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이 전하는 콘텐츠 투자 이야기] ⑤‘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과 한국콘텐츠 산업의 미래

김범석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부대표

2025-11-25     한국대학신문
김범석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부대표.

2025년 대한민국 아니,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가장 큰 흥행작은 6월 20일 넷플릭스에서 전세계 릴리스 된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의 K-POP 아이돌을 소재로 하고 K-POP 스타일의 음악을 사용했을 뿐 아쉽게도 (한국이 제작한) K-콘텐츠는 아닌 것이다. 그러면 미국이 만든 이 콘텐츠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우리가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아쉬워하며, 제2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만들려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까?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깜짝 데뷔를 한 스포츠 스타나 뮤지션, 배우 등이 2년 차에는 슬럼프를 겪으며 고전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인데, 영상 콘텐츠에서는 ‘1편보다 재미있는 2편은 없다’라는 말로 많이들 통용된다. 영화 ‘007’이나 ‘해리포터’처럼 시리즈로 만들어지면서 흥행하는 경우는 사실 매우 극소수에 해당할 뿐, 잘 만들어진 콘텐츠의 구조를 가지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오리지널을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듯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POP 아이돌을 소재로 한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이며, 역사상 최초로 K-POP 음악을 활용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특히 전세계 애니메이션, 콘텐츠 시장의 최강자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왜 아시아의 작은 나라의 소재를 사용했을까? 기획하고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가 전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이뤄지는 미국의 콘텐츠 산업에서는 소재의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글로벌한 트렌드를 다루면서 공감과 관심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일 것이다. 이는 우리의 콘텐츠는 물론이고, 먹고 입고 사용하는 것들, 우리의 역사까지도 이미 전 세계인의 관심사에 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는 것을 방증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일본이 세계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문화가 세계에 매력적으로 보여지고, 소비되면서 스시와 젓가락 같은 식문화, 소니의 워크맨(최초의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그리고 일본의 문화를 반영한 애니메이션 ‘닌자거북이’, 영화 ‘스타워즈’ 등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일본의 매력이 전 세계를 점령한 것인데, 이제는 우리의 차례가 된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열광하는 아이들의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많이 보이는데 이들이 경제력을 가진 성인이 됐을 때, 한국의 콘텐츠는 물론이고 음식, 뷰티, 더 나아가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있는 모든 제품의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K-콘텐츠라 부르지만, 산업적으로 봤을 때 한국의 콘텐츠의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몇 년 전, ‘BTS’ ‘블랙핑크’ 등 K-POP 붐을 다룬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한 모 음악 평론가가 “K-POP이 기존에 볼 수 없을 정도로 해외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지만, 다른 음악 대비 팬덤이 강할 뿐 아직은 서브컬처에 머무르고 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말이지만, 그만큼 성장의 가능성도 매우 크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수출의 비중이 높은 부분인데, 콘텐츠 산업이 다른 산업과 비슷한 정도의 수출을 이뤄낸다면 그때의 대한민국은 지금과는 매우 다른 국가가 돼 있지 않을까? 2022년 한국 수출입은행이 발표한 ‘K-콘텐츠 수출의 경제 효과’에 따르면, K-콘텐츠가 1억 원 수출이 될 경우, 그로 인한 소비재의 판매는 약 2배, 전체 산업의 생산은 약 6배에 달한다. 콘텐츠 산업 수출 비중이 20~30%, 더 나아가 50%를 넘어선다면 그때의 대한민국은 전 세계 경제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흥행하는 작품과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서 붐을 이어 나가는 것도 좋지만, 콘텐츠의 핵심은 신선하면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 작품이 잘 된다고, 유사한 작품만 양산해내다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간 80~90년대 홍콩영화의 붐을 40~50대 이상인 분들은 기억할 것이다. 다양한 소재의 신선한 기획과 완성도 있는 콘텐츠 제작에 힘을 쓴다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붐이 영상, 음악, 게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퍼지면서 전 산업적인 ‘K-에브리씽’의 시대가 곧 도래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