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윈드서핑 국가대표 이지웅

[KUSF 김건학 학생기자] 전부를 건만큼 전부를 잃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잃는다’라는 것이 아니라, ‘잃고 난 뒤’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운동선수가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 큰 좌절을 겪는다. 또 그 좌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런 좌절을 극복해내고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前 윈드서핑 국가대표이자 <두렵다 그래도 나는 간다>의 저자로 사회적 기업을 운영 중인 이지웅 업드림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윈드서핑이 전부였던 어린 시절

어린 시절 고도 비만아였던 이지웅은 친구를 따라 바닷가에 갔다가 우연히 윈드서핑을 접하게 됐다. 친구는 해파리에 쏘여 요트를 제대로 타 보지도 못했지만, 마냥 물이 좋았던 그는 온종일 윈드서핑과 함께했다. 그 모습을 서핑 장비 가게를 운영하고 하고 있던 대표팀 코치가 우연히 보고 요트 선수를 권유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전지훈련에 한번 참가해보고 결정을 하겠다는 승낙을 얻은 뒤 무작정 요트 전지훈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른 운동과는 다르게 윈드서핑은 자연을 이용하는 스포츠입니다. 남과의 경쟁 이전에 자신과 자연의 대결을 해야 한다는 점이 윈드서핑의 가장 큰 특징인 셈이죠. 생각해보면 저는 남을 의식해서 타기보다는 서핑보드에 올라타 내 힘으로 바람을 이용해서 가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지훈련에서 온종일 윈드서핑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 종일 요트를 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20kg 가까이 살이 빠졌고, 귀국 당시 부모님은 공항에서 아들을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건강해진 모습을 보고 기뻐하신 부모님을 설득해 그 길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승리만을 생각했던 학창시절.
윈드서핑을 탄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과 선수 생활은 달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그는 대회마다 4위에만 머물렀다.“번번이 상위권에 들지 못하는 사실이 제겐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좋아서 시작한 윈드서핑이었는데 승리만을 생각하게 됐죠.” 승리만을 생각한 게 자극이 돼서일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대부분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윈드서핑은 대회를 개최할 때 미리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대회 성적 우수자를 국가대표로 선출한다. 때문에 당시 그는 태국에서 개최하는 아시아선수권 국가대표로 뽑히는 영광까지 얻었다.

그러나 그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교 1년차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고교 2년차에서 스스로 생각해도 잘했다고 생각될 만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을 회상해보면 이기기 위해서 윈드서핑을 했지 행복하게 윈드서핑을 타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바람을 즐기고 파도를 즐기기보단 마냥 눈앞에 닥친 승리에만 급급했죠.”

장난으로 한 말이 현실이 되다.

이지웅 저자는 윈드서핑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수영장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죽을 고비까지 갔다 왔죠.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나니까 ‘내가 왜 이렇게 돈만 벌었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뭘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니 ‘당장 에펠탑에 가서 바게트 빵을 먹고 싶고 스위스에서 퐁듀를 먹고 싶고 이탈리아에서 피자를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길로 그는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유럽여행을 준비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이드북을 보는데 어려운 말만 쓰여 있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관광지들만 나와 있고, 그렇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친구한테 장난스레 ‘야 내가 써도 이것보단 잘 쓰겠다.’라고 말하였고 친구는 ‘그럼 네가 써봐.’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화근이 돼서 지금의 <두렵다 그래도 나는 간다>라는 책이 탄생됐습니다.”

꿈을 키워 희망을 짓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의 꿈을 키우고 실천한다.’라는 의미로 만들게 된 단체 <업드림코리아>. 처음 시작은 사회적 기업이 아닌 공익광고였다. “외국에서는 비행기에 군인이 타면 안내 방송을 하고 사람들이 손뼉을 칩니다. ‘우리나라 군인도 똑같이 고생하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되지 못할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만들게 된 ‘군인에게 손을 흔들어 주세요.’라는 공익광고 캠페인. 모집인원은 16명이었다. 그중에 뜻이 맞는 친구 3명과 함께 대표를 맡고 스태프 6명을 꾸려 ‘꿈을 키워 희망을 짓다.’라는 뜻을 가진 <업드림코리아>가 탄생시켰다.

서로가 서로를 돕자.

<업드림코리아>에서 하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캄보디아에 집짓기다. 뿐만 아니라 현재 동남아시아권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디자인한 의류 브랜드도 준비 중이다. 브랜드의 수익은 다시 그 친구들에게 학교와 집을 지어주는 환원사업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이지웅 대표는 “물론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수익이 있어야 하지만 돈이 우선이 되기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수록 서로가 서로를 돕는 문화에 앞장설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좌절하기보다는 그럴수록 더욱 부딪히며 나아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두렵다 그래도 나는 간다.”
“지금 청춘들과 운동을 그만두게 되는 대학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저도 운동을 그만두고 막막하고 두려웠습니다. 제게 윈드서핑은 제 전부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순간, 신이 있다면 신이 제게 윈드서핑 선수라는 길 외의 새로운 길을 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좌절보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나에겐 윈드서핑 선수라는 좋은 경험이 있었고 이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겠다고 말입니다. 그 이후에 여행도 다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키워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행복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사회적 기업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운동선수들은 운동을 그만뒀지만 운동할 때 악착같은 근성이 있기 때문에 뭘 해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들 대부분은 운동만 했기 때문에 다른 일은 못 한다고 생각하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선수들에게 무슨 일이든지 부딪혀 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더 많이 경험해 보고 더 많이 부딪혀 봤으면 좋겠습니다. 운동선수라는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자신감을 갖고 사회를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힌다면, 분명 운동선수 시절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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