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학교 홍보를 수년째 맡고 있으니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소식을 수시로 듣게 마련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학교가 발전하고 위상이 높아질수록 소속원으로서 흐뭇하기 이를 데 없고, 좋지 않은 소식을 들을 때면 감추고 싶을 정도로 안타깝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재정적으로 학교발전의 견인차라 할 수 있는 발전기금 기부소식은 늘 들어도 기분이 좋다. 아무리 재력이 있는 기업CEO라고 모교와 후배사랑의 일념만으로 기십억씩을 선뜻 내기가 어디 쉬울 것인가. 그분들의 숭고한 뜻은 ‘도네이션 가든’을 조성하거나 흉상 제작과 건물이름 명기 등으로 백 번 기려도 부족할 것이다.

발전기금을 내는 동문이나 학부모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대학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이는 결코 빈 말이 아니다. 세계 명문 하버드대학은 연간 기부액수가 62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요 대학 총장이 취임할 때 대학발전을 위한 동문들과 학부모들의 재정적인 지원을 강조하여 말하곤 한다. 대학의 구성원으로 학생과 교수 그리고 교직원들을 우선 들겠지만, 학교가 배출한 수십만명의 동문들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동문들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약학대학 56학번으로 졸업 후 35년 동안 약국을 경영하다 2000년 작고한 한 동문의 부인과 따님이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두 번에 걸쳐 3600만원을 쾌척했다. 이들은 지난 2006년과 2008년에도 학교 발전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는데, 유가족들은 평소 학교와 후배들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고인의 유지에 따른 것이라며 겸손해했다고 한다.

한편 50세도 못되어 타계한 82학번 동문의 부인은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싶어 하던 남편의 뜻을 이어받아 지난해 장학금으로 1억원을 출연했다. 소속대학은 두 분 가족의 갸륵한 염원에 보답하고자 올해 처음 10명의 새내기들에게 한 학기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2006년 1월 멀리 토론토에 사는 한 원로동문은 사후 받게 될 보험금 10억원의 수탁자를 ‘성균관대학교’로 명기한 보험증서를 갖고 모교를 예방했다. 당시 ‘기부보험’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때여서 매스컴의 각광을 받기도 했다. 또한 학교 근처 한 음식점 사장은 자녀이름으로 한 달 30여만원씩 20년 동안 납입하여 받게 되는 2억원의 보험금을 학교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되어 명예졸업장을 받은 한 동문의 어머니는 아들의 국문과 후배에게 등록금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평생 동안 기탁할 것을 약속하면서 “남은 자식들이 내가 죽은 후에도 장학금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혀 훈훈한 미담을 남기기도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기부들인가. 크고작은 이런 아름다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 분들의 성금이 가랑비에 옷이 젖고 낙숫물이 돌을 뚫는다는 속담처럼 발전기금과 장학기금으로 착착 열매를 맺어 민족동량과 글로벌 인재들을 양성하는 큰 배움터의 현장에서 일하는 기쁨은 두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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