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의체 “총장·처장단 평가결과 책임져라” 요구

“자구노력 전혀 반영안돼” 경영컨설팅 이행大 불만
제재조치 사항 공정성 시비까지… 법적 대응 준비도

▲ 지난달 31일 구조개혁평가에서 서남대가 최하등급을 받자, 김경안 총장과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2일 ‘서남대학교 구조조정 성과 보고 및 정상화 추진 계획’발표회를 긴급히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교수회는 교육부 평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정섭 교수회장은 교육부의 이중제재를 지적했다.

[한국대학신문 정윤희·양지원·송보배·이재익 기자] 지난달 31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발표 이후 D, E 등급을 받은 대학을 중심으로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 전원이 사퇴하는 등 대학가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회를 중심으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등 학내 대대적인 자발적 혹은 타율적 징계성 인사개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 “결과에 책임” 총장·보직교수 ‘전원 사퇴’ =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하위등급에 속한 대학을 중심으로 총장 및 보직교수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8일,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관련 공식 브리핑을 갖기도 전에 신승호 강원대 총장은 긴급 교무회의를 열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신 총장은 “구조개혁평가의 왜곡에 맞서 대학을 지키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책임을 통감하고 총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공식 발표된 당일, 배재홍 강원대 삼척부총장 등 강원대 방문단은 교육부를 방문해 항의문을 전달하고 구조개혁평가 철회 및 재평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3일에는 강원대 총학생회·단과대학·학과 회장단 130여 명으로 구성된 확대운영위원회가 학생총회를 열고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대학본부의 무능행정을 비판, △혁신위원회 학생 참여권 보장 △부실대응에 따른 대학 중장기 대책발표 촉구 △진상규명특별위원회측의 요구 자료 제출 등 요구안이 담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고려대 세종캠퍼스의 부총장과 처장단도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발표 다음날인 지난 1일, 평가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또 2단계 평가 대상에 올랐지만 10% 상향 등급 조정에 기대를 걸어왔던 대전대도 최근 대학 보직 교수 전원이 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이번 평가결과 최하위 등급을 받은 광양보건대학도 노영복 총장과 처장단 6명이 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했다.

교수협의체 차원에서 총장 및 보직교수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수원대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수 현 총장과 법인 이사진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교육부에 이사회 임원 취임승인 취소을 요청하는 청원서와 이 총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3000명의 서명지를 접수했다. 이날 보직교수 10명은 긴급회의를 열고 구조개혁 평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청주대 교수회도 교육부 결과 발표 이후 황신모 총장과 보직 교수 전원 사퇴를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황신모 총장은 담화문을 통해 “기사회생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위등급에 머물러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해 적립금을 학생교육여건 개선에 투입해 많은 지표개선을 이뤘지만 이전의 미흡한 실적들을 만회하기 역부족이었다”며 “평가결과에 대해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하다.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위등급을 받은 서울 지역 한 사립대 교수회는 지난 10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발표 이후의 학교 측 인사 행보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장은 “△총장 및 보직교수 전원 사퇴 결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 등 안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으로, 안건 투표를 거쳐 결과가 나오는대로 공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평가불만 팽배… 일부선 “법적 소송 검토” = 대학들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대학의 특수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남대 교수협의회는 2일 ‘서남대 두 번 죽이기인가’의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 발표 내용에 학교 특수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점에 유감을 표시했다.

교수협의회는 “이미 서남대는 재정지원제한대학이란 평가를 받아 이를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으로 경영컨설팅을 진행해 이행과제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또 자체 구조개혁을 실시해 신입생 모집 정원을 50% 감축,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의 자구책이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이홍하의 비리를 개혁하고 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해 임시이사가 파견되었고, 명지의료재단을 재정기여자로 선정해 정상화가 진행 중에 있다. 자구노력이 한창임에도 그 성과를 반영하지 않고 또 다른 기준을 적용해 평가하는 것은 이중적 제재를 가한 것으로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광양보건대학도 대학의 자구노력이 평가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광희 기획처장은 “지난해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돼 경영컨설팅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 결과도 좋아 (컨설팅 이행)마무리를 앞당기자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컨설팅 잘 받으면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은 교육부의 ‘사립대학제도과’ 의견이고, 이번 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매긴 곳은 교육부의 ‘평가과’ 의견”이라고 하는데 교육부의 이중 잣대가 학교 발전에 족쇄를 채웠다"고 비난했다.

이번 구조개혁평가 결과 최하위등급을 받은 대구미래대학도 정성평가 점수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교육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정량점수는 100점 환산에 90점이 넘었는데 정성평가에서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점수가 나왔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해 놓은 상태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구조개혁평가의 절차상 문제를 언급하며 (교육부의)이의신청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고 바로 발표가 이어진 점과 공식적인 일정 통보가 없음에 불만을 나타냈다.

일부 대학들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른 제재조치 사항에 대한 공정성을 문제삼아 법적대응을 나설 계획이다.

강원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한 헌법소원 가능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법률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용옥 강원대 교육연구부총장은 “헌법소원 등 모든 법적대응을 할 방침이다. 다만 쉽게 시행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보니 시간이 필요하다. 소송 비용이나 시기 등 구체적인 것들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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