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들어설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시흥캠퍼스 기숙사는 연세대 송도캠퍼스와 같은 ‘레지덴셜 칼리지’(RC)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기존의 시흥캠퍼스 추진단을 확대 개편하고, 교육부총장 산하에 ‘기숙사 운영 및 교육프로그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흥캠퍼스에서 운영할 외국어·체육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첫 회의를 열었다고 15일 밝혔다.

서울대와 시흥시는 최근 시흥캠퍼스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라건설과 이달 말 협상을 시작한다. 착공은 이르면 내년 5월께 할 예정이다.

경기 시흥시 정왕동 배곧신도시 내 66만1000㎡ 부지에 지어질 시흥캠퍼스는 4000명 수용 규모 학생 기숙사, 600세대 규모 교직원 아파트, 병원, 지역사회 협력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시흥캠퍼스 추진단장인 최막중 환경대학원 교수는 “어느 교육단위가 시흥으로 옮겨갈지 논란이 불거지면 사업 자체가 진행이 안 될 수 있어 현재 관악캠퍼스에 있는 단과대학이나 연구시설은 이전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관심이 쏠리는 시설은 기숙사다. 학교 측이 기숙사 운영 방식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RC 형태가 유력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RC는 미국 아이비리그 등에서 유래한 기숙 체계로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부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는 신입생 전원이 올해는 1학기, 내년부터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연세대 송도캠퍼스가 대표적이다.

한편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생 불편을 가중하고 학문 공동체가 위협받는다며 이 같은 형태의 기숙사 운영에 반대하고 있다.

총학은 기숙사 문제를 중심으로 시흥캠퍼스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교 측에 전달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자 최근 ‘시흥캠퍼스 학생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정주회 총학 정책팀장은 “특정 학년이나 단과대 학생들을 강제로 ‘격리 수용’하면 시흥캠퍼스에서 기숙하는 학생은 관악캠퍼스에서만 열리는 수업을 듣기 어려워 수업권을 제한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흥캠퍼스가 관악캠퍼스에서 20여㎞나 떨어진 탓에 두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모이기 어려워 동아리 등 자치활동의 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정순섭 서울대 기획부처장은 “기숙사를 어떻게 운영할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로 아직 어떤 형태가 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사생 선발 기준에 대해서도 아직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수용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 관악캠퍼스를 보완할 교육·연구 공간을 확보할 목적으로 2007년부터 시흥캠퍼스 건립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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