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서 ‘2024 대한민국 미래 교육 서밋’ 개최
대학 총장 및 시‧도교육감 등 중등‧고등교육계 리더 200여 명 참석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초‧중등 교육의 변화에 대학‧교육부도 동참해야”
교육계 전문가들 “교육 혁신 시급”…대입 정책 개선 필요성 ‘한목소리’

22일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국제 바칼로레아(IB) 본부와 한국대학신문 주관으로 ‘2024 대한민국 미래교육 서밋’이 열렸다. 서밋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22일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국제 바칼로레아(IB) 본부와 한국대학신문 주관으로 ‘2024 대한민국 미래교육 서밋’이 열렸다. 서밋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우리나라 중등‧고등교육을 대표하는 관계자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관계자들은 초‧중등 교육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대입정책으로 인해 중등교육과 고등교육 사이에 분절이 발생한다며 교육부와 대학도 이에 호응해 변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2024 대한민국 미래교육 서밋’은 22일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국제 바칼로레아(IB) 본부와 본지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번 서밋은 미래 교육환경의 혁신적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입시 정책의 다변화 등을 주제로 국내 교육계 리더 간 교류 및 협력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대구시교육감)을 비롯해 서울‧경기‧전남‧전북‧충북‧제주 교육감이 참석했으며, 고등교육계에서는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중앙대 총장)과 유홍림 서울대 총장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또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도 영상으로 축사를 전하며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주기를 당부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올리 페카 헤이노넨(Olli Pekka Heinonen) IBO Director General(IB사무총장)도 참석해 국내 IB 교육의 확산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는 교육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기조 강연을 맡은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은 ‘대변혁의 시대,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주제로 한국 교육의 과거와 현재,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교육에서 대학 입시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결국 모든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 교육의 최우선 목표를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미래 인재를 키우는 일’로 삼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초‧중‧고등교육 모두 획기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창의적 인재 양성에 비중을 두고 전면적 개혁과 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어진 첫 번째 세션에서는 김일환 제주대 총장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재’를 주제로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교실 밖으로 나오는 수업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 총장은 “기존 세대와 MZ세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나 달라 교육환경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철학적인 문제를 교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대에서 진행 중인 ‘제주 올레길과 자아성찰’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기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 교실 밖에서 배우는 수업”이라며 “‘길 위에서 내 길을 찾는다’는 목표 아래 많은 인기를 얻어 현재 시그니처 과목이 됐다”고 소개했다.

첫 번째 세션 이후에는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토론에는 전호환 동명대 총장과 우종수 POSTECH 교수, 김일환 총장이 참여했다. 패널들은 교육 혁신을 위해 교육감, 대학 총장,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교육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두 번째 세션은 송진웅 서울대 교원양성혁신센터장(한국IB교육학회장)이 ‘미래 역량을 키우는 대입 패러다임’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송 센터장은 학습에 대한 근본적인 혁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교육의 방향성, 평가 방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제도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발표 후에는 ‘삶의 역량, 미래 역량을 키우는 교육(대입 준비 방향성)’을 주제로 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양찬우 대교협 입학지원실장, 김신완 MBC PD(다큐멘터리 <교실이데아> 연출자), 장밝은 경북사대부고 수석교사가 패널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서‧논술형 평가의 도입과, IB의 평가방식을 토대로 한 현 수능 시스템 개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대구시교육감)이 전국 6곳 교육감들과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서거석 전북도교육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윤건영 충북도교육감. (사진=한명섭 기자)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대구시교육감)이 전국 6곳 교육감들과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서거석 전북도교육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윤건영 충북도교육감. (사진=한명섭 기자)

■ 축사부터 남달랐던 ‘미래교육 서밋’…“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 만들어 내야” = 이날 행사에는 중등교육부터 고등교육 주요 관계자가 참석한 만큼 개회사와 축사도 내실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행사를 주최한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대구시교육감)은 개회사에서 “오늘 이 자리는 대학과 중‧고등 교육 접목 및 미래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초‧중등교육 변화에 대학도 동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미래교육 서밋에는 전국 7곳의 시‧도교육감이 참석해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와 IB에 대한 관심을 증명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의 개회사 이후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서거석 전북도교육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윤건영 충북도교육감이 함께 나와 순서대로 이번 미래교육 서밋에 의미를 보탰다.

