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의 축, 라이즈(RISE) 참여대학] 원광대, ‘생명산업 전주기 특성화 및 창업 중심 정주 생태계 구축’ 추진

농생명-의생명-웰니스 등 생명산업 전 과정 아우르는 인프라 강점 활용 글로컬 통한 하드웨어적 혁신에 라이즈 소프트웨어적 혁신 동반 추진 지역 자원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지속 가능한 정주 생태계 완성 최준호 단장 “라이즈 체계 내 ‘소통’ 중요… 지자체‧대학‧기업 원팀 돼야”

2025-11-20     김영식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올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RISE, 이하 라이즈)가 본격 가동되면서 대학의 위상과 책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전까지 정부 중심으로 운영되던 고등교육 재정지원 구조가 지자체 주도로 전환됨에 따라 대학은 지역 전략산업과 인재 수요를 직접 연결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한 예산 집행 대상이 아닌, 지역 발전 전략의 설계자 및 실행기관으로 역할이 확장된 셈이다.

특히 라이즈 체계에선 지자체가 지역의 산업·고용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대학과 함께 교육·연구·인재 양성 정책으로 통합하는 ‘지역 기반(bottom-up)’ 구조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대학의 역할 구조는 완전히 바뀌었다. 대학은 더 이상 교육기관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미래‧전략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지역혁신의 허브로서 참여가 요구된다.

다만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 역량, 지역산업 정보 공유 체계, 장기적 계획 수립 능력 등 제도 안착을 위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라이즈는 지역-대학-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되는 구조를 현실화하며, 대학의 공공성과 교육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에 본지는 전국 대학들의 라이즈 기반 구체적 활동 등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이를 통해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라이즈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수준을 높이고, 새로운 제도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편집자 주>

지난 6월 원광대 RISE사업단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원광대)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김관영) 라이즈를 견인 중인 원광대학교(총장 박성태)는 지역 라이즈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원광대 RISE사업단은 지역 전략산업과의 맞물림을 강화하고, 교육·연구·산학협력 전반의 체질을 재정비하는 등 지역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단순히 정부 공모사업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와 직결된 ‘전북형 고등교육 모델’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원광대 RISE사업단은 전북도가 설정한 미래 먹거리 전략, 지역기업의 기술 수요, 산업별 인력 부족 현황을 정밀 분석해 대학의 조직·교육·연구 역량과 결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학 내 여러 단위의 분절적 사업을 통합하고, 교육과정 재구조화·기업협력 플랫폼·데이터 기반 인재양성 체계 등에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원광대는 △지자체와의 공동 기획 체계 구축 △전북 전략산업과 연계한 학과·전공 개편 방향 △인재 순환 생태계 조성 전략 △지역기업 협력 모델의 확장 가능성 등 RISE 시대 대학의 역할 변화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다음은 원광대 RISE의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인 최준호 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최준호 원광대 RISE사업단장 (사진=원광대)

- 원광대 라이즈사업단(장)의 개괄적 소개 및 현재 중점 추진 중인 업무 현황 등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저는 오랫동안 식품생명공학을 연구하며 식품이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던 수단에서 행복을 주고, 이제는 치유와 건강을 주는 존재로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 이는 원광대 RISE사업단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대학이 학생을 가르치는 곳을 넘어, 지역사회의 아픈 곳을 치유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의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해 출범했다.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소통’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서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4대 특성화 분야(농생명‧바이오‧웰니스‧모빌리티)의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지자체·기업·대학 구성원이 ‘각자도생’하지 않고 하나의 팀으로 뭉칠 수 있도록 현장을 뛰어다니며 소통하는 데 현재 주력하고 있다.”

- 최근 원광보건대와 통합이 결정됐다. 원광대‧원광보건대 통합 이후 대학의 재정지원사업 관련 계획(조직‧인력 등)은 어떻게 되는지.
“원광대와 원광보건대의 통합은 글로컬대학30이라는 하드웨어적 혁신 위에 RISE 사업의 소프트웨어적 혁신을 입히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우리 사업단은 양 대학의 강점을 결합한 협력 체계로 사업 구조를 개편해 영역 간 중복은 없애고 시너지는 극대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트랙별 책임 교수와 행정 인력을 아우르는 통합 부단장 체제를 구축해 조직을 원팀으로 효율화함으로써 통합된 대학의 모든 역량이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이라는 라이즈의 본질적 목표에 온전히 집중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 지역소멸 우려 전반에 대응하는 RISE인 만큼, 지역사회 전체와 연계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추진 현황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지역소멸은 대학 혼자, 혹은 지자체 혼자 막을 수 있는 파도가 아니다. 이에 원광대는 익산, 남원, 김제, 부안, 임실 등 전북도 내 5개 지자체 및 참프레, 풍림파마텍 등 59개 기업과 단단한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단순히 협약서에 도장만 찍는 관계가 아니라,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우리가 개발하고 우리가 키운 인재가 그 기업을 성장시키는 실질적인 운명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전북 RISE와 연계해 현재 원광대가 추진 중인 세부과제 및 예산 규모,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서도 알려주신다면.
“원광대 RISE는 향후 5년간 총사업비 약 481억 원 규모로 운영되며, 크게 4가지 핵심 트랙으로 추진된다. 다만 이러한 모든 과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 바로 인재 양성을 통한 정주 인구 확보다. 우선 생명·전환산업 특성화 인재 양성을 통해 농생명‧의생명 등 지역 주력 산업에 특화된 실무 인재를 길러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 기업이 직접 커리큘럼 설계에 참여하고, 학생들은 그 기업에서 현장 실습을 하며 자연스럽게 채용으로 이어지는 기업 맞춤형 트랙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지역의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역의 유망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청년들이 떠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직업계고 연계 정주형 인재 양성’은 원광대만의 차별화된 전략이다. 대학 입학 전인 고교 단계부터 지역 산업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고, ‘선(先)취업 후(後)학습’을 통해 기업에는 인재 확보를, 학생들에겐 안정적인 취업의 구조를 만들어 지역의 인재들이 나고 자란 곳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겠다.

