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활력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 좋은 계절에 갑작스러운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있다. 건선피부염 환자들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피부는 우리 몸의 가장 바깥에서 외부 자극에 접하게 되는 1차 방어막으로 외부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요즘과 같이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피부 관련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게 된다. 건조함, 가려움증, 피부가 갈라지고 트는 증상, 따가움, 홍조, 붉은 발진 등이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이러한 증상은 자연스럽게 완화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건선과 같은 만성피부질환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성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알려진 건선은 작은 좁쌀 같은 붉은 발진으로 시작해 점차 크기가 커져 물방울 건선, 화폐상 건선을 지나 전신을 뒤덮는 판상 건선, 또는 홍피성 건선까지 진행되기도 한다. 여기에 하얀 각질이 무수히 겹쳐서 쌓이고 때로는 심한 가려움과 농포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악화되는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알려진 피부 건선이 의외로 순식간에 악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르겠어요. 설 연휴 즈음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것 같은데...... 많이 피곤하기는 했거든요.” (35세, 주부)
“감기 걸려서 밤새 열도 끓고 끙끙 앓았는데, 그러고 나니까 확 뒤집어졌어요.” (21세, 대학생)
“연말부터 일이 많기는 했거든요. 그래서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최근에 너무 많이 심해졌죠.” (32세, 회사원)

이처럼 급격하게 악화되는 건선 증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환자 본인도 다양하게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피부 건선의 급격한 악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건선전문 치료로 유명한 강남동약한의원의 이기훈박사는 “건선은 붉은 반점 및 비늘과 같은 흰색 표피가 특징이며, 이러한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만성피부염으로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치료 자체를 포기하거나 현상유지를 목표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늘 비슷한 정도로 유지되던 건선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될 경우 환자들이 크게 당황하게 됩니다. 따라서 평소 피부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는 원인들을 파악하여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강남동약한의원 측에 따르면 건선으로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봄에 건선 증상을 순식간에 악화시킬 수 있는 원인 및 계기로는 다음의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1) 봄철에는 등산과 같은 야외활동이 늘면서 옻이 오르는 등 접촉성 피부염이 생기거나, 꽃가루 알러지 등 각종 피부 증상이 늘게 된다. 이러한 피부와 호흡기계의 염증은 건선 피부염의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 환절기 감기, 장염 등의 각종 감염증은 고열과 염증 반응을 동반하고, 이를 계기로 피부 건선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급성 편도염 이후 건선 증상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

(3) 봄은 황사와 미세먼지 등 피부를 자극하는 유해인자가 증가할 뿐 아니라 건조주의보도 자주 발령되는 시기다. 평소 피부가 예민하고 건조한 건선 환자에게 이러한 유해인자는 한층 심각한 자극이 될 수 있다.

(4)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은 평소 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며, 그로 인한 피로를 많이 느끼게 된다. 이때 적절히 휴식을 취해 체력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건선 증상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5) 새로운 학교, 새로운 직장, 이사 등 새로운 변화가 많은 봄은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시기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만으로도 힘든 몸에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순식간에 건선이 악화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계기로 건선이 순식간에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강남동약한의원 양지은 원장은 이에 대해 “환절기에 유독 피로를 느낀다면, 일주일에 최소 하루 이틀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 푹 자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잠을 충분히 잘 수 없는 경우라면, 음식 관리에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기름진 음식이나 술, 육류의 과다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으며, 각종 화학첨가물이 함유된 인스턴트식품도 면역계를 교란시켜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실제 체온의 상승으로 나타나는 등 몸속의 열을 올리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원인이 되므로, 운동이든, 명상이든, 회피요법이든 자신에게 맞는 해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건선은 근본적인 치료만큼이나 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건선을 악화시키는 3대 요인인 해로운 음식, 과로, 스트레스는 건선 증상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감기 등 각종 감염성 질환에 걸리기 쉽게 만든다. 또한 외부의 유해자극에 대한 저항성도 떨어뜨려 건선이 쉽게 악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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