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음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시끄럽다. 혹자는 인권위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도 한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인권위원 구성원이 바뀌자 인권위 운영에 큰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주목할 만한 책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법 학자이자 인권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3년간 인권위 상임위원을 역임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권위가 어떤 조직인지, 인권위원은 무슨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이 시대에 바람직한 인권위원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인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걸어 다니는 인권위’라 불리지만 이 책은 단순히 그의 지식과 기억력에 의존해 집필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취임일부터 퇴임일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인권위의 주요 업무를 기록했다. 그 양이 무려 200자 원고지 6000장에 이른다. 저자가 스스로를 인권위 사관(史官)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집요함은 그의 평소 철학인 “기록하지 않으면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한 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업무와 삶을 집요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그것에 기초해 쓴 ‘일과 삶의 역사’다.
이 책은 지난 3년간 인권위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과 이슈에 대한 생생한 뒷이야기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박원순 시장 사건을 처리하면서 저자가 경험했던 고뇌, 세인의 이목이 집중된 탈북어민 강제송환 사건의 처리과정에서의 논쟁, 평등법 제정에 참여하게 된 과정과 경과, 초대 군인권보호관으로서 제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인권위 내에서의 갈등 등이다. 저자는 이 사안들을 단순히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일기를 함께 보여주며 사건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과 더불어 사건의 진상과 미래를 위한 대안까지 제시한다.
인권위가 맡는 사안들은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당되는 것들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인권위를 이해하고 나아가 시민과 함께 걸어가는 인권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 책을 펴냈다.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시대에 필요한 인권위원은 어떤 능력과 자질, 그리고 소신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할 것이다. (혜윰터/2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