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균관대 크리켓팀 '드래곤즈' 주장 최준혁

[KUSF 권재오 학생기자] 영국의 국기라고 하면 보통 ‘축구’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국기는 ‘크리켓’이다. 크리켓은 오늘날에도 영국을 포함한 영연방계 나라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다.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지만 아시안게임에는 공식 종목으로 채택돼 4년마다 치열한 경기가 열린다. 인도에서는 중요한 국가대표 크리켓 경기가 있는 날에는 증권시장이 열리지 않을 정도다.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등에서도 크리켓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의 크리켓 인지도는 유독 낮지만 그 매력을 지켜온 대학팀이 있다. 성균관대 크리켓 동아리 '드래돈즈'는 지난해까지 10여 년을 유일한 대학 크리켓팀이었다.

■ 생소하지만 매력 넘치는 스포츠, 크리켓

- 크리켓이 굉장히 생소한 스포츠다. 크리켓에 대해 궁금하다.
"크리켓은 영국의 국기이다. 미국으로 이민자들이 건너가면서 크리켓이 야구로 변형된 것이다. 야구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한 팀당 11명씩 출전하는데 경기 시간이 다양하다. 전통적인 경기로는 5일짜리 경기도 있고 하루 만에 하는 경기, 공을 120개로 제한하는 경기 등이 있다. 5일짜리 경기는 경기 시간이 길다 보니 올림픽에서 퇴출당했다. 야구처럼 3~4시간 안에 끝낼 수 있게 경기를 변형했다면 올림픽에서 살아남았을 수도 있는데 국제크리켓협회 자체가 보수적이다 보니 올림픽에 큰 미련이 없었고 그 이후로도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 크리켓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렸을 적에 영화에서도 보고 미국에서 크리켓을 해본 적이 있어서 크리켓 종목 자체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크리켓을 시작한 것은 학교에 입학한 후이다. 성균관대 크리켓팀이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대학팀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기도 했고 또 종목 자체의 희소성에 이끌려 느껴 입문하게 되었다."

- 크리켓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종목 자체로 봤을 때는 남자다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야구의 경우 타자가 아웃되어도 자신의 순서가 돌아오면 다시 출전이 가능하지만 크리켓의 경우 배터가 아웃되면 그 경기에는 다시 나오지 못한다. 예를 들어 타순에서 1, 2번이 잘해주면 뒤 순번에 있는 타자들이 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책임감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반대로 투수 입장에서는 그러한 타자들을 잡았을 때 느끼는 짜릿함이 굉장하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매력은, 바로 희소성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처음 시작할 때 종목을 모르고 시작해서 여기 까지 왔다. 부딪혀보자는 도전 정신도 강했고 남들은 잘 하지 않는 종목이어서 이 점이 큰 매력이었다."

- 훈련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일주일에 두 번씩 훈련하고 있다. 화요일, 목요일에 훈련을 진행한다. 시합이 있는 주에는 화요일 훈련을 휴식하고 일요일에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옆에 위치한 크리켓 경기장에서 훈련을 진행한다."

- 출전하는 대회는 어떤 것이 있나.
"따로 대학리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된 경기는 대한크리켓협회장배대회(협회장배)이다. 이 대회는 5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는데 출전하는 15개 팀 중에서 외국인팀이 13개이다. 국내팀은 2개뿐이다. 외국인팀에는 기본적으로 인도, 파키스탄이 가장 많고 네팔, 스리랑카, 남아공, 영국, 호주 연합팀 등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대회장소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였지만 올해부터는 아시안게임크리켓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 성균관대 성적이 궁금하다.
"아직까지 리그에서는 승리가 없다. 아예 승리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시합이 취소되고 열린,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라 승리라고 말하기 조금 그렇다(웃음)."

- 기억에 남는 득점이나 경기가 있다면?
"비공식적이지만 첫 승리를 거둔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공식 경기를 진행하기로 한 날 정확한 인원수가 나오지 않으면 경기가 취소되는데 첫 승리를 거둔 날 역시 경기가 취소되었다. 그래서 그날 나온 모든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팀을 구성해서 경기를 진행했는데 그때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 크리켓, 그리고 드래곤즈

- 지금껏 국내 유일한 크리켓 대학팀이라고 들었다.
"2002년에 성균관대에서 교양 스포츠로 시작했는데 수업을 들었던 선배들 중 재밌게 느낀 몇몇 선배들이 2005년에 크리켓 동아리를 만든 것이 우리 팀의 시작이다. 긴 역사는 아니지만 2008년 일본팀과의 친선경기를 하기 위해 일본에도 가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러던 중 2011년에 성균관대 선배들을 주축으로 하여 대한크리켓협회를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국가대표 감독, 코치, 전무이사 등 현재 대한크리켓협회는 성균관대 선배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 크리켓팀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
"스포츠과학부 학생들이 주된 멤버이긴 하지만 구성원의 제한은 없다. 스포츠과학부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학과 학생까지도 모두 받고 있다. 호주나 영국에서 유학을 했던 학생들 중 관심을 가지고 찾아온 학생들도 있었지만 현재는 스포츠과학부 학생만 활동하고 있다. 현재 20명의 팀원과 활동을 하고 포지션은 딱히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 국내 유일의 크리켓 대학팀으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남들의 시선이 가장 신경 쓰였다. ‘크리켓을 왜 해?’, ‘너희만 하는 스포츠인데 굳이 왜 해?’ 이런 시선도 있었고 지나가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하듯이 보는 시선도 있었다. 또한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것 역시 힘들었다.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팀이 하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에 한동대에 크리켓팀이 창설이 되어서 이제 유일한 팀은 벗어난 것 같다."

- 성균관대 크리켓팀으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정기적으로 OB-YB전을 진행한다. 학교 선배들끼리 뭉쳐서 팀을 만들고 YB도 팀을 만들어서 경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경기를 하다 보면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도 느껴질 뿐만 아니라 학교에 대한 애교심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이러한 느낌을 받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

- 성균관대 크리켓팀 출신들이 많은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협회까지 진출 했다고 들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대한크리켓협회의 창설하는 과정에 선배님들이 계셨고 지금도 협회 내에서 주축을 이루고 계신다. 몇 분을 예로 들자면, 현재 대한크리켓협회의 전무이사를 겸하면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이화연 선배님이 계신다. 그리고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김순철 교수님이 대한크리켓협회 회장직을 맡고 계시고 국가대표팀 코치 역시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졸업생인 이환희 선배가 맡고 계신다. 협회를 창설하게 되면서 행정적인 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현재 스포츠과학부 학생들이 그 일을 맡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때 크리켓 담당관을 맡으신 노수민 담당관님 역시 대한크리켓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계신다."

- 올 시즌이 곧 시작된다. 각오와 목표가 궁금하다.
"올 시즌은 여느 때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변화로 실력만 좋으면 졸업생까지 전력에 포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천의 크리켓 경기장에서도 훈련할 수 있어서 훈련 상황 역시 더 좋아졌다. 올해는 1승뿐만 아니라 2승, 3승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요즘 많은 대학생이 취업준비, 대외활동 등 여러 가지 활동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활동들을 하다 보니 도전 정신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크리켓을 처음 시작할 때 일단 부딪혀 보자, 도전해 보자, 배워보자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크리켓을 시작했다. 이처럼 많은 학생이 도전 정신을 가졌으면 한다. 비록 크리켓이 활동인구수도 적고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는 스포츠지만, 세계적으론 유명한 스포츠다. 비슷한 종목인 야구뿐만이 아니라 크리켓 역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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