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영 기자
고려대가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의대 남학생 3명에 대해 퇴학 처분할 전망이다. 퇴학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재입학이 가능한 것으로 출교조치보다는 수위가 낮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06년 4월에 있었던 출교 사태와 대비된다. 고려대는 당시 병설 보건대생의 총학생회 투표권 인정을 요구하며 17시간 동안 보직교수 9명을 본관건물에 억류시킨 7명의 학생을 출교 조치했다. 교수 억류가 있었던 시점에서 14일 만에 내려진 신속한 조치였다.

그러나 의대생 성추행 혐의에 대해선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건 발생은 지난 5월 21일 있었으나 징계절차가 시작된 것은 8월 초다. 2개월 넘게 질질 끌며 내놓은 징계 수위도 출교가 아닌 퇴학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때문에 고대 동문들은 “가해자가 국내 유수의 로펌 변호사와 유력 인사의 자제라는, 그래서 우물쭈물하고 있나”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일관된 잣대로 잘한 일에 대해선 상을, 못한 일에 있어선 벌을 내리는 게 '교육적'이다. 교육계의 지도자들이 이런 원칙을 더 잘 견지해야 배우는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교육계를 보면 이중 잣대가 만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게 사학분쟁조정위원회다. 사분위는 상지대·조선대·세종대 등 대표적 분규 사학의 정이사를 선임하며 사실상 옛 재단 인사들의 복귀를 허용했다. 최근까지도 사분위는 종전이사(옛 재단)측에 이사진의 과반수를 배정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사분위에 의해 복귀한 인사들은 대부분 비리가 드러나 물러난 인사들이다. 박철웅(조선대)씨는 부정편입학으로 1978년부터 1980년까지 3년간 55억 원을 착복했다. 김문기(상지대)씨는 한의대 부정편입학 등으로 대법원으로부터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바 있다. 주명건(세종대)씨는 2004년 비상근 이사장임에도 8억6000여만 원의 급여를 가로채는 등 113억 원을 횡령한 혐의가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나 변상·회수·보전 조치됐다.

최근 교과부는 명신대와 성화대학에 대해 종합감사와 특별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교비횡령과 학점장사를 한 명신대에 대해서는 이사 7명에 대해 취임승인을 취소했다. 비슷한 비리가 드러난 성화대학에 대해서도 이사 7명을 징계했다.

교과부는 중대 비리가 드러나는 사립대에 대해 퇴출·폐쇄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분위 결정에 따라 복귀한 재단 인사들도 이에 못지않은 비리를 저질렀다. 부정 편입학으로 개인적 이익을 취하거나, 학교 돈을 횡령한 혐의로 이미 징계를 받은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여론이 쏠렸을 땐 엄중 조치했다가 시간이 지나자 ‘사학의 사적 소유권’을 인정해 옛 재단 인사를 복귀시키고 있는 꼴이다. 그나마 교육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재단은 시일이 지나면 복귀할 수 있고, 힘없는 대학은 비리혐의가 드러나면 엄중 조치를 받아야 하는 지 묻고 싶다. 부디 교육계가 배우는 학생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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