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맞은 대학가 외국학생 '물결'

▲ 지난 4일 서울여대 BIP프로그램에서 닐 맥밀란(Neil MacMillan) 밴쿠버아일랜드대 교수가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여대>
“한국인 학생들보다 외국인 학생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방학을 맞은 대학가에 외국인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다. 대학들이 진행하는 글로벌 프로그램때문이다. 초창기 소규모로 시작한 글로벌 프로그램들은 몇 해를 거치면서 수백 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단순한 ‘한국문화 알리기’에 그쳤던 커리큘럼도 최근 국내외 석학들을 초청해 강연을 이어가는 등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희대는 지난 4일부터 4주 동안 서울·국제 양 캠퍼스에서 여름계절학기 프로그램인 ‘Global Collaborative’를 진행한다. 참가인원은 외국인 학생 270명과 국내 대학생 280여명등 모두 550여명에 달한다. 지난 2006년 해외학생 25명, 국내학생 177명으로 시작해 올해는 28개국 55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행사로 발전했다. 올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 에미리트 등 참가 국가가 중동지역으로도 확대됐다.
이번 계절학기에서는 25명의 해외 석학이 ‘글로벌 거버넌스와 동아시아 문명’ ‘녹색 지구를 향하여’를 주제로 양 캠퍼스에서 유엔·문화·예술·경제 분야의 강의를 이어간다. 특히 올해에는 이홍영 UC버클리 교수, 쑨쉬에펑 칭화대 교수, 앤드류 피커링 엑세터대 교수 등이 신규 강사진으로 참여한다. 경희대 국제교류처는 “초창기에 비해 참여하는 외국인 학생이 10배가량 늘었다”면서 “대학에서 거교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해마다 인원을 늘리고 내실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제대는 지난 4일부터 2주 동안 20개국 51명의 외국인 한국어 전문가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해외 대학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한류열풍에 맞춰 수요가 폭발하는 드라마 등을 번역하는 한국어 번역사, 한국관련 회사원, 호텔 종업원, 한국어학원 강사, 한국문화원 직원, 원불교 봉사자 등이다. 국적도 다양하다. 스페인과 스웨덴, 헝가리 등 유럽 국가는 물론, 이란,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구 소련연방에서도 참가했다.
해외 연수에 참가한 러시아 크라스노야르 한국문화원의 율리야 메딘트세바씨는 “지난 2009년 배재대에서 6개월 동안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이번에 다시 배제대를 찾았다”며 “여러 나라에서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난달 27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5주 과정의 ISI(International Summer Institute)를 진행한다. 올해 5회를 맞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 수는 모두 250명으로, 15개국의 외국인 230명, 서울대생 30여명이다. 지난해 참가인원 130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대 교수진 25명과 강사 5명 등 모두 30여명이 인문·사회 과목들 위주 24개 과목을 가르친다. 한국미술·한국음악·한국어 수업 등도 마련됐다.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측은 “지난해에 비해 학생도 2배, 교수진도 2배, 교과목도 2배로 키웠다”면서 “매주 한국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주차에는 전주 한옥마을 다녀왔고, 2주차와 3주차에 엠넷 공개 방송 등을 관람하며 한류를 직접 느끼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여대(총장 이광자)는 지난 3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학내 바롬인성교육관에서 ‘제13회 바롬국제프로그램(Bahrom International Program, 이하 BIP)을 연다. BIP는 매년 여름방학 중 4주 동안 미국·캐나다 등 영어권 교환대학 학생들과 서울여대 교환학생 파견 예정 학생들이 함께 영어로 생활하며 우리나라에 대해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BIP에는 미국·캐나다·영국·뉴질랜드·러시아 교수·학생 82명, 서울여대 학생 68명, 진행 스텝·강사 100명 등 총 250여명이 참가했다.
오전에는 강의, 오후에는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한국의 역사·현안·언어·경제·예술 관련 강의 △창덕궁, 용인 민속촌, 철원 땅굴 방문 △광주 도자기 박물관, 국립박물관 견학 △‘난타’ 공연 관람 △경주 탐방 △태권도 체험 등이 진행된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BIP에는 지난해까지 1000여명의 외국인 교수·학생, 서울여대 학생들이 참가했다.
한양대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번 달 22일까지 ‘한양국제여름학교’를 진행한다. 외국인 학생 280여명, 한국인 학생 330여명 등 모두 610여명이 참가한다. 한양대 교수를 비롯한 국내 교수진 16명과 해외 대학 교수진 17명이 모두 40여개의 강좌를 진행하며, 특히 올해는 한류 열풍에 따라 미디어 분야 강의가 개설됐다.
한양대 국제협력팀은 “올해에 가장 주력해서 강의하는 분야는 ‘미디어 앤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의 발전된 영상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다큐멘터리 제작, 사진 촬영 등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감독과 PD, 영화배우 등을 초청해 강연을 진행해 인기가 높다. 지난주에는 정용기 감독이 초청강연을 했고, 이번 주에는 탤런트 이윤지씨가 강연을 맡는다.
김기중·민현희·홍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