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혁신 대학을 가다/특별인터뷰] 박주식 대학혁신지원사업 부산·울산·경남권협의회장(울산대 기획처장) “지역 핵심산업과의 연계성에 기반한 학사구조 구축, 현장연계 교육으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권역별 해당 산업과 연계한 교육과정 설계, 현장실습교육으로 차별화 정기 성과 포럼 통해 권역 내 우수 사례 공유 등 소통 협력 학생의 전공선택권 보장, 진로 지원 강화 방향에 방점 3주기 자율혁신 교육과정 성과 모니터링 및 구조 개편 효과 확인 필요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지역과 지역대학의 위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위기가 지역대학 위기로 이어지고 지역대학의 위기가 지역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지역대학은 단순한 학생 수 감소를 넘어, 지역의 산업 생태계와 인구 구조 변화가 맞물린 복합적 위기를 겪고 있다.”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 부산·울산·경남권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박주식 회장은 지역대학이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박 회장은 “지역과 지역대학이 처한 현재 위기 상황의 연관성을 뒤집어 생각하면 지역대학의 위기 극복은 지역 위기 극복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의미에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교육, 연구, 산학 분야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일반재정지원 사업이다. 대학별 필요에 맞는 교육환경 조성,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 및 지역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의 자율혁신을 통해 국가 혁신성장을 주도할 미래형 창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원동력이 된다는 평가다. 부울경권역 내 대학들은 고등교육 변혁의 마중물이 되어 온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어떤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고 있을까. 본지는 박 회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대학혁신의 방향성, 교육혁신의 성과, 3주기 사업의 비전과 목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대학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신다면.
“대학혁신은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먼저 교육분야의 혁신인데 기존의 전통적 학문영역 기반의 교육이 아닌 역량기반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융합형 학사구조 개편, 모듈형 교육과정 확대, 학생의 전공선택권 강화와 같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디지털과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이 전공과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두 번째는 자율성과 책무성으로 대변되는 대학운영의 혁신이다. 대학이 스스로 수립한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혁신 과제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재정 운용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그에 상응하는 성과 관리 및 회계 투명성 확보를 통해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학연협력·연구 분야의 혁신으로 대학별 여건과 강점을 반영해 지역 산업 또는 국가 성장 동력과 연계된 특성화 분야를 선정한 후 혁신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고, 지역 산업체와 연계한 맞춤형 인재 양성 및 산학협력을 강화해 지역 혁신 성장의 거점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 그동안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어떻게 진행이 됐나.
“대학혁신지원사업은 2019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3년 단위의 주기로 진행되고 있으며, 각 주기는 변화하는 고등교육 환경에 맞춰 중점 추진 방향을 달리해 왔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주기 사업이 시행됐고 주로 대학 자율혁신 기반 구축기로서 획일적 평가에서 자율 기반 혁신체제로 전환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2주기 사업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대학이 수립한 자율혁신계획을 통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의 체질 개선과 전공자율선택제 등 학사구조혁신을 추진한 시기였다. 이처럼 대학의 실질적인 재정집행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 교육과정 혁신 등 대학의 자발적 교육혁신이 이뤄졌다는 점이 2주기의 주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적정 규모화 사업을 통해 입학자원 감소에 대응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이어지는 3주기 사업에서는 지난 1, 2주기 사업에서 추진한 전공자율선택제 등 다양한 학사구조 개편의 안정적인 실행과 성과평가 등을 통해 자율혁신의 성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부울경권역의 차별화된 교육혁신은 무엇이고, 그간의 성과에 대해서도 말씀해달라.
“부울경권역 내 지역 대학들은 제조업 중심의 지역 핵심산업과의 연계성에 기반한 학사구조를 구축하고 현장연계 교육을 실행함으로써 다른 권역과의 차별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부산은 조선·해양플랜트 및 항만·물류 산업, 울산은 자동차·미래모빌리티, 조선 및 석유화학·에너지 산업, 경남은 기계·금속·부품과 항공·우주 산업이 핵심 산업인데 해당 산업과 연계한 교육과정 설계, 현장실습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과제 주제로 선정해 해결하는 기업 연계형 PBL 교과, 전공 지식을 활용해 산업체나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캡스톤디자인 등 현장형 프로젝트 수업이 폭넓게 운영되고 있다. 울산대의 beYond(Blended Education for communitY-industrY-universitY engagement ON Discipline) 프로그램의 경우 ‘이론 수업–PBL 또는 캡스톤디자인–산업체 현장실습’을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구성해 교실에서 이론 교육과 현장실습교육을 하나의 프로그램 단위에서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졸업 전에 다수의 산업현장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을 만큼의 실무 역량을 쌓을 수 있다. 동시에 참여 기업의 관점에서는 실무역량이 검증된 인재를 지역 대학을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질 수 있다.”
