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품종 소량생산 전환 기조…중소기업·전문대학 육성책 필요

주문식 교육과정, 기업 세제 혜택 등 정부 정책 뒷받침돼야
“학생들 먹고 살 수 있도록 학생 중심에서 철저히 가르칠 것”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전문대학에 경상비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장학금 Ⅱ유형 중 일부를 전문대학 육성사업 예산으로 편성해 취업률을 높이고 산학협력을 잘할 수 있게 기자재와 교육지원비로 직접 투자하는 예산으로 편성해야 할 때다.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한다.”

조성수 전남과학대학 총장은 절박했다. 조 총장은 중소기업 육성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우고도 이를 뒷받침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에 대한 발전계획과 예산투입에 미온적인 정부에 쓴소리를 냈다. 학생의 장학금으로 쓰이는 국가장학금 예산의 일부를 실질적인 대학발전을 위한 비용으로 전용해 달라는 요청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예산지원을 비교하면, 전문대학 예산은 일반대학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는 창조경제라는 국정기조는 물론이고, 대학의 존폐조차 불투명하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어렵다는 세간의 속설에 대해 조 총장은 “벚나무 1000그루를 심었다”며 유머러스한 대답을 내놓았지만 어려움은 컸다.

▲ 조성수 전남과학대학 총장.(사진=한명섭 기자)

- 정부의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규모가 무척 열악하다.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인데.
“모든 상품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되고 있다. 발맞추려면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를 석권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중소기업 인재를 배출하는 전문대학이 발전해야 한다. 지금까지 모든 역대 정권이 전문대학을 대폭 지원한다고 했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 육성사업(WCC)'도 그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전문대학 지원규모가 확대돼 봤자 8억~10억 원 수준이다. 중소기업 육성책은 마련하면서 왜 전문대학 육성책은 소홀한가. 대폭 상향돼야 한다. 국가장학금도 문제 있다. 나눠 가지기식으로 변질돼 학생의 학습의욕을 고취시키지 못한다. 역효과가 크다. 언론에도 보도됐던 것처럼 학생들도 국가장학금 50만~100만 원을 유흥비로 탕진하는 실정이지 않나.”

- 국가장학금 액수를 늘리는 데만 치중하다보니 실제로 이 장학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이 소홀하다.
“그게 문제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학생계좌로 장학금이 지급된 뒤 학부모에게도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안내한다. 그래야 장학금이 새지 않는다. 애초에 정부가 국가장학금에 대해 전향적으로 접근하길 바란다. 실질적인 장학금 혜택은 유지하되 유흥비 등으로 쓰이고 있는 국가장학금Ⅱ유형에 대해서는 전문대학 육성을 위한 사업비로 전용해주길 바란다. 전문대학이 현장에 강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취업을 잘 시키기 위해 산학협력을 잘 하도록 돕고, 기자재 구입비와 교육비 등 지원을 확대하면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도 전문대학을 지원할 수 있다.”

- 전문대학의 교육은 향후 산업구조를 봐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 그래서 교수와 직원들에게도 매번 강조한다. 일례로 다른 것은 다 용서하는데 제발 수업만은 제대로 해달라고 수차례 말했다. 실제로 ‘수업을 못한 사람은 총장한테 매 맞고 나갈래, 아니면 자기 발로 나갈래’ 하는 식으로 말한 적도 있다. 우리 대학은 최대의 관심을 수업에 쏟고 있다.”

- 그래서인가. 최근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계속 지원대상에 선정됐다.
“아무리 인프라가 약하고 환경, 여건이 불리하더라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의욕만 있다면 어떤 난관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여실히 느꼈다. 특히 함께 참여하는 교수들의 의지가 컸다고 본다. 혼자서는 힘을 낼 수 없다. 투게더(Together) 파워의 효과가 아니었겠나.”

- 전남과학대학하면 자신 있는 과가 무엇인가.
“간호보건계열이다. 전국적인 추세기도 하다. 그 다음은 부사관학과다. 부사관학과는 입학할 때부터 자기 장래가 결정돼서 오니까 경쟁률이 높다. 그렇게 온 학생들은 수업태도도 좋다. 우리는 군과 100% 제휴해서 가산점 제도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임관할 때도 유리하다. 부사관학과는 군에 대한 정보를 배우는 과다. 졸업 후 임관하면 전공대로 주특기를 받는다. 가령 헬기정비과 공부한 학생은 그 분야로 임관한다. 이것이 RNTC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리 대학은 전문대학 최초로 RNTC 운영 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국방부가 전국적으로 RNTC 시범운영 대학 6개교를 선정했는데 호남지역에서 선정된 대학은 우리가 유일하다. 경쟁률이 약 70대 1 수준이었다.”

