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정시 판도 격변 예고… 연세대 학생부 반영, 고려대 과탐 가산점 신설의 나비효과
서울대 이어 연세대까지 정시 ‘학생부 반영’ 대열 합류 고려대, 자연계 필수과목 폐지에도 ‘과탐 가산점 3%’ 신설 최상위권의 ‘소수점 싸움’에서 내신‧가산점이 변수로 부상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은 최상위권 대학들의 전형 변화로 인해 예년과는 다른 판도 변화가 예측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가 정시에서도 학교생활기록부를 반영하기 시작한 점, 그리고 고려대가 필수과목 응시 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과탐 가산점을 신설한 점 등이 꼽힌다.
입시전문업체 이투스가 지난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능 성적이 절대적인 정시의 특성상 사소해 보이는 이러한 변화들이 촘촘하게 점수대가 형성되는 최상위권의 지원 경향과 합격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험생들은 이른바 ‘SKY(서‧연‧고)’로 불리는 이들 대학의 복잡해진 전형 방식을 면밀히 분석하고 맞춤형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 연세대, 정시 전형에 ‘학생부 교과 5%’ 정량 반영 = 연세대학교는 2026학년도 정시 일반전형(의예/국제계열 제외)에서 기존 ‘수능 100%’ 전형 방식을 변경해 ‘수능 95% +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5%’를 반영한다. 이는 서울대가 이미 정시에서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를 정성적으로 반영해 왔던 흐름을 연세대가 따른 것으로, 최상위권 SKY 대학 모두가 정시에서 학생부를 평가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다만, 연세대는 서울대의 정성평가와 달리 학생부 교과를 정량평가로 반영한다. 정량평가는 교과 성적(내신 등급)을 점수화해 반영하는 방식이므로,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소폭의 유리함을 제공할 수 있다.
비록 학생부 반영 비율이 5%로 낮지만,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수능 점수가 거의 만점에 가까워 동점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5%의 교과 성적이 미세한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정시 지원에서 ‘수능 만능주의’가 약화되고 고교 3년간의 내신 성실도가 중요해지는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고려대, 자연계열 필수과목 폐지와 ‘과탐 가산점’ 신설 = 고려대학교의 변화 역시 정시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핵심 요소다. 고려대는 2026학년도부터 자연계열 모집 단위 지원 시 수학 ‘미적분/기하’ 및 탐구 ‘과학탐구’ 선택 과목 응시 제한을 전면 폐지했다. 이로써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 및 ‘사회탐구’ 응시자도 고려대 자연계열에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고려대는 지원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조정 장치를 마련했다. 바로 자연계열 모집 단위 지원자 중 과학탐구(과탐) 응시자에게 3%의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앞서 ‘사탐런’ 현상에서 언급됐듯, 대학이 형식적으로는 교차지원을 허용하되 학업 적합성을 고려해 자연계열 과목 응시자에게 실질적인 우위를 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3%의 가산점은 최상위권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미적분/기하 + 과탐’ 응시자에게 결정적인 합격 우위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사탐 응시자들의 지원은 늘겠지만, 합격은 여전히 과탐 응시자가 압도적으로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 ‘소수점 싸움’을 좌우하는 미세 전형 변화의 중요성 = 서울대의 ‘정성평가’, 연세대의 ‘정량평가 5% 내신’, 그리고 고려대의 ‘과탐 가산점 3%’ 신설은 최상위권 대학 정시 지원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세 가지 핵심 변수다.
수능 성적 백분위 100%에 가까운 최상위권 학생들은 이제 단순히 수능 점수만으로 대학을 결정할 수 없다. 연세대 지원자들은 내신 성적의 유불리를 계산해야 하며, 고려대 자연계열 지원자들은 가산점 유무를 판단해 자신의 위치를 냉철하게 파악해야 한다.
김병진 소장은 “최상위 대학의 전형 요소가 소폭이라도 바뀌면, 해당 대학을 지원하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지원 패턴 자체가 크게 바뀐다”며 “수능 성적은 기본이고, 이처럼 미세하게 도입된 학생부 반영 및 가산점 제도가 소수점 단위의 합격/불합격을 결정짓는 스위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험생들은 올해 입시에서 발표된 전형 계획을 꼼꼼히 살펴, 자신에게 유리한 반영 구조와 가산점 체계를 가진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지원 전략을 완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