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통합과정생 김주훈 씨, ‘세계 최상위 2% 연구자’ 선정… “교수님의 물심양면 지원·조언에 감사”
김주훈 씨, 국내 대학원생 최초 ‘세계 최상위 2% 연구자’ ‘나노임프린트 공정 기반 메타표면 대량생산 기술’ 개발 “지도교수님의 적극적 지지·응원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 “빛을 활용한 연산 처리 등 친환경 연구에도 큰 관심” “국내 과학자 성장 위한 폭넓고 전폭적 지원도 당부”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교수님께서 제가 ‘세계 최상위 2% 연구자(World Top 2% Scientists)’에 선정됐다는 소식 듣고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셨어요. ‘몰드’를 1장 제작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드는데 이에 대한 지원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또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게 해주시고, 심적으로 힘들 때도 아버지처럼 조언도 많이 해주시는 등 배울 점이 많은 분이십니다. 항상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근 국내 대학원생 최초로 ‘세계 최상위 2% 연구자’에 선정된 포항공대(포스텍, POSTECH) 기계공학과 통합과정생 김주훈 씨는 1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도교수의 지지에 힘입어 이같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세계 최상위 2% 연구자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세계적 학술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에서 매년 전 세계 과학자의 연구 영향력을 평가해 발표하는 지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색인·인용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Scopus)를 기반으로 22개 주요 학문 분야와 174개 세부 분야별로 최소 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 중 논문 피인용도 등을 분석해 연구자의 모든 커리어를 반영한 ‘Career’ 부문과 한 해 동안의 성과를 평가하는 ‘Single year’ 부문으로 나눠 상위 2% 과학자 명단을 발표한다.
김주훈 씨는 실리콘을 깎아 레진을 부어서 굳힌 후 전사(복제)하는 기술인 ‘나노임프린트(Nanoimprint) 공정 기반 메타표면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해 학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노준석 지도교수와 함께한 해당 연구는 발표 2년 만에 200회 이상 인용됐다. 메타 표면은 나노구조체로 이뤄진 새로운 광학 소자다.
수많은 연구들을 진행해 온 김 씨는 어려운 순간이 올 때마다 지도교수의 믿음과 주변인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통해 극복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지도교수님이 믿고 기다려 주시고 응원해 주셨던 과정들 속에서 힘을 낼 수 있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배운 것도 많고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며 “또한 과정을 풀어나가는 상황 속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희열을 느꼈다. 이를 느끼기 위해 과학자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주훈 씨는 “저는 ‘시너지(Synergy)’ 효과로 인해 공동연구를 즐기는 편이다. 좋은 교수님들과 연구실 식구들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며 “박사는 ‘마라토너’와 같다. 연구실 식구들도 함께 뛰는 마라토너로서 큰 도움이 됐다. 주변인들을 통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고, 이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항공우주연구소에서 근무하시는 등 과학자이신 아버지께서 제 상황을 잘 아시기도 하셔서 더욱 기뻐하셨고, 친구·가족들도 너무 좋아하고 축하해줬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통합과정을 수행하면서 뉴질랜드에 단기연수를 갔던 경험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친환경 연구에 중점을 둔 뉴질랜드의 사례를 통해 영감을 받아, 메타물질을 활용한 스마트 라벨링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김주훈 씨는 “뉴질랜드에 약 2주 동안 단기 연수를 갔었는데, 친환경 연구에 많은 관심을 둔 점이 인상 깊었다. 과일에 부착하는 라벨의 경우, 친환경 소재가 아닌 것은 법적으로 활용이 금지돼 있었다”며 “메타표면으로도 친환경 라벨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물에 녹는 친환경 물질을 활용해 나노미터(nm) 구조체로 이뤄진 메타표면을 만들어 이를 과일 등에 라벨링하는 연구를 했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향후 메타표면의 상용화를 위해 갖춰야 할 점도 설명했다. 김 씨는 “메타표면의 경우, 사람 머리카락보다 500분의 1만큼 작은 나노 구조체로 이뤄져 있어 외부 타격에 취약한 편이다. 얇고 가벼운 만큼 패키징 기술도 중요하다”며 “또한 메타표면이 렌즈에 적용될 경우 빛의 파장에 따라 렌즈의 초점이 달라지고, 상(像)의 위치와 배율이 변화하는 현상인 색수차와 효율의 균형을 맞추는 등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김주훈 씨는 향후 빛을 활용해 연산 처리를 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이를 통해 수많은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김 씨는 “기존에 활용했던 전기 대신 빛을 활용해 연산 처리를 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 수많은 반도체 등이 있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엄청나다. 한 국가 수준의 전기량을 데이터 센터 한 곳이 사용하고 있다”며 “또한 해당 전기의 절반 가량의 양이 반도체에서 발생되는 발열을 식히는 데 활용된다. 이 전기를 빛으로 활용하면 발열이 발생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훨씬 적고, 저항이 없다 보니 발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매우 초창기 단계에 있어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많은 연구 성과가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도 당부했다. 장비 등 자원을 위한 금전적 지원과 연구자들을 폭넓게 아우르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주훈 씨는 “장비 등을 활용하는 데 금액적으로 부담이 있어 이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젊은 과학자들과 새로운 원리를 연구하는 자 등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