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앞둔 대학가 ‘전세난’
월세 가격은 평년 수준 유지
개강을 앞둔 대학가의 전세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금리로 인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경향이 뚜렷해서다. 반면 집을 구하는 대학생들은 매달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전세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추운 겨울, 전셋집을 얻으려는 학생들의 발품 팔기가 계속되는 이유다.
21일 대학가와 인근 부동산 등에 따르면 전세 매물의 거래량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전세 불가’를 내건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많아진 데다 전세 가격도 수 년 전에 비해 크게 오른 탓이다.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홍익대 등이 밀집한 신촌의 이대공인중개사무소는 “월세 불가보다 전세 불가 매물이 훨씬 많다. 학생들은 전세를 선호하지만 매물 자체도 적고, 어느 정도 괜찮은 전세는 7000만 원 선에서 거래돼 학생들 부담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의 호박공인중개사도 “월세로만 계약하려는 집주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전셋집을 구하는 입장의 체감도 다르지 않다. 한 연세대생은 “주인 아주머니들이 확실히 월세를 선호한다. 전세를 얻고 싶어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전세를 얻어 살고 있는 이미선(27) 씨도 “근처 전세 가격이 6~7년 전에 비해 상당히 올랐고 매물도 많이 없어 직장 근처로 집을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숙사가 없는 성균관대의 경우 전세난이 더하다. 지난해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최은원(영어영문학·4) 씨는 “성균관대 근처에서 전세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고려대나 성신여대 쪽으로 나가야 겨우 전세를 얻을 수 있는데 이 현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고 전했다.
성균관대가 기숙사 대안으로 인근 원룸들과 계약해 마련한 ‘학교 원룸’도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매달 월세를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학기 금액을 한 번 또는 2회 분납으로 내야 해 부담이 된다는 게다. 학생지원팀 박세준 씨는 “총 285명 수용이 가능한데 지원자가 많아 심사를 강화하고 입사 기간도 최대 1년으로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세난 속에서도 월세 가격은 평년 수준이라 그나마 다행이란 반응이다. 최근 대학가에 원룸·오피스텔 신축 붐이 일면서 공급량이 늘어나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고려대·경희대·한국외대·성신여대 등이 몰려있는 성북구 일대의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이 지역 월세는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대에 형성됐다. 학생들이 주로 구하는 6~8평 규모의 원룸은 보증금 1000만 원 기준으로 월세 40만~50만 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대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는 이 대학 학생은 “올해 연초부터 물가가 많이 올라 방값도 오를 것 같아 걱정했는데 작년과 같은 가격에 연장 계약이 돼 한시름 놨다”고 말했다.
김봉구·민현희·윤수경 기자 paper81·mhhph·skyoon@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