-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부울경 대학들이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한 교육혁신을 추진하고 있긴 하나 여러 한계도 공존한다. 먼저 지역 사회의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이면서 특정산업에 편중돼 있는 점이다. 특정 산업의 업황이 악화될 경우 해당 산업에 특화된 전공과 취업 기회가 급격히 감소될 수 있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 내 기업의 학생 현장실습교육에 대한 수용 능력도 한계가 있는 경우도 많다. 지역기업의 현장실습교육 기회가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지만 실제 학생들이 원하는 현장교육기회와 실제 제공할 수 있는 기업 여건 간에 미스매치가 자주 발생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지역 정주 문제와 지역청년층의 유출이다. 제조업 중심의 기업문화에 대한 청년층의 선호도는 그리 높지 않으며, 문화생활과 교육 여건, 임금 수준 등으로 인해 대학의 인재 양성 노력과는 상관없이 청년 유출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의 교육혁신이 지역사회 성장과 선순화 구조를 가지려면 지역 사회 전체가 청년이머물고 싶어 하는 일자리, 주거, 생활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 다른 권역과 마찬가지로 부울경권역 내에서도 교류와 협력이 중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특별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부울경 대학혁신사업 책임자와 실무자 간 상시 소통 채널을 통해 논의 사항이 생길 때마다 논의를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공동 성과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성과포럼 전후로 사업 책임자와 실무자들 30여 명으로 구성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10월 31일 부산에서 100여 명의 사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과포럼이 개최됐으며, 총괄협의회장 축사, 특별 강연, 주제별 발표 및 종합토론 등으로 구성됐다. 성과포럼을 통해 권역 내 대학들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성과 포럼에서는 단순 사례 발표에 그치지 않고, 발표 사례별로 토론자를 배정해 보다 심도 있는 이해와 논의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
- 권역에서 대학 혁신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나. 아울러 타 권역에서 눈에 띄는 대학혁신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달라.
“2023년부터 학생의 전공선택권을 보장하고 진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교육 혁신이 중점적으로 진행됐다. 울산대를 포함한 경남대, 경성대, 고신대, 부산가톨릭대, 부산외국어대, 인제대 등 다수의 대학들이 융합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전공자율선택제 도입 및 모듈형 교육과정 확대 등 학사제도 유연화에 앞장서고 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울산대는 전통적 학문 분야로 이뤄진 9개 단과대학 50여 개 학과체제를 5개 단과대학 16개 융합학부 체제로 전면 개편하고 2025학년도부터 무학과제도를 입시에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의과대학을 제외한 단과대학은 융합학부로 구성되며, 융합학부 신입생들은 1학년 2학기에 소속 학부에서 제1트랙(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복수전공 개념인 제2트랙으로 소속 융합학부 이외의 모든 트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일부 트랙 제외). 그리고 융합학부를 정하지 않고 입학한 후 대학 내 모든 트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100% 자율전공학부인 ‘아산아너스칼리지’를 운영하고 있다.”
-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의 비전과 핵심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1주기는 혁신 기반을 갖추고 2주기는 구조 개편에 집중했다면, 3주기는 개편된 학사 구조에 따라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관련 성과를 모니터링하여 구조 개편의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편된 학사 구조에 따른 교육과정의 실행에는 교수자–학습자–행정지원조직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실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실행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수시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연차별 실행에 대한 성과평가를 매년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아마도 3주기의 3년차 쯤에는 학사구조 개편에 따른 최종적인 성과를 구체적으로 파악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과평가에 따른 환류 과정이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부울경권역 회장교로서의 역할과 향후 계획은.
“권역 내 대학들은 선의의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우위를 다투는 경쟁 관계이기도 하지만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상생 관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식의 확산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만남과 논의를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기회의, 간담회, 성과포럼 같은 공동 행사와 노력을 통해 권역 내 모든 대학의 교육과정, 비교과 프로그램 수준의 동시 상향을 기대할 수 있고, 대학 간 연합 및 협력을 통해 권역 내 학생들에게는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교육부나 한국연구재단 등 정부 당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고등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적 투자를 부탁드리고 싶다. 초중등교육의 완성은 고등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적 투입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OECD 「2023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 2023)」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 비율은 0.6%로, OECD 평균인 0.9%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지출액 역시 약 1만2225달러로, OECD 평균인 약 1만7559달러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통계는 세계 각국이 지식기반사회로 전환하면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역설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교육을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온 나라가 정작 고등교육에 대해서는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국가 역량의 약화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이라는 특정 조직에 대한 투자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 국가경쟁력에 대한 투자라는 점을 강조하여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