이 외에도 ‘JB-스타트업 캠퍼스 구축’을 통해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고, 남원 곤충 리빙랩, 임실 로코노미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일자리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다시 일자리를 만드는 ‘지속 가능한 정주 생태계’를 완성하겠다.”

원광대 RISE사업단은 전북 익산시, NS홈쇼핑 등이 주최한 'NS 푸드 페스타'에 참여하는 등 RISE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원광대)  

- RISE 체계에서는 특히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원광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지역 의견수렴 일정이 있는지. 있다면 세부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물론 설명회나 포럼 같은 공식 일정도 중요하지만 제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장의 지자체 및 산업체 관계자들과 나누는 일상적이고 실질적인 소통이다. RISE 사업은 대학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원광대 RISE사업단은 우리가 현재 위치한 익산시와 전북특별자치도, 공공기관 및 참여 기업들과 수시로 만나 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사업 방향에 대한 의견을 치열하게 조율하고 있다. 기업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 인재 양성도, 기술 개발도 헛다리를 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급변하는 지역 산업의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우리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지역 산업의 변화 속도에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앞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결국 보여주기식 행사보다는, 이렇게 기업 및 혁신 주체들과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누고 호흡하는 과정 자체가 가장 강력한 소통이자 의견 수렴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전 주기 교육체계 구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원광대의 평생교육 관련 추진 현황 등에 대해서도 알려주신다면.
“지역소멸을 방어하고 지역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대학이 지역 주민과 중소기업 종사자들을 위한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우리 사업단은 수요자 맞춤형 평생학습 네트워크 구축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성인 학습자와 재직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확대한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재직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실무 중심의 교과목을 확대 개설하고, 성인 학습자 친화적인 학사 체계를 구축해 다양한 학습자들이 언제든 대학에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임실군과 협력·운영해 ‘반려동물 산업 연계 주민 참여형 아카데미’를 기획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주민들이 우리 지역의 특화 산업 분야(농생명‧웰니스 등)에서 전문성을 기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거나 로컬 비즈니스에 도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나가겠다.”

지난 6월 열린 원광대 RISE사업단 출범식에서 박성태 총장이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사진=원광대)

- 처음 시행되는 국가적 사업인 만큼, 라이즈 추진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로점이 있다면.
“가장 큰 경계 대상은 각자도생의 마음이다. 사업 초기에는 서로의 입장 차이로 인해 ‘왜 우리가 양보해야 하느냐’라는 식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대학은 대학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성과 욕심을 내기 쉽다. 하지만 라이즈 사업은 경쟁이 아니라 연결되는 사업이다. 서로간의 칸막이를 걷어내고 서로의 이기심을 줄이는 과정이 가장 어렵지만, 이를 해결해 우리 사업단이 잘 헤쳐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

- 교육부는 지자체와 대학에 대해 ‘동반자’·‘파트너’ 등 라이즈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지자체 또는 전국 라이즈 참여대학에 정책적 제언을 남긴다면.
“라이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을 단순한 사업 수행 기관이 아닌, 지역 혁신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학이 지역 산업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학사 제도의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학들 역시 담장을 허물고 지역사회 깊숙이 들어가 지역의 문제를 내 문제처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글로컬대학 선정과 관련해 원광대 라이즈와의 연계 방안이 있다면.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우리 대학의 하드웨어적 혁신(통합 및 구조개혁)을 이끈다면, RISE 사업은 그 안을 채우는 소프트웨어적 혁신(특화분야 콘텐츠 및 지역 연계)을 담당한다.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구축되는 ‘W.I.T.H. 밸리(생명산업 집적화 단지)’는 RISE 사업의 핵심인 산학연 협력과 연구개발의 거점이 될 것이다. 두 사업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생명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 정주형 인재를 양성하는 시너지를 창출하겠다.”

원광대 RISE 연계 'W 시그널 캠퍼스 메이트' 프로그램이 운영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원광대)

- 타 대학과 차별화하는 원광대 라이즈사업단만의 강점을 제시해주신다면. 마지막으로 단장님의 포부도 듣고 싶다.
“원광대 RISE 사업단의 가장 큰 차별점은 생명산업 전주기 특성화와 창업 중심의 정주 생태계다. 농생명부터 의생명, 웰니스에 이르는 생명산업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인프라를 갖춘 대학은 드물다. 또한 JB-스타트업 캠퍼스를 통해 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 지역 청년까지 아우르는 창업 허브를 구축해 나가는 것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사업단장으로서, 원광대가 지역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혁신의 베이스캠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청년들이 떠나는 전북이 아니라, 꿈을 펼치기 위해 모여드는 전북을 만드는 데 우리 원광대 RISE사업단이 앞장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