정근식 교육감은 “(이번 서밋이)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인재 양성 이후에도 대학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부탁의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토론회 자리에서 나온 의견들이 대학 총장님들 가슴에 새겨져 대한민국 교육 전반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임태희 교육감은 “세계적인 교육방법인 IB교육 관계자들, 대학 총장 및 관계자, 교육감 외 각 시도에서 장학관‧장학사 등이 함께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교육 미래를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교육감은 교육을 통한 지역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전남은 지역소멸‧학교소멸 등 생존의 기로 속 교육이 희망이라는 생각”이라며 “지금의 수능 중심 대입 체제로는 전남은 경쟁이 불가능하다. 미래교육 선도를 목표로 IB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전남도의회는 IB의 전면적 도입을 결의했다”며 “대입체계 변화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다. 이 자리가 큰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또 서거석 교육감은 “이 자리를 통해 초‧중등교육의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길 기대한다”며 “IB와 새로운 입시제도, 고등교육의 새 방향 등 대한민국 교육 전반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제주도에 IB 도입 학교가 하나둘 늘어 이제 17곳에 달한다”며 “특히 김일환 제주대 총장의 배려로 현재 제주대 산하 중학교에 IB 도입을 진행 중이며, 나머지 각급 학교에도 계획 중이다. 최근 교사들의 IB 연수도 진행됐다. 이 자리를 빌어 김 총장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윤건영 교육감은 “올 3월 IB 협약을 맺고 지역에 도입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체계적으로 구성된 국내 교육 콘텐츠를 IB로 엮을 수 있다는 ‘형식성’에 주목했다”며 “공교육을 통해 IB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세계 어느 곳, 어느 대학에도 갈 수 있는 지역 학생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현장 참석이 어려워 영상으로 축사를 전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교육부는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등 인간 고유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 대응해 창의인재 양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오늘 ‘대한민국 미래교육 서밋’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은 “대전환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를 통해 우리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한편으로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시‧도교육감과 정부 관계자 축사 이후에는 고등교육 관계자의 축사도 이어졌다.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중앙대 총장)은 현장 축사에서 평가 방식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으며,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융합형 인재 양성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교육의 대전환 시대에 교육 평가는 학업 성취도 등 정량적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며 “창의적 사고‧협업 능력 등을 지닌 인재 양성이 핵심이다. 새로운 대학선발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팀 기반이나 지역사회 협력, 국제 교류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총장은 “최근 서울대 입학생 가운데 4년 만에 졸업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학생 40%가량이 다전공 이수를 선택하고 있다”며 “이처럼 하나의 전공만이 아닌 2~3개의 전공을 가지는 것은 학생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융합형 인재로 위기에 대응하는 것으로, 미래 사회에는 더 많은 역량이 요구된다.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선 소통 및 협업 능력이 중요한데 강의실 교육보다 PBL 등 경험을 중시하는 교육에 학생 스스로 찾아가는 상황”이라며 “미래에 대비해 교수와 학생이 함께 참여해 상의하면서 교육역량을 모아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기조 강연을 맡은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이 ‘대변혁의 시대,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주제로 한국 교육의 과거와 현재,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기조 강연을 맡은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이 ‘대변혁의 시대,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주제로 한국 교육의 과거와 현재,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우리 교육에서 수능 등 대학 입시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 = 미래교육 서밋의 기조 강연은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이 맡아 ‘대변혁의 시대,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오 전 총장은 △한국 교육, 과거와 현재 △미래 사회의 모습 △미래 인재상 △신기술에 의한 교육의 변화 △한국 교육의 현안 과제 △마무리 말씀과 제언 등 6개 소주제를 정해 설명했다.

