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충격파, 논술고사 응시율 ‘뚝’… 최저 미충족 우려에 2~5%P 하락
어려웠던 수능 후폭풍…‘영어’ 절대평가 1등급 확보 실패가 ‘자체 결시’ 키워 경희대 등 대학별 편차 확인…자연계 일부는 ‘사탐런’ 영향으로 응시율 오히려 상승 입시 전문가 “섣부른 포기 금물, 최저 충족 여부 무관하게 응시 자체가 합격 기회”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직후 실시된 대학별 논술고사의 응시율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이도 높은 수능으로 인해 수험생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수능 최저) 충족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고사를 포기하는, 이른바 ‘자체 결시’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 ‘불수능’ 여파…대학가, 논술 응시율 전년 대비 2~5%P 하락 =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등 입시기관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15일 주말부터 논술고사를 치른 주요 대학들의 응시율은 전년 대비 2%P에서 최대 5%P가량 하락했다. 예년의 논술고사 응시율이 일반적으로 45%에서 55% 사이를 오갔던 점을 고려하면, 50%를 밑도는 대학이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학들은 이번 응시율 하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영어 영역의 난이도 상승’을 꼽았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그동안 수능 최저를 충족시키는 전략 과목으로 활용돼 왔으나, 이번 수능에서 영어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이 예상 등급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어가 어려웠다는 것은 절대평가인 영어를 통해 수능 최저를 맞춰온 수험생들에게 어려움을 가져왔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수능 가채점 직후, 논술 학원에서도 강좌 등록을 포기하는 수험생 사례가 예년보다 증가하는 등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응시율에 직접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계열별 응시율 ‘혼조세’…경희대 자연계 일반학과는 ‘사탐런’ 영향으로 되려 상승 = 다만, 모든 대학과 모든 계열에서 응시율이 하락한 것은 아니다. 본지 취재 결과, 경희대의 경우 인문계와 사회계열은 기존 55% 내외에서 1~2%P 소폭 하락한 반면, 자연계 일반 학과들은 오히려 5%P가량 응시율이 상승하는 혼조세를 보였다.
이는 수능의 통합 체제와 선택과목의 변화가 응시율에 미묘한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처 팀장에 따르면, 최상위권 의약학 계열(3%P 하락)의 응시율 감소는 영어 1등급 확보의 어려움이 주효했지만, 자연계 일반학과의 응시율 상승에는 ‘사탐런(이공계의 사회탐구 과목 선택)’ 현상의 영향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 팀장은 “자연계 쪽은 (수학/탐구에서) 체제가 변동이 없었음에도 5%p가 늘어난 것은 꽤 의미가 있다”며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하나씩 응시하는 학생들이 늘어났고, 이 학생들이 수능 최저를 통과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으로 인문계는 조금 더 하락하고 자연계는 오히려 체제를 맞추기가 좀 더 쉬워지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고 밝혔다. 즉, 일부 수험생에게는 복잡한 선택과목 유불리가 수능 최저 충족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응시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 “포기는 이르다”…논술 응시 자체가 합격 확률 7배 높이는 기회 =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최저 충족에 대한 섣부른 판단으로 논술 응시를 포기하는 것은 합격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스스로 ‘최저를 못 맞췄다’고 단정하고 논술을 포기했다가, 실제 등급컷이 예상보다 낮게 형성되어 뒤늦게 후회하는 사례가 매년 반복된다”고 말하며, 예상 등급컷과 실제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른 최종 등급컷이 매년 차이를 보여왔음을 지적했다.
또 다른 변수는 실질 경쟁률이다. 전년도 고려대의 경우 최초 경쟁률이 64.88대 1이었으나 논술 응시와 수능 최저 충족을 모두 만족한 학생들을 기준으로 한 실질 경쟁률은 9.13대 1로 7분의 1 수준까지 급락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논술 응시율과 수능 최저 충족율이 낮아 실질 경쟁률이 3분의 1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통합수능 체제에서는 자신의 점수 범위를 넓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능 최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일단 논술고사에 응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