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최초 전담기구 설립해 인재상과 연계된 학생교육

다문화교육원·연구소 통해 차별화된 프로그램 선보여

▲ 글로벌&다문화라운지에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어울리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김봉구 기자] 대구가톨릭대의 다문화교육은 조금 특별하다. 다른 대학들의 국제화교육과 달리 어학능력을 키우는 것보다 세계인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학교육을 기본으로 학생들을 다른 문화의 세계인을 포용하는 인재로 길러내는 게 목표다. 국제화교육과 별개로 ‘다문화교육’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그래서다.

보통 이주여성 대상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등을 가리키는 다문화교육과도 확연히 다르다. 대구가톨릭대는 지역 최초로 전담기구인 다문화교육원과 다문화연구소를 설립해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 형성에 소통과 봉사 개념을 덧입혔다. 건학이념인 가톨릭정신에 입각해 다른 문화를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인식하는 세계인으로 육성하는 교육 커리큘럼이 눈길을 끈다.

■ “제 3세계 포용·봉사하는 세계인 양성” = 대구가톨릭대가 표방하는 인재상은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다문화적 전문인’이다. 다른 대학의 교육목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다문화성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제3세계 사람들까지 포용해 더 못사는 세계인을 위해 봉사하고,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세계인을 만들어내자는 의미다.

소병욱 총장은 “흔히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라고 하면 영어 잘 하는 국제통상분야 전문인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대구가톨릭대는 다문화교육을 전면에 내세워 전 세계인과 소통하고 세상을 포용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는 이 같은 독특한 비전으로 1기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올해 ACE 체제로 교양교육을 대폭 개편하면서 ‘다문화 이해능력’을 4개 필수영역 가운데 하나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영역별 기초·심화과목을 수강하며 기초과목은 대부분 1·2학년 교양필수로 지정돼 인재상과 연계한 다문화교육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

지역에서 최초로 설립된 다문화교육·연구 전담기구가 토대를 닦았다. 대구가톨릭대는 지난해 신설된 다문화교육원과 2010년 말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에 선정된 다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여러 다문화 프로그램을 펼쳐나가고 있다.

▲ 해외테마문화 이해 체험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구가톨릭대 학생들과 현지 어린이들.

■ 다른 민족·문화 이해하는 체험프로그램 = 다문화교육원은 ‘Me In Others’라는 주제로 글로벌 다문화 마인드 형성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외 문화를 현지에서 체험하는 봉사 프로젝트부터 국내 다문화가정·거주지 방문 프로그램, 국내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을 멘토와 멘티로 묶는 그룹 멘토링까지 국내와 해외, 학교와 사회를 아우른다.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은 해외테마문화 봉사체험 프로젝트에 참여해 세계 각 지역의 문화권에서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다른 민족과 문화권의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다문화적 소양 함양이 목적이다. 지난해만 학생 70명이 선발돼 필리핀·캄보디아·인도네시아에서 건물 보수공사, 수로 개설 등의 현지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박희란(간호학과4)씨는 “우리에게는 작은 실천이지만 외국의 어려운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와 함께 국내 거주 다문화 가정과 거주지를 방문하는 봉사·탐방 프로그램은 학생들로 하여금 우리사회에서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지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대구가톨릭대 학생 20여명은 결혼 이주여성들의 검정고시 준비와 다문화가족 자녀의 기초학력 증진을 돕는 공부방 운영과 봉사에 나섰다. 국내 외국인 마을 탐방프로젝트에도 지난해 160여명이 참가해 경기도 가평 쁘띠 프랑스와 남양주 몽골민속촌, 경남 남해 독일문화마을 등을 찾았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국내의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체험하고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유학생 그룹 멘토링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인 학생 멘토와 외국인 유학생 멘티를 그룹으로 구성해 자율적 학습활동을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8명을 선발했는데 외국인 학생은 한국생활 적응에, 한국인 학생은 외국어 학습에 도움을 얻는 효과를 냈다. 국적을 넘나드는 우정으로 다른 문화를 폭넓게 이해하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소득이다.

▲ 외국인 대상으로 진행된 한옥체험 모습.

■ 교과·교재 개발 비롯 다각적 연구 박차 = 다문화교육원이 ACE사업 등과 연계한 학생 중심 교육 프로그램에 무게중심을 뒀다면 다문화연구소는 일종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한다.

연구소는 △한국사회와 다문화 △21세기와 다문화 △아시아 문화 컬렉션 △아시아로 떠나는 다문화 여행 △유럽의 정신과 문화 △다문화인의 삶과 꿈 등 다문화 교양과목 6개를 독자적으로 개설하고 교재를 펴냈다. 특히 ‘다문화인의 삶과 꿈’ 강좌는 중국·일본·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 등 해외 출신 결혼 이주여성들의 생생한 강의로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다문화연구소의 연구주제는 폭이 넓다. 지난달 ‘왜 다문화주의인가?’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게 대표적 사례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바뀌고 있지만 다문화주의에 관한 사회적 논쟁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이번 달 들어 알비누 말룽구(Albino Malungo) 주한 앙골라 대사를 초청해 다문화 특강을 마련한 것 역시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결혼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생애구술사 연구도 진행 중이다. 중국·일본·네팔·필리핀·베트남·키르키즈스탄 등 6개국 출신 9명의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모국과 한국에서의 삶의 변화와 적응방식 등을 알아보고 있다. 다문화연구소 김태원 연구교수는 “결혼 이주여성은 우리 사회의 매우 중요한 문화 매개자다. 이들에 대한 올바른 연구는 한국의 보편적 문화 연구나 가치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연구소는 학술·이론연구 뿐 아니라 현장의 다문화가정 지원에도 앞장섰다. 당초 2009년 대구 동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문을 열어 지역 다문화가정의 한국어교육과 가족통합교육·상담이 연구소의 몫이다. 이외에도 결혼 이주여성들의 운전면허 취득, 보건의료 지원, 컴퓨터교육, 문화체험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른 문화 이해하면 평화의 삶”
[인터뷰]김명현 다문화교육원장다문화연구소장(신학부 교수)

- 다문화교육에 주력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21세기 다문화사회를 살아가려면 ‘다문화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과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문화교육이 필요하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면 새로운 평화의 삶을 살 수 있다.”

- 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의 반응은.
“학생들이 외국이나 국내 다문화 현장을 방문하면 호기심을 보인다. 다른 문화가 궁금하고 엿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문화교육은 특정한 분야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삶과 직결돼 있어 학생들의 삶 안에서 생각과 행동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장점이다.”

- 다문화교육·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2009년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다문화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2010년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중점연구소로 선정돼 9년간 23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중점연구소로 선정된 것 자체가 큰 성과다. 다른 대학에도 다문화연구소가 있지만 대구가톨릭대는 직접 다문화 교과목을 개발해 체계적 교육을 하고 있다. 신학·철학·사회학·교육학·사회복지학 등 다학문적 접근을 통해 학생들의 다문화 감수성이 많이 향상된 점도 큰 변화이다.”

- 우리사회의 다문화 인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현대사회의 지식과 정보는 넘쳐날 만큼 풍부하다. 중요한 것은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때 어떤 가치관이 개입돼느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문화교육은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이해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 개인의 가치관 형성이 올바를 때, 즉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형성될 때 개인과 사회가 다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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