오 전 총장은 그동안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 루카스 교수의 이론을 인용해 그 핵심에는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경우 생산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 근로자 전반의 지식 기술이 증가하면서 인적자본 증가를 통해 경제가 발전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오 전 총장은 90년대까지 잘 통용되던 이 이론이 현재 우리나라에 통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지난 30년간 ‘5년 1% 하락의 법칙’에 따라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오 전 총장은 교육환경에 급변한 만큼, 이제는 창의형 인적자본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90년대 이후 새로운 아이디어가 요구받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 교육은 암기식 위주의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창의형 교육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래인재 핵심 역량으로 7C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력 △창의성과 혁신 △협동, 팀워크, 리더십 △문화를 넘나드는 이해 △소통, 정보, 미디어 독해력 △컴퓨터, ICT 독해력 △진로 개발과 자립을 소개한 오 전 총장은 교육 혁신은 융합형 인재의 적극적 양성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오 전 총장은 한국 교육의 현안이 창의적 인재양성 실패에 있다며, 이 같은 문제는 과도한 경쟁이 직접적 원인으로, 수능 등 대입과정에서 평가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교육에서 대학 입시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우리나라의 대입 경쟁이 치열한 이유로 출신학교가 미래를 신분을 결정한다는 ‘신분 선발’에 대한 믿음, 세컨드 찬스(두 번째 기회)가 없는 제도, 심각한 양극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요인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전 총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모든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교육의 최우선 목표를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미래 인재를 키우는 일’로 삼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 전 총장은 “창의적 인재 양성에 비중을 두고 교육시스템의 전면적 개혁과 정비를 통한 대한민국 초중고등교육 모두에 획기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부문의 수준별 평가제도 도입, 학생 개성에 맞는 창의력‧사고력 배양 교육 등 대학입학 제도 개선과 학생들의 평생학습능력을 제고하고 학문 융합적 소양 및 디지털 능력, 타인과의 소통능력 강화 등을 꾀하는 대학 변혁도 시급하다”고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 제언했다.

첫 번째 세션 이후 진행된 패널 토의에 참여한 전호환 동명대 총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좌정을 맡은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김일환 제주대 총장, 전호환 동명대 총장, 우종수 POSTECH 교수. (사진=한명섭 기자)
첫 번째 세션 이후 진행된 패널 토의에 참여한 전호환 동명대 총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좌정을 맡은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김일환 제주대 총장, 전호환 동명대 총장, 우종수 POSTECH 교수. (사진=한명섭 기자)

■ “‘학생 행복’에 대한 고민도 이뤄져야”…수능 폐지, 교육 분절 해소 위한 논의도 필요 =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재’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교실 밖으로 나오는 수업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 총장은 “기존 세대와 MZ세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나 달라 교육환경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출세해야 한다는 욕구가 무의식적으로 내제돼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철학적인 문제를 교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주대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제주대는 학생 30명과 사회에서 생활 중인 멘토 30명이 짝을 지어 3~4시간 올레길을 오르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제주 올레길과 자아성찰’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총장은 “제주 올레길과 자아성찰은 지역 사회와 연계해 제주도의 올레길을 함께 오르는 활동으로 기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 교실 밖에서 배우는 수업”이라며 “‘길 위에서 내 길을 찾는다’는 목표 아래 많은 인기를 얻어 현재는 시그니처 과목이 됐다. 융합인재를 양성하려면 기존의 것을 고수해서는 절대 혁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발표에 이어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토론에는 전호환 동명대 총장과 우종수 POSTECH 교수, 김일환 총장이 참여했다. 패널들은 교육 혁신을 위해 교육감, 대학 총장,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교육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호환 총장은 “IB교육과 같이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동명대는 ‘Do-ing(두잉)’ 대학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체‧덕‧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Do-ing 대학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일환 총장은 우리나라 교육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에 맞는 대학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입 시스템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장은 “지금의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대학은 입학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해 그 대학에 가고픈 이유와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에게 간절함을 심어주고 학생들이 사회에서 간절함을 이룰 수 있도록 교육 환경에서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우종수 교수 역시 객관식 상대 평가로 이뤄진 대학 입시로 인해 예부터 논의된 창의 인재 육성 교육이 모두 블랙홀처럼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과거에도 교육 혁신은 늘 이슈였지만 우리나라 교육에서 대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다 보니 어떤 교육 방식을 적용해도 수능형 객관식 상대 평가가 있는 한 모두 소용이 없어진다”며 “단순히 교육을 할 뿐만 아니라 교육을 평가하는 것도 같이 연동돼야 한다. IB 평가 방식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공정성을 신뢰받고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해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미 있는 플로어 발언도 이어졌다. 임태희 교육감은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사이의 분절에 대해 지적하며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수능을 꼽았다. 대입 제도 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 임 교육감은 교육부, 대학 총장, 교육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대입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다 망가진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유‧초‧중등 교육과정에선 많은 분야에서 이미 문제해결력 신장 등 창의력 제고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러한 모든 노력은 수능으로 대표되는 대입 과정으로 넘어가면 허사가 된다. 이런 노력들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대입제도 변화없이는 공염불”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현 수능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교육부는 무책임하며 미래교육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선진국이 하는 건 우리도 할 수 있다. 이미 초‧중등교육 현장에선 논·서술식 방식의 평가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수능을 대체해 만들 수 있는 방안은 이 자리에 함께 한 대학 총장과 시·도교육감 등 한국 교육 구성원 모두 머리를 맞대면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 수능이 끝나고 시도교육감과 대학 총장들과 모임을 갖고 현재의 입시 문제를 공론화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2024 대한민국 미래교육 서밋’에 참석한 시도교육감 및 주요 대학 총장 등 관계자들이 기조 강연을 집중해서 듣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2024 대한민국 미래교육 서밋’에 참석한 시도교육감 및 주요 대학 총장 등 관계자들이 기조 강연을 집중해서 듣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서‧논술형 절대평가 방식 도입돼야”…수능 문항 유형 교체 제안도 = 두 번째 발표 주제는 ‘미래 역량을 키우는 대입 패러다임’으로 송진웅 서울대 교원양성혁신센터장(한국IB교육학회장)이 맡았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이 좌장으로 양찬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 김신완 MBC PD(다큐멘터리 <교실이데아> 연출자), 장밝은 경북대사대부고 수석교사가 패널 토론자로 참여했다.

