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려대 연구부총장실 유신열 과장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대학행정 23년차 달인이 있다. 작은 변화로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가 주특기. 주인공은 고려대 연구부총장실 유신열 과장(49, 사진)이다. 유 과장은 고려대 융합대학원에서 ‘입학앨범’을 제작해 신입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학번체계도 바꿨다. 입학연도와 계열 등으로 구성된 고유번호는 유지한 채 무작위로 할당되는 일련번호 4자리를 학생이 직접 선택하게 했다. 큰 반향이었다. 유 과장은 “‘행정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 고려대 연구부처장실 유신열 과장은 행정의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대학문제가 풀린다고 말한다. 유 과장은 2007~2010년 4년간 행정대토론회를 진행하고 대학행정에 대한 책을 쓰는 등 지난 23년간 대학에 몸담아왔다. 지난 3월 2일부터 이 같은 경험을 살려 고려대 평생교육원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대학행정의 달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옥상 '하늘정원'에서 유 과장을 만났다. (사진=이재 기자)

유신열 과장은 지난 2일 고려대 평생교육원에 ‘대학행정의 달인’ 강좌를 개설했다. 지난해 2학기에 처음 시작된 강의다. 지난 6일 이 강의실을 찾았다. 저녁 7시에 열리는 늦은 강의지만 인근대학 직원들이 관심있는 표정으로 자리했다. 유 과장이 실제 사례로부터 건져올린 새로운 관점에 대해 이채로운 표정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직원들도 보였다.

“문서를 기안할 때 수직적인 결재라인을 따라가다보면 내용이 모두 죽습니다. 기안은 창의적인 작업입니다. 찬반이 모두 갈릴 수 있지요. 중간단계에서 자르지 않고 반대의견이나 찬성의견을 첨부해 결재권자에게 올라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결재권자가 창의적인 제안에 대해 검토 후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날 주제는 ‘문서의 규범과 행정적 활용’이다. 유 과장은 문서 전자결재 시스템이 창의적인 의견을 위축시킨다며 개선책을 내놨다. 소수의견의 활용이다. 그간 ‘찬성’의 의미로만 활용되던 결재도장을 ‘의견’의 의미로 바꾸자는 것이다. 중간관리자의 반대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경우를 방지하고 결정권자가 균형있게 찬반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과장은 대학행정의 대부분이 관행에 의해 이뤄진다며 새로운 ‘행정의 관점’에 따른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의 관점이란 뭘까. 유 과장은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함과 동시에 그 일이 전체 조직에서 어떻게 쓰일 것인지 이해하는 넓은 시야를 행정의 관점이라고 정의했다. 그만의 ‘달인론’이다. 유 과장은 “회계업무 같은 전문적인 업무는 당연히 해당 부서의 직원이 가장 잘한다. 그것만으로는 달인이 아니다. 본인이 맡은 업무가 대학행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내다보고 관조할 수 있는 시야를 지닌 것이 달인이다”고 설명했다. 조직에 휘둘리지 말고 조직을 활용할 줄 알아야 달인이라는 것이다.

그가 ‘달인론’을 정립한 것은 저서 ‘캠퍼스 편지’를 쓰면서다. 2010년 나온 이 책은 유 과장이 현장에서 맞닿뜨린 고민들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와 성찰이 빼곡이 담겼다. 책에는 도입열풍이 불었던 IT기술 활용과 원스톱서비스 등 서비스행정 체계, 예산편성의 문제 등 구체적 사례들이 정리돼 있다. 유 과장은 이 책을 쓰면서 그간 해왔던 고민들을 정리하고 ‘행정의 관점’ 틀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책을 쓰기에 앞서 유 과장은 2007~2010년 4년간 학내에서 행정대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의 행정직원들이 모여 구체적인 행정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눴다. 전국적인 행정직원간 협의회의 강연과는 달리 보다 생생한 학교 내부문제를 논의한다는 데 의의가 컸다. 유 과장은 행정대토론회를 통해 직원들의 ‘말하기’에 주목했다.

“행정의 관점으로 대학을 바라보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를 나눌 동료가 없었던 거죠. 대학 직원들은 교수와 학생, 교육과 연구에 가려져 스스로 말하기를 꺼립니다. 이를 깨고 직원들이 행정문제를 논의하고 말할 수 있어야 대학행정을 달리볼 수 있는 겁니다.”

유 과장은 끊임없이 대학행정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말해왔다. 책 저술이 그랬고, 행정대토론회가 그랬다. 그 이전에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짧은 단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이번 평생교육원 강연도 유 과장식 말하기의 연장이다. 이제 유 과장은 그 기회를 다시 직원들에게 되돌리려 하고 있다.

“브라운 백 캠핑(Brown bag camping)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동료직원들과 점심시간에 간단한 식음료를 가지고 옥상정원에서 식사를 하며 환담하는 행사인데요. 행사를 통해 직원간 소통을 늘리고 서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길 기대하는 것이죠.”

각자 먹을 것을 챙겨와서 가볍게 점심을 먹으며 모임을 갖는 브라운 백 미팅(Brown bag meeting)에 착안한 브라운 백 캠핑은 유 과장이 대학 직원들이 스스로 다시 ‘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획한 행사다. 가볍게는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소소한 즐거움에서, 나아가 행정의 관점을 가진 달인이 될 수 있도록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유 과장은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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