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위 피감 기관장들 "지속적인 투자 계속하며 기다려달라"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국가 R&D 예산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왜 우리는 아직 노벨상이 없나"

18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국정감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노벨상이었다. 의원들은 국가 연구 지원금의 누수와 정부기관의 비효율성, 과학기술원의 인재교육 등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미방위원장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을 향해 "외국에 가면 한국을 대단한 나라라고 우러러보는데 정작 왜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가 없나"라고 물었다.

정 이사장은 "사실 우리 과학계는 충분히 노벨상을 받을 만한 위치에 와 있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지적하자면)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 이사장은 꾸준한 투자와 기다림을 강조했다. 그는 "청색 LED(발광 다이오드)를 개발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나고야대 아마노 히로시(Amano Hirosh) 교수는 수상 당시 55세였다. 그 교수는 25살때 시작한 연구주제를 가지고 30년 파고들어 30년 만에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에 근접한 연구자의 규모를 2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데, 일본은 나고야대 한 곳의 노벨상 근접 연구자 규모가 그 정도다. 게다가 노벨상을 수상한 아마노 교수는 해당 명단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던 사람이다. 우리에게도 숨어있는 뛰어난 연구자들이 많고 이들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출석한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도 같은 입장이다. 우리나라가 미래 먹거리로 선정해 육성 중인 국가전략기술 120가지 가운데 세계 1등 기술은 하나도 없다는 지적에 대해 박 원장은 "과학기술은 오랜시간 투자가 필요하며, 메이지유신 이후 120여년 간 지속적으로 기초과학에 투자해온 일본에 비하면 우리의 연구개발 투자 역사는 사실 매우 짧다"고 답했다.

정부 R&D 혁신방안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규모는 OECD 국가 중 1위, 절대 금액으로도 세계 6위로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면서 "프랑스가 문화대국이 된 것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힘입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과학기술정책원(가칭)’ 설립 계획에 통합 당사자인 KISTEP, STEPI, KISTI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과학 교육의 질적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길부 새누리당 의원은 "조선 3사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8조원의 적자를 봤는데 이는 우리나라 공대의 부실한 교육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전국 주요대학 화학공학과에서 화공플랜트를 지도할 교수가 2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라며 “우리나라는 교수평가와 연구비 지원이 논문 편수 등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학들이 논문이 적게 나오는 플랜트 전공 교수 채용을 기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이 해양플랜트 사업 싹쓸이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교육부·미래부의 R&D사업 과제를 배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인재양성에 기여하는 대학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연구부정행위 문제를 지적했다. 최 의원은 "지난 8년간 대학 교수. 연구원들의 연구부정행위가 147건에 이르고 있지만 징계는 주의나 경고에 그치고 있다”며 “최근 문단에서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국가 연구개발 사업 등을 수행하는 연구원들의 이 같은 부정행위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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