송 센터장은 “우리는 교육계 내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고, 교육계 외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며 “두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습에 대한 근본적인 혁명과 교육에 대한 혁신을 통해서만 내부와 외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학교는 학습경험을 쌓는 곳으로 성공, 실패, 좌절, 극복 등 경험의 장으로서의 학교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의 강점을 교육에서 학습으로, 학습에서 학습을 통한 경험으로 옮겨야 한다. 학생 스스로 변화와 성장을 확인할 수 있어야 된다.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 자신감을 가졌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송 센터장은 “고등학교 수준부터 외국의 우수한 유학생을 유치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서·논술형을 절대평가 방식의 단계적 도입이 이뤄져야 하며, 학교 평가는 변별 시험에서 성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개별 교사의 책임을 분산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IB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사교육보다 공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수능과 같은 국가고사를 폐지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단일 학교의 제도적 기반의 평가는 물론, 국가 수준의 채점 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수능으로 대표되는 국가고사를 폐지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학교에 맡겨뒀을 때 생기는 통제할 수 없는 사항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리 페카 하이노넨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회장이 ‘2024 대한민국 미래교육 서밋’의 폐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올리 페카 하이노넨 IBO Director General(IB사무총장)이 ‘2024 대한민국 미래교육 서밋’의 폐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송 센터장의 발표에 이어 ‘삶의 역량, 미래 역량을 키우는 교육(대입 준비 방향성)’을 주제로 한 토론이 이어졌다. 패널들은 서·논술형 평가의 도입의 필요성과 IB 평가 방식을 벤치마킹한 수능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찬우 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고려대 교수)은 “서술형 평가가 많은 이슈가 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향후 서·논술형 평가가 단계적으로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채점의 공정성 확보와 채점자의 전문성 강화 등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학령인구 감소 속 외국에서 들어오는 학생들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제적 표준을 만드는 제도와 대학 입시 등이 갖춰진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가 수월성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대학 전형, 중등 교육에서 IB와 같은 국제적 표준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IB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김신완 MBC PD는 논‧서술형 평가뿐만 아니라 구술평가 등 다양한 평가를 통해 학생 역량을 평가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앞서 많은 분들이 말했듯이 서‧논술형이 필요하고, 어떠한 학생의 다양한 역량들을 골고루 육성, 훈련,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구술평가 등 여러 가지 항목이 종합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IB 학교에서 경험한 것을 예로 들며, “(IB교육의 경우) 단순히 지필고사 형태로 단시간 내 서‧논술형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골고루 길러내는 과정들이 수업에 포함돼 있고, 그 수업에 포함된 것들이 평가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연결고리들이 잘 이뤄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학생들은 여러 가지를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 마치 철인 10종 경기를 하는 것처럼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IB처럼) 오히려 연결돼 있는 능력들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다 보면 훨씬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장밝은 경북대사대부고 수석교사는 IB 교육의 평가 제도를 본받아 수능 문화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사는 “고등학교 2, 3학년 때 학교 수업을 듣지 않아도 학원에 가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부터 학교 수업에서 많은 이탈이 발생한다”며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하고, 이 속에서 교사들의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반드시 IB의 평가 시스템을 배워와 수능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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