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생성형 AI 시대, 전문대 학생복지의 새로운 기준

김영식 한국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장(대구과학대 입학학생처장)

2025-11-19     한국대학신문
김영식 한국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장.

최근 교육 환경은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 기반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기술의 급격한 확산은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전문대 학생들에게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전문대학은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역량을 길러주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실무역량의 기본 전제에는 AI 기술 이해와 활용 능력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생성형 AI는 전문대 학생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현재 전국 전문대 학생의 80% 이상이 생성형 AI를 학습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과제 작성과 디자인 작업, 취업 준비와 자기소개서 작성, 영어 회화 학습, 포트폴리오 제작까지 학생들이 활용하는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다. 심지어 학습뿐 아니라 다양한 캠퍼스 생활의 편의 영역까지 AI가 함께하고 있다. 이렇게 AI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동기와 성과를 높이고,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바로 디지털 격차의 심화다. 모든 학생이 AI 교육에 동일한 접근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의 디지털 이해도, 개인 장비 보유 여부, 인터넷 접속 환경, 학과별 정보 활용 경험에 따라 AI 활용 능력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고성능 장비를 필요로 하는 AI 도구는 노트북 성능에 따라 학습 효율이 달라지기도 한다. 또, 체계적인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은 AI를 표절 도구로 오해하거나 단순한 편법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격차는 결국 학습 성과뿐 아니라 취업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산업 현장은 이미 AI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완전히 수용한 상태이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이미지 생성 모델을 이용해 빠르고 정확한 시각 자료를 제작하고 있으며, 건축과 기계 분야에서는 자동화 설계와 구조해석 기술이 실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호텔·관광 분야에서도 AI 기반 외국어 서비스, 고객 응대 시뮬레이션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처럼 전공별 실무 현장에서 AI 역량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 이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할 경우 학생들은 현장 진입 단계에서부터 경쟁력의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전문대 학생복지는 장학금이나 상담과 같은 전통적 개념에만 머물 수 없다. 이제 학생복지는 디지털 학습권 보장을 핵심 요소로 확장되어야 한다. 학생이 AI를 활용하여 학습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기술적, 경제적, 교육적 지원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첫째, AI 기반 교육을 정규화해야 한다. 현재 많은 학생이 AI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활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대학 차원의 AI 학습 플랫폼을 구축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생성형 AI 활용 능력을 갖추도록 ‘AI 리터러시 교육’을 정규 교과에 포함해야 한다. 또한 전공별 특성을 고려한 실습 중심 교육을 강화해 건축 분야에서는 설계 자동화, 디자인 분야에서는 이미지 생성,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상담 시뮬레이션 등 실질적인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AI 윤리 교육 강화가 필수적이다. 생성형 AI 기술 확산으로 인한 부작용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표절과 저작권 침해 문제가 있으며, 허위 정보 생성과 데이터 조작 같은 문제도 발생한다. 전문대 학생들은 사회에 곧 진출하여 실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책임 있는 AI 활용 태도는 필수적인 직업윤리다. 이를 위해 표절 검증 도구를 강화하고 AI 활용 기록을 관리하여 부정행위를 방지하며 저작권 이해 교육과 데이터 신뢰도 검증 능력을 기르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례를 중심으로 윤리적 판단 능력을 키우는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디지털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AI 기술 접근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교육 불평등 요소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트북과 태블릿 등의 학습 장비를 무상 지원하거나 장기 대여를 확대하고, 고성능 장비와 AI 관련 소프트웨어를 갖춘 AI 학습 공간을 구축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야간과 주말에도 시설을 개방하여 학생들이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AI는 인간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더 크게 확장시키는 기술이다. 학생들이 AI를 활용하여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그들의 자신감과 경쟁력은 함께 성장한다. 특히 전문대 학생들은 미래 산업 현장에 투입될 실무 인재이기에, 이들이 제대로 된 AI 역량을 갖추는 것은 학생 개인의 수혜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적 투자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의 전문대 학생복지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다.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기술 접근성을 확대하며,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종합적 정책이어야 한다. 대학, 지역사회, 산업체가 함께 협력하여 AI 기반 학생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때, 전문대 학생들은 더 큰 꿈을 향해 도약할 수 있으며 그들의 성장과 도전이 곧 우리 사회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전문대 학생복지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 생성형 AI 시대에 맞는 지원 정책을 통해 모든 학생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에 나서야 한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