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한국외대 이사장, 법대생 강연서 유머·위트 만점

“저도 외대(外大: 외부대학 출신) 출신입니다” 한승헌 한국외대 이사장의 유머스런 면이 엿보이는 말이다. 한 이사장은 지난 21일 법대생을 대상으로 대학원 소극장에서 강연을 했다. 이날의 강연주제는 ‘한국법치주의의 반성’. 한 이사장은 강연 도중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면서 ‘권위있고 엄숙한’ 이사장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면서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한 이사장은 ‘인권 변호사’ ‘감사원장’ 출신이여서 일반 학생들에게 깐깐하고 딱딱한 모습으로 비쳐졌지만 이날 강연에서 보여준 모습은 스테레오 타입된 이사장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충분했다. 한 이사장은 북한을 방문했던 임수경씨의 주례사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신랑, 신부는 서로를 존중하며 흡수통일해서는 안 되고, 찬양·고무·동조하면서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한 이사장은 50년대 당시 민주당과 자유당이 내놓은 선거구호와 관련된 뒷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민주당의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에 자유당이 ‘갈아봤자 별거 없다. 구관이 명관이다’라고 화답했고 민주당이 다시 ‘더 못살아도 좋으니 갈아나 보자’라고 화답했다는 내용을 들려주는 대목에서도 폭소가 터졌다. 이밖에도 강의 도중 ‘학기(學妓)’라는 한자어를 화이트보드에 쓰면서 이는 ‘독재 권력에 아첨하는 학자’를 일컫는 말이라며 당시 부당한 권력의 앞잡이가 됐던 교수, 학자들을 비판했다.
한편 강연 말미에는 법대생들의 질의 시간이 이어지기도 했다. 법과대 박종원(법학3) 학생회장은 한국외대의 로스쿨 유치 가능성 여부에 대해 한 이사장은 “지금 한국외대는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교수 정원, 학생 정원, 시설 등 형식적 기준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법과대학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이어 “개인적으로 현재 법조인 양성 체계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로스쿨 도입이 유일한 최선책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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