- 터를 잡은 곳이 전남 곡성군 옥과면이다. 지역대학으로서 지역사회·산업과 연계가 중요할 텐데.
“산학협력은 우리 대학의 딜레마다. 지방에 위치한 대학의 공통된 문제기도 하다. 지방의 전문대학이 산학협력을 맺기란 쉽지 않다. 가족기업을 만들기 위해 몇 차례나 읍소해야 한다. 산학협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안할 수도 없다. 교수들에게 제대로 된 산학협력을 해오면 인센티브를 주고, 책임 강의시수를 줄이고, 업적평가에 반영하는 등 여러 독려방법을 쓰고 있다. 총장으로서 가족기업에 직접 편지를 쓰고, 학보를 보내고, 뉴스레터를 보낸다. 명절 때는 선물을 챙기기도 한다. 학교기업에서 나온 제품을 선물로 보냈다. 산학협력 협정 뒤 사후관리에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 지금 가족기업 협력 현황은 어떤가.
“현재 가족기업은 482곳이다. 그러나 채용과의 연계는 아직 지방이 갖는 한계로 남는다. 가족기업으로 실습 가서 채용으로 연결되면 좋은데 쉽지 않다. 우리가 주로 타깃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지방 중소기업은 이직률이 높지 않고 채용 자체도 적다. 산학협력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학생취업은 여전한 문제로 남는 구조다. 심각한 문제다.”

- 전문대학만의 산학협력 체계가 새로 연구돼야 하지 않나.
“공감한다. 그러나 추진을 못하고 있다.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주문식 교육이나 R&D 관련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대학 자체 예산으로는 힘들다. 산업체 예산이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의 생각이 굉장히 중요하다. 근데 그런 생각을 가진 경영자를 찾기 힘들다. 채용도 많이 하지 않고 주문식 교육과정을 협의해보려고 해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이게 현실이다. 주문식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하는 지방대학은 찾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접근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에서 주문식 교육과정을 운영하려고 하면 과감하게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방대, 특히 지방 전문대학은 주문식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 수도권 전문대학이라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전남과학대학 총장이면서 현재 남부대 총장도 겸임하고 있다. 힘든 점 없나.
“모든 사람들이 물어보더라. 전문대학이나 일반대학이나 지향하는 바는 같다. 교육이다. 2년제든 4년제든 학생들을 충분히 공부시켜서 사회에 배출하는 것이다. 지방대학이 갖고 있는 특성상 취업위주로 나갈 수밖에 없기도 하다. 각기 특성은 다르지만 큰 차이는 못 느끼겠다. 도리어 좋은 점도 있다. 두 대학 총장을 겸하니 모든 문서를 훑어보기에 물리적인 어려움이 크다. 그래서 실무자들을 믿는다.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고 자율권을 줬다. 단, 두 대학의 총장을 겸하다보니 행정과정의 혼선, 회계의 혼용 등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 불가능한 문제지만 조금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총장이라는 게 옛날로 보면 3D 업종인 것 같다. 학생 중심에 서서 학생들이 실제적으로 원하는 총장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 시대흐름에 따라 수업을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이 우리 대학, 남부대를 포함해서 두 대학에 놀러 온 것이 아니지 않나. 적어도 학생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총장이 돼야 한다. 학생 중심에 서서 수업만큼은 철저히 하는 총장으로 남고 싶다. 사심 없이.”

▲ 조성수 전남과학대학 총장(오른쪽)이 박성태 본지 발행인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조성수 총장은…
1953년생. 조선대 문리과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미술교육학과 석사, 필리핀 세인트도미닉대에서 교육학박사를 받았다. 지난 1980년부터 2년간 영광 해룡고 교사로 재직하다 1981년 동신전문대학 응용미술과 시간강사로 부임, 이후 동강대 교수, 캐나다 다민족문화학교 교수 등을 거쳤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이사, 광주전남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04년 전남과학대학 학장으로 취임했다. 2008년부터는 남부대 총장으로도 선임되면서 전남과학대학 총장과 겸임하고 있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천주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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