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학생, 고액 등록금으로 거지 생활도

2010-04-08     이정혁
한국뿐만이 아니라 유럽 각국도 등록금 인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정 적자 극복 방안으로 유럽 각국이 대학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낮은 대학 등록금으로 유명한 유럽 지역 대학들이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자 거지생활을 하는 유럽 대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일랜드의 경우는 사정이 심각하다.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대학지원 예산을 5% 이상 삭감해 대학 등록금이 크게 올랐다. 아일랜드의 평균 등록금은 2000달러(한화 230만원)정도다.
휴 설리반 아일랜드 대학생연합교육국장은 “대학 진학 후엔 학비와 생활비를 혼자 조달해야 하는 아일랜드 대학생에겐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며 “실업률(13.1%)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 대학생들은 숨겨진 희생자”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교회 예배당에서 과자를 훔쳐 끼니를 해결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방값이 없어 낡은 차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는 학생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처한 상황도 비슷하다. 국가부도 위기에 놓여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라트비아는 지난 2008년부터 고등교육 보조금을 50%를 줄였다. 폴란드, 헝가리, 에스토니아 역시 대학 지원금을 4%~7%가량 삭감했으며, 영국·스페인·이탈리아 정부도 10% 이상 감축했다.
특히 스페인의 대학의 경우 난방과 수도·전기 요금 등 지출을 줄이려고 방학을 늘려는 조치까지 단행했다.
예산 삭감의 여파는 유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 없는 국가로 잘 알려진 스웨덴과 핀란드는 유럽 권 출신이 아닌 유학생들에겐 등록금을 받기로 최근 결정했다.
로비 모베르그 스웨덴 대학생연합 부회장은 “고등교육은 사회의 근본적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유학생이라고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며 “국민 혈세로 해외 학생들을 공부시킬 순 없다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