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약물치료 병행…"주변서 '적절한' 관심 기울여야"

올해 스무 살을 맞은 단원고 세월호 생존 학생 상당수는 현재 안정적으로 대학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등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직후 심리 치료를 시작한 생존학생 70여명 중 60여명이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로부터 전화나 대면상담 등 개별 지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학생은 일주일이나 한달 주기로 병원에서 약물 치료를 받는다.
 

초기부터 학생들을 치료한 윤호경(43)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0여 명의 학생이 아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 증상 등으로 주기적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지만, 학생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심신의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재난 상황을 경험한 트라우마 환자 가운데 과반수는 1년이 지나면 후유증을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명 중 2∼3명은 수년이 지나도 후유증 회복이 안 돼 불면, 불안, 집중 곤란, 우울 등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
심한 경우 10년 이상 마음의 상처를 안고 가는 경우도 종종 관찰된다.

윤 교수는 "약물 치료 중인 10여 명도 후유증이 지속하는 상태로 아직 가슴 속에 슬픔이나 분노가 남아있을 수 있다"며 "성급하게 모든 속 얘기를 꺼내게 하진 않는다. 증상이 심하면 이를 완화하는 보조적인 역할로서 약물 치료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이 겪는 정신적인 후유증은 찰과상이나 골절처럼 겉으로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나약하다"고 자책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윤 교수는 "생존학생의 경우 사고 직후부터 병원과 학교 등이 개입해 앞으로 학생들이 겪게 될 증상들에 대해 충분히 공유하려고 했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병원은 개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치료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약물치료 외에 눈동자를 움직여 외상 기억과 관련된 감정을 재처리하는 'EMDR 치료(안구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요법)'와 뇌의 각성 조절능력을 돕는 두뇌훈련인 '뉴로 피드백' 등을 병행한다.

그러나 윤 교수는 주변의 '적절한' 관심이 이들을 치유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한다.

일부러 당사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거나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되게 대우하는 행동은 별 도움이 안 된다.
당사자는 본인 방식대로, 원하는 대로 살아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후유증을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 윤 교수 생각이다.

사회에서 치유가 안 되면 병원 도움을 받으면 된다.
 

윤 교수는 "생존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이나 악성댓글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막상 사회에 나가보니 우려했던 것만큼의 편견은 없었다고 전해왔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해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회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학생들이 사고 당시 기억을 완전히 잊게 만드는게 아니라 그 순간을 떠올릴 때 자신의 대처능력에 자신감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라며 "치료에 몇 년이 더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관찰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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