발하게 공유됐다.

△IBEC 교원양성위원회 심포지엄에서는 인하대, 경인교대, 대구교대, 경북대 등 IB 교육인증대학(IBEC)의 운영 성과와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IB 교사 전문성 확보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됐다.

또한 △국제교류협력위원회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공교육의 진화 with IB: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제주 표선고의 한·일 역사 공동수업 사례와 K-컬처 교육 수요를 IB 직업고 프로그램(CP)으로 품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IB의 국제적 소양 함양 방안을 모색했다.

자유 주제 세션에서는 이기동 인하대 교수의 ‘Why Principal Leadership Matters?’ 발표를 비롯해 IB 교육에서의 교육과정 기준 연계(written-taught-assessed curriculum) 재개념화, 숏폼 시대의 IB 문학 수업, IB 학생평가가 한국 서·논술형 평가에 주는 시사점 탐구 등 IB 교육의 철학부터 실제 수업 및 평가에 이르는 다양한 현장 연구가 공유되며 학술대회의 깊이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