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용 비타에듀 입시평가위원

복잡한 입시를 운동 경기에 비유하면 좀 쉬운 접근이 가능한데, 같은 맥락에서 수시는 올림픽에 비유할 수 있고 정시는 월드컵에 비유가 가능하다. 복잡하고 다양한 수시 전형은 종목이 많은 올림픽에, 수능 중심의 비교적 단순명료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시는 축구 한 종목을 실시하는 월드컵에 비유하면 개념정리가 용이하다.

■대학은 왜 수시에서 논술에 집착하는가= 올림픽에 비유할 만한 수시 전형의 본질은 바로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수시 제도의 도입이 점수 위주의 한 줄 세우기가 아니라 다양한 특기와 적성, 열정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려는 여러 줄 세우기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 논술 중심 전형을 선호하는 이유는 전국 인문계 고교간의 학력차를 반영할 수 없는 내신보다 대학이 직접 출제할 수 있는 논술고사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전국의 모든 수험생이 같은 날 같은 문제를 푸는 수능 시험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그 다음이 대학 스스로 직접 출제할 수 있는 대학별고사(논ㆍ구술), 그 다음이 내신 교과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논술전형에서 논술만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뒤 따르는 것이다.

■논술 중심 전형에서 학생부의 위상=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부보다는 논술이, 논술보다는 수능이 객관적이고 신뢰 수준이 높기 때문에 실제 논술 전형에서 학생부의 실질 반영비율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학생부 전형에서는 내신 등급간 점수차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 대학의 학생부 전형 지원 가능선은 사실상 1~2등급 사이에 위치한다. 반면 논술 전형에서는 학생부는 만점이 20점이고 등급 간 점수차가 적으므로 내신 4, 5등급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부 전형의 경쟁률은 평균적으로 10대 1를 넘지 않지만 논술 전형의 경쟁률은 매년 30~40대 1 정도의 높은 경쟁률이 나타나는 것이다.

■논술 유형 파악 및 기출 문제 숙지 필수적= 인문계 논술의 경우 대학별로 유형 자체가 다양한 편이다. 하지만 영어 제시문이 출제되더라도 수능 영어 시험보다 제시문의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니고, 수리와 통합교과적인 문항이 출제되더라도 문과 수리 영역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형만 보고 지원 대학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6월이나 9월 평가원 모의고사 결과를 토대로 지원 대학이 결정되면 해당 대학의 기출문제를 숙지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쓴 글은 선생님께 첨삭을 받아 수정, 보완하고 첨삭 받은 후에는 같은 주제로 여러 번 다시 써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논술문 작성 시에는 개요 짜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 개요 없이 쓰기 시작한 글은 마치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아서 결과적으로 시간을 더 많이 소요하게 된다.

자연계 논술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학과 과학 관련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학교 수업이나 수능 준비를 통해 준비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고 풀이 과정까지 써야 하는 서술형 시험이므로 일정 수준의 수학과 과학 실력 없이는 논술 준비가 무의미할 수 있다. 보통 수능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수리 가형과 과탐의 성적이 4등급 이하라면 주요대학 자연계 논술 문항이 요구하는 바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고등학교 내신과 수능 준비를 통해 수학과 과학 실력을 연마하고 인문계처럼 목표 대학의 기출문제 숙지 및 유형 파악을 반드시 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인문계열이든 자연계열이든 6월에 주로 실시하는 주요 대학의 모의논술고사에 응시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수능이 논술 전형의 주연, 논술은 조연, 학생부는 단역= 앞서 살펴봤듯이 주요대학은 일반전형으로 원서접수를 하지만 최종적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이원화함으로써 두 가지 트랙에서 학생을 선발한다. 논술전형에서 최초 경쟁률은 30~40대 1을 넘지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높은 우선선발의 경우에는 실제 경쟁률이 2대 1에서 높아야 7~8대 1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일반선발로 내려오면 선발 인원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고 지원자의 상당수가 대상자가 되므로 경쟁률은 두 배 까지도 상승한다.

입시전문가들은 논술 전형 합격에 있어 주역은 수능 성적이고 논술은 조연, 학생부는 단역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는 결국 수능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라고 봐야 할 것이다. 논술준비에 앞서 해당 대학이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달성이 선결과제란 점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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